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강성원 기자] 오는 15일 스승의날을 앞두고 교사 43명(해직 교사 1명 포함)이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의 실명을 밝힌 43명의 교사들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의 탐욕을 저지하고, 무능과 무책임, 몰염치, 기만과 교만에 가득 찬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후 선장의 행태를 두고 '살인 행위'라 했는데 그렇다면 자본이 배후 조종하고, 박근혜 정권의 묵인과 방조 속에 발생한 살인 행위는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교사인 우리는 교사의 '존재 이유'였던 모든 이들이 다시 살아와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서 환한 모습으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가만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재난주관방송인 KBS를 비롯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도하는 언론을 정부가 통제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국가 재난 시 모든 정보는 온 국민이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재난을 한시바삐 극복해야 하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언론통제 문건'을 통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고 우롱했다"며 "정권이 던져주고 언론이 그저 받아쓴 정보를 제외한 다른 정보는 유언비어로 취급하고 언급 조차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눈과 귀, 입을 틀어막았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박근혜 정부, 세월호 '보도통제' 문건 만들었다)
▲ 13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43인 선언
이들은 또 교육부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교사)의 집회 참여를 용납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권을 향한 희생자 가족과 온 국민의 분노를 오직 추모 분위기에 가두고,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이 두려워 억지를 써서라도 막아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정권을 향해 책임을 묻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책임 회피를 보면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오는 14일에는 서울지역 교사들을 중심으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고 넋을 기리는 3보1배와 촛불행진이 진행될 예정이다. 15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전국교사대회와 세월호 참사 올바른 해결 촉구 교사선언이 이어진다.
다음은 교사 43명이 청와대에 올린 선언서 전문이다.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
세월호 침몰로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에 함께 합니다. "이 구명조끼입어" "기다리래" "헬리곱터 왔다" "기다리라 해놓고 아무 말이 없어" 그리고는 배 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배는 가라앉고 있지만 아이들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위로하면서 곧 구조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헬리곱터가 왔고, 기다리라 했으니 기다리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라 해놓고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누구도 와주질 않았습니다. 기다림이 공포로, 절망으로, '살려 달라'는 절규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기가차서 말문이 막힙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한 청소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목숨을 걸었다'며 청와대에 글을 올려 대통령을 질타하였습니다. 취임식에서 국민 앞에서 준수하겠다던 그 헌법을 어긴 대통령,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규제완화로 철도・병원・학교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여 국민의 공공 안녕을 해치려는 대통령, 세월호 침몰에 대한 유체이탈 책임 회피가 전부인 대통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어떤 시민은,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을 학생들 앞에서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람을 살리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부의 수반으로, 책임조차 질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했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함께하는 이들이 모두 나서서 '가만있지 않겠다'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각, 유가족들은 '왜 한명도 구하지 않았느냐'고 오열하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근본 책임을 박근혜 정권에게 묻고 있습니다. 누가 책임져야 하겠습니까. 국가 재난 시 모든 정보는 온 국민이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재난을 한시바삐 극복해야 하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을 연상케 하는 '언론통제 문건'을 통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고, 우롱하고 했습니다. 정권이 던져주고 언론은 그저 받아쓴 정보를 제외한 다른 정보는 유언비어로 취급하고 언급조차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눈과 귀,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전원 구조했다던 배 안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늑장 구조의 책임은 해경과 행정부서, 민간구조업체 커넥션으로 몰아 '꼬리' 자르려 하고, 사람 생명보다 이윤, 돈을 우선시하는 자본의 탐욕은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소유주와 그 일가의 부도덕성 파헤치기에 묻혀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후 선장의 행태를 두고 '살인 행위'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이 배후 조종하고, 박근혜 정권의 묵인 방조 속에 발생한 살인 행위는 누가 책임져야 하겠습니까. 도대체 교사인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최근 교육부는 세월호 관련 추모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교사)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전국 모든 학교에 공문 발송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희생자 가족과 온 국민의 분노를 오직 추모 분위기에 가두고,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해 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희생당한 이들이 추모 속에 다시 살아오는 것이 두려워 억지를 써서라도 막아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정권의 묵인 방조와 자본의 탐욕이 만들어 낸 참사가 어디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뿐이겠습니까. 용산, 평택 쌍용자동차, 밀양 등에서, 그리고 삼성, 현대 등 자본의 이윤 앞에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또 얼마나 됩니까. 그 뿐이 아닙니다. 자본의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 대학 학자금, 생활고, 입시 경쟁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됩니까. '구조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정권을 향해 책임을 묻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고, 그로인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책임 회피를 보면서, 아직도 생사조차 모르는 이들이 춥고 어두운 배안에 갇혀 있는데도 치유와 대책 마련을 먼저 강조하는 언론의 '잊어 달라'는 노골적인 주문을 보면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또 제자의 '목숨' 건 용기 앞에 교사인 우리는 도대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교사들에게는 '존재 이유' 이고, 한 때 '존재 이유'이기도 했던 이들의 '살기 위해 죽어가는 삶' 앞에 교사인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희생당한 이들이 다시 살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들이 다시 살아오는 날은 자본의 탐욕이 멈추고, 정권이 더는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언론이 정권과 자본의 나팔수가 되어 그들의 '받아쓰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자금이 없어서, 먹고 살 앞날이 불안해서 아이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다 죽지 않아도 되고,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더 이상 입시 경쟁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스스로 인간으로 서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그 날이 오는 길에 박근혜 정권은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퇴진해야 합니다. 이에, 교사인 우리는 교사의 '존재 이유'였던 모든 이들이 다시 살아와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서 환한 모습으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가만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의 탐욕을 저지하고, 무능과 무책임, 몰염치, 기만과 교만에 가득 찬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설 것임을 선언합니다. 앞으로 살아있는 날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욕되지 않도록 함께 나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