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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계피가좋아님 펌)눈을 뜨지마(브금)
게시물ID : panic_290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디뭐하지
추천 : 0
조회수 : 16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30 23:07:14
밤중, 혼자 몸을 누일때면 눈을 뜨는게 두렵지 않으세요? 눈을 뜨면 무언가 있을 듯한 느낌에 저는 항상 눈을 감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눈을 뜨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요. "3000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200원 입니다." "아, 예" "안녕히 가십시요." 딸랑딸랑 나는 편의점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길거리로 나왔다. "휴- 오늘도 저녁은 이런 것 뿐이구나." 내용물을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봉지를 뒤적거리며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돌려 휘적휘적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집으로 가는 길은 번화가와 골목길을 지나면 있다. 그 중 골목길은 3번 꺾이는데, 어두침침 한 것이 꼭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아 조-금 무서워서, 휘파람을 부르는게 꼭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골목길을 지날 때였다 푸스스 "으악!" 바로 옆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휘파람을 불고있던 입은 비명성을 토해냈다. "깜짝이야, 뭐가 떨어진거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놀란 내가 창피해서였을까, 나는 옆에 아무도 없음에도 혼잣말을 하면서 무엇이 떨어진 것인지 살펴 보았다. 벽에서 떨어 진 듯한 조각은, 주변이 어두워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촉감으로 봐서는 콘크리트와 비슷했다. "돌덩이...?" 창피한 기분이 든 나는 도망치듯이 골목길을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택이 밀집한 곳이 나왔다. 내가 사는 곳이 저 곳이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들어갔다. 나를 반겨주는 것은 차가운 냉기. 봄이 지나가는 때였지만, 오히려 초봄처럼 추웠다. 침대를 정리하고, 씻으러 갔다올 동안 충분히 따듯해 질 수 있도록 전기장판 온도를 올려놓았다. "으- 개운하다." 털석! 몸을 제대로 닦지도 않고 옷을 챙겨입은후, 불을 모두 끄고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다. 나에게는 몇 가지 징크스라고 할까, 침대에 누울 때 꼭 지키는 것이 있다. 발이 침대를 넘지 않을 것,발까지 이불을 덮을 것,잠을 자려고 할 때는 눈을 뜨지 않을 것. 이 세가지이다. '아 맞다. 우유 냉장고에 안 넣어 놨는데'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눈을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인 하얀 얼굴의 여자가 내 눈앞에 있었다. -- "으아-아아악!" 순간 눈을 감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눈이 뜨였다. 그런데, 앞에 있어야 할 귀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방 안의 전자시계의 빨간 불빛만이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는 잠시 후 꿈이란 것을 알아 차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정말 기분나쁘네, 잠도 못자게 이게 뭐야 정말."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며 머리를 식히고 있을 무렵, 우유생각이 났다. "맞다, 우유 안 넣어놨지. 아-정말 고것 때문에" 그리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나의 눈 앞에 검은 그림자가 스쳐 보였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눈이 감겼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죽은듯이 멈춰 서 있었다. 혹시라도 뒤에 꿈에서 나온 귀신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근처에 불편하게 걸쳐있는 컵을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수 분동안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 잘못 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자 슬슬 눈이 뜨였다. 하지만 나의 눈은 정확했다. 너무나도. 작게 뜬 눈 앞에는 얼굴을 바싹 댄 검은눈의 여자가 있었다. 비명을 지를 여력도 없었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 아침을 알리는 모닝콜 소리와 함께 정신이 들었다. 차가운 방바닥 아래에서 누워있는 나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피곤해- 너무.." 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아르바이트 라는 것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대타도 찾긴 늦었다.] 대충 씻고, 대충 입은 후 밖으로 나갔다. "아- 바깥은 시원 하구나! 흐음" 나는 폐속 깊이 신선한 공기를 내쉬며 아르바이트를 할 음식점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어젯밤 일들이 생각이 났다. 바닥에서 자고 있던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이것 저것 생각하며 걷다보니. 골목길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뭐 때문에 놀랐었지?" 왠지 궁금해져서 정확히 어느지점인지 생각이 안나, 땅을 보면서 무언가 부서진 것이 있나, 찾아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 부스러기들이 널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쯧- 벽이 다 부셔졌구만, 이 사람도 왠만하면 수리좀 하지, 사람 위험하게" 역시 콘크리트가 맞았다. 골목길은 양쪽이 낡은 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한 집의 벽이 금이 가있고, 그 사이에서 흘러나왔는지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뭔가 그슬린 흔적도 있었다.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였기에, 나는 가던길을 재촉했다. "하여튼 부려먹기는 제대로 부려먹어-" 아르바이트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꼬박 반나절을 일해야 한다. 일당은 6만원으로 어느정도 괜찮은 편이였지만, 주인아주머니의 구박이 조금 심했다. 오늘도 역시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 Tv를 본 뒤,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눈 뜨지말자.. 왠지 기분이 별로네.' 어제의 영향덕분일까? 잠을 제대로 자려면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줘* '응?'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으려고 집중했지만, 또 들려오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그때였다. 이전보다 더 큰소리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줘* "아- 시끄럽게-" 일어난 순간 나타났다. 온통 검은 눈을 치켜 뜬 여자가. *꺼내줘!!!* 이제는 확실히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검은눈의 여자는 바로 옆에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공포감에 휩싸여 덜덜 떨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흐아악!" 막 현관에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인간의 피부라고는 볼 수 없는 흉칙한 모습을 띈 손이 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순간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않고 울며 오줌을 지렸다. 하지만 여자는 이대로 물러갈 생각이 없었는지 오금이 저리는 얼굴로 나의 어깨를 잡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꺼내줘!!!* 어떤 말을 해도 여자는 꺼내달라는 말만을 계속했다. 비록 육체적 고통은 없다고 해도, 그 목소리와 얼굴을 보고있자니 내가 겪어왔던 그 어떤 고통보다도 참기 힘들었다. 계속된 귀신의 외침에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꺼...꺼내드릴테니 그만하세요. 흑흑" 그런데, 나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여자는 뒤로 튕겨저 나가듯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모든게 거짓말이었다는 것 처럼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여자의 외침이 더 이상 들리지는 않은 것 만큼은 알았다. 나는 여전히 패닉상태에 빠져서 계속 똑같은 말만은 되풀이했다. 아침이 올 때 까지 나는 말하고, 또 말했다. "....." 겨우 햇빛이 강하게 들어올 점심무렵이 됬을 때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저분해진 몸을 닦은 뒤에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여자가 또 나타날 것 같았다. 터벅터벅 고개를 푹 숙인채 시내로 향하던 도중, 다시 내가 놀랐던 골목길이 나왔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지라,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왠지 나를 목이 강하게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멈추어 설수 밖에 없었다. "에?" 이질적인 느낌에 벽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깨져있는 벽은 아무래도 수리할 생각이 없는 듯 방치되어 있었다. 한참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부서진 곳의 안쪽에 무언가 눌러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빨려들듯. 나는 그 곳에 손을 가져가 댔다. 그리고는 *꺼내줘* 분명히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주먹이 벽을 향했다. 손등이 까지고 피가 터질 때 까지 계속해서 쳤다. 툭. 분명 나의 주먹질에 부셔질리 없는 콘크리트였다. 그런데, 오히려 주위에 금이 쩍- 하고 가면서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사람머리만한 구멍이 뻥 뚫린 후였다. 혹시 누가 보기라도 했을까, 나는 급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밤이 깊었지만, 도저히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집에 들어가 그 여자를 또 보게 된다면 그 때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관방을 얻을만한 돈은 없고, 아직 날씨가 추워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하려고 했지만,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밤중이라 그런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별 수 없는 건가.' 나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퀴퀴한 냄새가 온 방에서 났다. 일단 불이란 불은 모두 켜고 창문을 다 열었다. 그리고 잠들지 않으려고 Tv, 컴퓨터, 라디오 소란스러운 것은 모두 켜 놓았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참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잠이라 나는 슬슬 잠들 수 밖에 없었다. ♩~♩~ '모닝콜인가..' 아침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힘차게 방안을 울렸다. 그와 함께 나는 잠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굳었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에 기뻐했다. 'Tv, 끄고 잤었나?' 이불을 정리하다가, 어제 밤에 전등과 전자제품을 켜고 잤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래서 모두 끄려고 할 생각으로 움직였지만, Tv와 컴퓨터, 라디오와 전등 모두 꺼져있었다. 비몽사몽이었던 지라, 정확히 기억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마 껐던 것 같다. ♩~♩~♩~♩~ "전화?" 모닝콜인 줄 알았지만, 친구가 저녁에 건 전화를 보고 나에게 건 것 같았다. "여보세요?" 나의 진이 빠진 목소리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 어제 얼마나 무리를 했으면 목소리가 그렇냐-!" 장난끼가 가미된 목소리였다. "뭔 헛소리야?" 내 반문에 한참을 웃던 친구는 웃음이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제말이야, 니가 전화 몇통화나 했잖아.마침 근처에 있어서 혹시 무슨일 있나 하고 너희 집까지 갔지, 아니 그런데 나의 친구님의 집에 검-은 생머리의 여자분이 들어가시는게 아니겠어? 내 친구님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그 길로 돌아갔지- 충분히 즐기긴 했냐?" 툭 손에 쥔 힘이 빠지자 핸드폰은 아래로 떨어졌다. "여보세요- 야 - 듣고 있냐?" 떨어진 핸드폰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현관문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는 문이 잠기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순간 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나는 어제 집에 들어와서 분명 문을 잠그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잠금장치를 카드식으로 바꾸려고 했을 만큼 문단속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자도 손쉽게 나의 집으로 들어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다. 결국 문이 잠겨 있다는 것은 그녀가 열쇠를 얻은 뒤 문을 잠그고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그녀가..그녀가 지금 우리집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와!! 누구야!!" 나는 방에서 급히 단소 하나를 들고 소리쳤다. ........ 하지만 나의 숨소리를 제외하면 정적에 가까웠다. 그래도 방심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방안을 보는 상태로 현관문쪽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끼익 오른손에는 단소를 들고 왼손은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바로 밖으로 뛰었다. "아야!" 그런데 나의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가로막혔다. 현관문 밖에있던 누군과와 부딪혀 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어 모습을 확인해 본 순간 떠오르는 것은 친구의 전화통화였다. '검은 생머리의 여자분이 들어가시는게 아니겠어?' "다.. 당신 누구야!" 검은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를 앞에 세우고 단소로 위협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나의 심각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표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나를 향해 말을 꺼냈다. "아- 저,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요." 분명 그 것은 평범한 20대 초반 여자의 목소리였건만, 나에게는 그저 독사의 치르르대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러서!"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보고 뛰었다. '도움을 청해야한다. 도움을..' 목표는 경찰서였다. 나는 순식간에 골목길을 지나 시내로 나왔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경찰서가 어디에 있냐는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여기 사람이 아니다, 모른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하려고 시도했지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가까운 슈퍼옆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가 112를 누르고 지금 상황을 말했다. 경찰은 일단 경찰서 위치를 알려 줄 테니,와서 자세한 경위를 말하고 보호를 받으라고 말하였다. "휴..." 어느정도 안심이 되자 허기가 몰려와 가까운 편의점 의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경찰서에 가기로 하였다. 잠시 후 나는 편의점 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삼각김밥 하나를 먹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여자의 목소리가 인사를 표하자 괜스리 깜짝 놀라 의자를 밀쳐내며 일어섰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니, 갸름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가 품에서 짙은 썬글라스를 쓰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잠깐 앉아도 될까요?" 여자의 말을 들은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그대로 내어 놓은 채 대답했다. "아- 예, 그러세요. 저도 이제 막 다먹은 참이라 갈 생각이였어요." 막 자리를 정리하고 비켜주려던 차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 잠깐 앉아보세요." 그녀가 의외의 대답을 하자 혹시 내가 아는사람인가 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도저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그녀가 빨리 앉으라는 손짓을 하자 거부하기도 그래서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당신, 저희 언니랑 아는 사이신가요?" 그녀가 뜬금없는 말을 꺼내자 나는 그녀가 사람을 잘못봤다고 생각해서 그녀에게 말하려는 순간 그녀가 품 안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 언니는 죽었어요. 이게 생전 사진이구요." 그 사진은 분명 익숙한 실루엣이였다. '어디서 봤더라..' 스륵 "어?" 그녀는 머리를 묶었던 고무줄을 풀어헤치고 머리를 한번 흔들었다. 나의 동공은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나와 마주보고 있는 그녀가 누군지 생각났다. `아- 저,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요.` 검은 생머리의, 그녀였다. "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면서 말했다. 그런 행동을 본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나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슥 그녀는 이번에도 또 한장의 사진을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자, 이제 누군지 알겠죠?" 사진속에는 검은 눈과 불에 녹은듯 기이하게 일그러진 피부를 가진 한 여자가 있었다. 분명 그 사진속의 존재는 밤마다 나를 끔직한 몇일동안이나 괴롭혔던 그 귀신이었다. 난 사진을 본 순간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말했다. "그.. 그.. 귀.. 귀신" 몸까지 덜덜 떨면서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그 끔직한 사진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태평하게 나에게 사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언니였어요. 언젠가 납치되서 이렇게 발견되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일주일 전부터 언니가 그런 모습으로 제 꿈에 나와서는 한참을 지켜보더군요. 처음에는 기겁을 했지만, 그런 일로 억울하게 죽은 언니가 이리도 원통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고 넘겨왔지요. 근데 3일전부터 남자 한명과 함께 나란히 서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놀랐지만, 옆에있는 사람이 낯이 익어서 누군가 했더니, 같은 빌라에 사는 분이셔서 이렇게 찾아 뵙게 된 거에요." 같은 빌라에 산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분명 낯익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서서는 그녀의 말을 듣고 떠오른 궁금한점들을 물어보았다. "설마 그렇다고 제 집에 들어가신 것은 아니겠지요? 거기다 저는 언니되시는 분과 말 한번 해 본적, 아니 얼굴 한번 마주친 적도 없어요. 그러니 제 앞에 나타날 이유가 없다구요." 그녀는 내 말에 약간 움찔하는 듯 하더니 썬글라스를 벗고 미간을 찌푸린채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전 당신 집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 아까 한번 마주친게 전부라고요. 아무리 제가 갑작스럽게 찾아오긴 했지만 그런식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하죠." "예? 하지만 어제 밤에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저희 집에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내가 당황하면서 대꾸를 하자 그녀또한 무엇때문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 분명 그 여자 저희 언니일거에요." "하지만 언니분은 죽었.." 나의 말을 끊고 그녀가 충격적인 한마디를 내밷었다. "언니와 저는 쌍둥이에요." "...."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리고는 다리가 풀려 그자리에 주저않았다. 온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얼굴은 점점 하얗게 변색되고 있었다. 완벽히 패닉상태에 빠진 나를 그녀가 어깨동무해 의자에 앉혀놓고는 어느정도 정신이 수습될 때 까지 가만히 지켜봐주었다. 등이 땀에 축축하게 젖어 달라붙었을 무렵쯤 나는 공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는 팔장을 끼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눈이 없었어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 얼굴에 팔을 기대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나도 그녀가 한 말이 무슨의미인지 생각하고 있던 중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일주일 전, 분신을 했는지, 타살이었는지는 몰라도 언니는 전신에 걸쳐서 심각한 화상을 입은채로 숨져있었어요. 피부는 녹아내리고, 머리카락은 모두 타고- 말로 설명 할 수 없을만큼 끔직했지요. 그리고 시신을 옮기려고 할 때, 그나마 온전하다고 들은 얼굴이라도 찍어 놓으려고 장례식장안으로 시체를 옮길 때 부탁해서 사진 한장이라도 남겨달라고 했지요. 부탁받으신 분이 나올 때에 마치 온 몸에 벌레가 지나가듯 이상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넘겨주실 때, 왜 그랬는지 사진을 보고 이해가 갔어요. ....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보는 순간 전 기절할 뻔 했어요. 사진에 언니는 눈이 없었거든요. 감쪽같이 사라져 검은색만이 그 공간을 매우고 있었거든요." 그녀가 말을 끝마치자, 나와 그녀는 침울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소름 끼치긴 하지만 귀신을 만났을 때를 회상해 보니 확실히 눈알 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었었다. 마치 눈에 페인트를 칠 한듯 검은색의 넒은 공간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정신을 추스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그 것이 저와 무슨 관계가 있다라는 것- 입니까?"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연관은 있겠지요. 이제 어느정도 사정을 알았으니 제쪽에서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러도록 하세요." 그녀는 백 안에서 음료수를 꺼낸 후에 목을 축인 뒤 질문을 시작했다. "요즘 주위에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길게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은 3일정도로 잡아서 떠올려 보세요." "글쎄요.. 아르바이트 외에는 딱히 그렇다 할 일은 없었어요. 아!" 나는 생각이 나지 않는 통에 괜히 손을 보았는데, 그 때 벽을 쳐서 까진 손등의 상처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고, 이상하게 보일까봐 말을 할지 안할지 고민을 했다. 그녀는 내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재촉했다. "음.. 그럼 사소한 일이라도 좋아요. 다만, 평소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말씀해 주세요." .... 나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저희 빌라로 가는 골목길에 금간 집이 있어요. 조금 이상하게 보이실지 모르지만 어제 그 곳에 주먹질을 좀 했어요." 나는 조금 머쓱한 듯이 말을 하다가, 잊고 있었던 하나를 기억해 냈다. "아- 그러고 보니 소리가 들렸어요. 꺼내줘 라는 목소리였는데.. 음- 그 때 한참 신경이 예민해서 그랬을 지도..."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다시 음료수로 목을 축이더니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일단 가보죠. 특별한 것이 아닐지라도, 뭔가 의미는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아 예, 예" 나는 그녀와 발을 맞추며 골목길로 향했다. "여기..입니다만." 나는 흉하게 뚫려있는 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나와 벽을 번갈아서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기요- 이 집 주인은 있는 거에요?" 그녀의 말을 듣고보니, 나도 집주인의 존재에 의문이 들었다. 이만큼 소란이 있었으면 분명 주인이 나타나서 벽을 수리를 했던지, 신고를 했던지 무슨 조치를 했을텐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있을지도.." 쾅쾅쾅 " 계세요?" 그녀가 내 말을 듣자마자 출입문의 초인종을 찾더니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괜히 식겁해서 그녀를 말렸지만 그녀는 사과도 할 겸 주인을 만나보는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말했다. 쾅쾅쾅 하지만 몇분이 지나도 집주인은 나타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외출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일단 돌아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가 무작정 문을 열어버렸다. 잠겨져 있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들어가지 않는게 좋을텐데요." "네?" 그녀가 잘 듣지 못했는지 반문을 했다. 나는 내가 말하고도 깜짝 놀라서 대충 얼버무린 뒤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폐가와 다름없었다. 사방에 쳐진 거미줄, 퀴퀴한 먼지냄새 어딜 보아도 사람이 살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나는 어차피 별로 얻을 것도 없는데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그녀를 회유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잠시만 더 돌아보자고 하였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이질적인 느낌이 들고 기분이 나빠져 갔다. 분명 밖에서는 17평이 될까 말까한 집이었는데, 안은 정말 넓었다. 이 정도 크기의 폐가라니, 왠지 소름이 끼쳤다. "바닥좀 보세요. 이상하지 않아요?" "네?" 그녀의 말에 바닥을 보았지만 그다지 이상한점은 찾아 볼 수없었다. 내가 고개를 들고 멀뚱히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르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제서야 그녀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발자국?" "이상하지 않아요? 이정도로 오래되 보이는 폐가에 찍힌 발자국이라니. 거기다 저 앞에까지 계속 찍혀있어요. 우리 말고도 누가 왔다니, 무슨 목적이었을까요?" 분명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목적. 언니에 대한 단서를 찾는데에는 별로 연관성은 없어보였다. 괜히 쓸데없는 일에 관계 될 것 같아서 그녀를 설득했다. 그러자 그녀가 반문했다. "제가 말 하지 않았나요? 언니는 이 골목길에서 발견되었다고." 나는 그녀의 말에 심장이 뛰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왜 내가 벽에 구멍을 하나 뚫은 것으로 이 골목길에 오자고 했는지 이해했다. "그러니까, 조그마한 일 하나라도 언니가 엮여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요. 적어도 이 골목길에서는 말이에요. 아 여기가 끝이네요." 그녀의 말과 같이 폐가의 복도같은 방이 끝났다. 더 이상 나갈 길이 없자 그녀와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음" 어느샌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을 보고 있길래 나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확인하려고 그녀 옆에 섰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앞을 가르켯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의 벽을 발견했다. "이거 문고리 같은데요?" 원래 그렇게 디자인이 됬었는지, 시간이 지나 폐가가 되면서 이렇게 된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문이었다. 멀리서 보면 조금 어긋난 벽으로만 보일만큼 주위의 벽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있엇다. "어떻게 하죠?" 그녀와 나는 문앞에 서서 들어 갈 것인지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의견을 나눈 의미도 없이 결과는 뻔했다. "열죠" 끼이이이익 녹슬만큼 녹슨 경첩때문에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나는 괜히 긴장이 되서 뻣뻣하게 서있었다. "여기인가 보네요." 휑하니 구멍이 뚫린 벽에서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방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원인인 구멍일 것이다. 나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오늘은 그만 나가죠." 그녀는 내 말을 들은 체도 안하고는 방 여기저기를 구석구석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슨 이상한 것을 보았는지 표정이 이상해져서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 이. 이.. " 털썩 그녀는 다리가 풀렸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앞에는 화장대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는 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얀 쿠션에서 썩어가고 있는 두 눈알이 있었다. 나는 그 끔찍한 장면에 눈을 질끈 감았다. ...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입에선 내 의식과는 상관없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니까 나가자고 했잖아." 퍽 밤중, 혼자 몸을 누일때면 눈을 뜨는게 두렵지 않으세요? 눈을 뜨면 무언가 있을 듯한 느낌에 저는 항상 눈을 감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눈을 뜨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요. 왜냐면, 눈을 감았을 때 모든게 끝이 나거든요. 눈을 떴을 때에 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도록.. "이제 눈을 뜨면 끝나는 거야. 그러니까 애초부터 네가 배신만 안했어도 이런일은 없었잖아." 눈을 뜨니 나는 침대에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검은 생머리의 그녀가 있었다. "어? 분명 아까까지 그 폐가에.." 나는 폐가에 있었다는 생각만 날 뿐 정확히 어떠한 경위로 여기에 있게 된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영문인지 물어보자 그녀는 마치 가래가 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꺼내달랬잖아.* 나는 그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너.. 넌 누구야-! 두.. 둘다 태워버렸는데 있을리가 없어-!" 그녀는 그의 말에 얼굴에 횡하니 비어버린 두 검은 공간이 마치 눈이라도 되는양 빛내며 그를 응시했다. *하나는 옆.. 그리고.. 위* 옆을 보니 흉하게 일그러진 화상을 입은 하나의 시체가 있었다. 뚝뚝 위에서 물방울같은 촉감의 무언가가 떨어졌다. 순간 그녀가 말했다. *눈을 뜨지 마세요. 그 순간 볼테니까. * 그는 위를 보았다. 눈을 떴다. 그 곳엔 있어야는 안되는 목을 맨 내가 보였다. 출처 웃대 - 상희서원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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