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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290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디뭐하지★
추천 : 0
조회수 : 16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30 23:10:59
달빛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깊은 밤.
술에 취한 듯한 사내가 휘청휘청 다가온다.
"너.. 너때문이야.."
그 사내는 신호등을 부여잡고 소리치기 시작한다.
"너. 너때문이라고 !! "
신호등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네가 신호를 잘못 보내서 우리 부모님이 죽었어!! 살려내 , 살려내!! "
하지만 신호등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네가.. 네가 죽였다고.. 우리 부모님을.. "
사내는 또다시 어딘가로 휘청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한다.
신호등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하아~ 그 사람들을 내가 죽인건가.."
"풉 , 웃기지 말아. 그사람들이 잘못 온거지 킬킬"
"그렇고 말고 크큭, 걔네가 잘못온걸 우리가 어쩌라고. 키킬"
아름다운 여자와 한껏 차려입은 남자가 노래방에서 얘기를 나눈다.
남자는 시선이 없는 마냥 여자의 가슴을 마음껏 주물럭 거린다.
"간지러워 크큭"
"아무튼.. 우리한테 피해가 가는 건 없겠지? "
"그렇겠지. "
또다시 두남녀는 뭉기적 뭉기적 거리다가 17번 방에선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
"네가.. 네가 죽였지.. 딸꾹.. "
오늘도 그 사내다. 똑같은 신호등을 부여잡고 외친다.
"우리부모님~ 네가 죽였지. "
오늘은 더욱 술에 쩔어있는듯하다.
그래도 신호등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내는 뭐라 중얼대더니 또다시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때,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
"자, 우리 어디로 갈까~"
노래방에서의 그 남자다.
"우리 베스킨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
"좋지. 거기가 어딘데? "
"저기 ."
여자가 반대편 방향을 가르킨다.
"꽤 머네."
"저게 뭐가 멀어. 그냥 걸어가자."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릴려던 남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신호를 기다린다.
"파란불이다."
"저기라고 ? 뭐가 그렇게 멀어."
신호등은 깜박거리기 시작한다. 얼른 건너라는 표시다.
"자기, 신호꺼지겠다. 얼릉 가자."
"응."
남자와 여자는 손을 꼭 붙잡고 횡단보도를 걸어간다.
중간쯤 왔을까 ?
꺄악 -
하는 비명과 함께 남자와 여자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털썩 -
아무런 미동도 없이 미친듯이 혈흔만 뿜어내는 남자와 여자다.
"경찰불러 경찰!! 사람이 죽었어."
삐- 요 - 삐- ..
경찰차가 어느새 달려오고 뒤에는 구급차도 따라오고 있다.
간단하게 몸을 살펴보더니 의사로 보이는 사람은 고개를 휘휘 젓는다.
'사망? '
'네.'
무언의 표시로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더니 한 경찰은 남아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차와 구급차는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사라졌다.
" 목격하신분 ? "
"저요, 저요."
많은 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던 엄마는 아이의 눈을 가린채 황급히 사라졌다.
"그래, 왜 사고가 난겁니까 ? "
"저 남자랑 여자가.. 신호도 바뀌지 않았는데 뚜벅뚜벅 걸어가더라구요. 뒤에서 소리를 질러도 대답을 하나.. 그러다가 중간쯤에서 사고가 터진거죠.."
"가해자는 어딨습니까 ? "
그말이 떨어지자 한 남자가 고개를 조아리며 나온다.
"죄..죄송합니다.."
"당신이 가해잡니까 ? "
"예..예.."
"어떻게 된겁니까 ? "
"그게.. 4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하나 여자하나가 튀어나오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잠시만, 40km 요 ? "
"네.."
"맞아요! 제가 달리는 거 봤어요."
또다시 웅성웅성.
"그럼.. 왜 죽은거지..? "
"전 어떤 처벌을 받습니까.."
이미 각오했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는 사라진 그 남자다.
"일단 형벌은 가벼울겁니다. 당신은 잘못이 없어서.. 일단 같이 가주시죠."
남아있던 경찰차를 타고 그 남자와 경찰은 사라지고 도로에서는 한차례 토론이 벌어졌다.
-
"네가.. 죽였지.. 딸꾹딸꾹.."
신호등은 빨간색으로 바뀐다.
사내는 또다시 중얼 거리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17번방의 남자와 여자는
차가운 영안실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꺼.. 꺼내줘!!"
659번,660 번의 두곳의 공간에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는 남자와 여자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
여자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던 손은 툭 - 떨어지고 결국은 둘다 숨을 멎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지면 그들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게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외치던 사내에게 할 수 있는 신호등의 유일한 배려였으니까.
출처
웃대 - 복잡하네시발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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