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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의미를 부여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 썰.txt
게시물ID : humordata_1072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드안
추천 : 2
조회수 : 68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4/30 15:33:01
세상 수많은 또1라이들이 있다지만, 내 생각에 가장 이해 안되는 놈은 '의미부여병'에 걸린놈이야...;;

정의하자면 세상 모든 것에 다 제각기 숨겨진 의미랑 해학이 있다 판단하여 

그걸 자기멋대로 해석하려 드는 피곤하게 사는 부류들이지..;;


내 중학교 친구놈 중에서도 인철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얘가 딱 그러한 부류였어.

어느 날, 응목이랑 셋이서 하이킥을 보고 있었는데 그 편이 

안내상이 사업 시작건을 두고 가족들이 찬반투표를 하는 내용이였습.

나랑 응목이는 무슨 20분짜리 단편드라마 보듯이 무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철이가 혼자 빵터지면서 우리보고 왜 안웃냐며 약간 깔보듯이 묻더라.

그런 녀석의 물음에, 응목이가 조용히 대답했어.

"웃음이 안나와."

솔직히 하이킥이나 무한도전 이런 프로그램, 타 프로에 비해 유난히 사회풍자에 애쓰는 프로는 맞는데,

막 시트콤 주인공들이 무슨 투표같은걸 하기전에 아부떨고 눈치싸움하는건 흔한 전개잖아?

근데 인철이의 다음 대답은 무방비상태의 우리에게 예상치못한 라이트 훅을 갈겼지. 

"딱보면 모르냐? 막 아부하고 눈치보고..저거 총선풍자잖아."

?!

순간 나는 내가 보고있던 것이, 웃고 즐기라고 만든 시트콤이란걸 망각한 채

그날 밤 그편을 다시 다운받아 보고 또 보고 똥1꼬로도 시청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녀석이 말한 '총선 풍자'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거야. 

나는 결국 나 자신이 '문화,사회적 통찰력이 부족한 놈' 이란 결론을 내린 채, 그 무의미한 뻘짓을 마쳤지.



아무튼 여기서 끝났으면 참 좋았을텐데, 학원 같은반 소속이였던 녀석은 나의 모든 실생활의 작은 몸짓까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거야. 뭐 예를들어, 내가 좀 소화가 안되는 날에 수업중에 선생님한테

"샘, 저녁먹은게 소화가 안되서 그러는데 화장실좀 갔다올게요."

하고 화장실에서 돌아오면 걔가 막 나한테 주먹치기를 시전하더니

"우와...너 지금 무작정 암기만 시키는 한국교육의 현실 속 우리네 모습을 소화기관으로서 풍자한거지?"

막 이러더라고...;; 순간 어이터졌지. 속안좋아서 화장실가서 똥쌌는데, 그게 한국교육과 뭔상관이야?

아무튼 알게된지 단 며칠만에 녀석의 캐릭터를 파악한 나는, 녀석을 그냥 생활 속에 받아들이기로 했어.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못맞춰줄것도 없다 생각했어.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고나서 손안닦아 놓고 걔랑 마주치면

"어차피 씻어도 이 손은 필연적으로 더러워져.씻을때의 깨끗함은 잠시고, 급할 땐 결국 다시 고1추를 붙잡게 되잖아?"

이렇게 말하면 녀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래, 한국 정치인 역시 마찬가지지."

라고 대답해줬어. ㅄ같지만, 나름 재밌긴 했었지.


근데 그러던 녀석에게도 어느날 사랑이 찾아왔더래.

바로 학원의 히로인이라 평가받는 고1 혜선이누나였는데, 

어떤 느낌이냐하면,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소녀가 죽지않고 자랐다면 딱 그모습이였을거야.

아무튼 녀석의 짝사랑은 점점 깊어졌고, 어느날 갑자기 수업이 끝나자마자 누나에게 고백을 하러간대.

나는 속으로 '우와...색1히...그래도 이 땐 남자답게 직구로 승부보려나?'

하면서 조용히 혜선이 누나의 교실로 향하는 녀석의 뒤를 밟았지.

들어가자마자, 그 녀석이 한 행동은 충격적이였어.

갑자기 교복 셔츠며 티셔츠며 풀어헤치더니 전라상태로 누나를 끈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거야 ㅋㅋ

내가 저 새2끼가 미쳤나..하고 봤는데, 보니까 녀석의 몸은 붉게 칠해져있었는데

등을 보니까 아옼ㅋㅋㅋ 'N' 이라 적혀있더라고..

녀석은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한 혜선이 누나에게 달려가 거칠게 껴안더니

"찾았다 S극."

이러는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후, 착하기로 유명한 혜선이 누나가 너무 불쾌했던지 녀석을 성추행으로 신고해 경찰서를 보냈어.

그 날 경찰서에서 아마 인철이랑 그 부모님, 할머니,이모가 피해자에게 빌고 또 빌어

출소할 때 일가족이 네발동물이 되버렸기에, 겨우 피해자 측의 선처를 받을 수 있었지.


아무튼 그런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걔가 학원을 나왔더라고.

나랑 응목이가 녀석에게 다가갔고, 나는 진짜 놀라서 물었지.

"야..너 용자다..나 너 끊을줄 알았는데."

카니까, 걔가 그러더래.

"난 누나에 대한 나의 마음을 자석의 끌림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건데, 전달되지 못한것 뿐이잖아."

그러고는 쿨한표정을 짓고있는데, 가만히 정색하고 있던 응목이가

"어유...병1신..."

이라는거얔ㅋㅋㅋㅋ 그러더니 

"이거 총선풍자한거 아니다. 그냥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해석해 병1신아. 난 지금 화장실로 갈거야.
왜 가냐고?! 항문 열어서 똥 내보내려고 간다! 이 병1신새1끼야!!"

그러면서 조용히 뒤를 돌아, 문을 열어 화장실로 가는데...레알 패기가 넘치더라고...;;

인철이는 그런 응목이의 모습을 초점없는 눈으로 응시하는데, 

그런 녀석의 얼빠진 표정은 최초이자 마지막이였던걸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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