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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선택 2014’ D-1, 후보자 최종 리포트
게시물ID : muhan_283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14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4/05/21 10:35:48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4051616287289412

MBC <무한도전>의 위기다. 한때 30%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몇 주째 10~11%대에 머물러 있고, 더 이상 신선하거나 재미있지 않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방송된 지 9년째에 접어든 예능프로그램이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한도전>은 과감하게 새로운 리더 선출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 5월 3일부터 3주 동안, 여섯 명의 멤버들은 프로그램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로 선출되기 위해 각각 공약을 내세우는 한편 유세 활동에도 나섰다. 그리고 지난 17일, 최종 후보는 정형돈과 유재석, 노홍철로 압축되었다. 선거 D-1일인 오늘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냉철한 시선으로 후보자 최종 리포트를 작성했다. 각 후보의 전략 및 이미지 메이킹 스타일을 평가하고, 지지율 추이를 예상해보았다. 또한 선거 기간 동안 온라인에서 이들의 이름이 얼마나 언급됐는지 측정했으며, 후보별 우세 예상 그룹도 정리했다. 투표하기 전, 가볍게 그러나 꼼꼼히 체크해보자.




1. 전략 및 이미지 메이킹 평가
정형돈
: 별다른 공약이 없다. “젊은 10년! 다이내믹 10년! 이노베이션 10년! 아이덴티티 10년!”이라는 구호를 정하긴 했으나 의미를 알 수 없고, 시청률 재난본부인 개그 “콘츄럴” 타워를 세우겠다는 말도 알맹이가 없다. 유권자와의 소통을 “소똥”이라고 발음하는 등 또렷하지 못한 말투도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포스터와 홍보 영상에서는 눈물이라는 소재를 차용했는데, 웃다가 울게 만들 만큼 웃긴 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톤 앤 매너가 너무 무겁다. 다만, 다 늘어진 회색 런닝과 푸르죽죽한 컬러의 팬티, 양말과 함께 신은 슬리퍼 등은 ‘평범함’이라는 후보의 캐릭터와 맞물려 의외로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약점이었던 누렁니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태도도 바람직하다. 

유재석: 반듯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미없는 멤버는 광화문에서 곤장을 치겠다거나, 변 연간 총량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으로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면서 해결을 향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다. 동시에 상대 후보인 정형돈까지 저격하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마저 더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동시대에 대한 감각이다. 유재석은 “진짜 위기는 (중략) 위기인 걸 알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다” 등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JTBC <밀회>를 패러디한 홍보 영상으로 빅 웃음을 주는 동시에 ‘시청자의 하인’이라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몸에 딱 맞는 수트, 감색 계열 컬러의 사용 등으로 신뢰감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단, 늘 봐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노홍철: 공약과 패션 모두 파격적이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후보자 등록 당시부터 블랙 스트라이프 시스루 셔츠와 환자st 팬츠를 착용해 복강경 수술로 몸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 시청자들을 부모님처럼 모시겠다는 열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후 일관된 시스루 의상으로 투명한 방송에의 의지를 표하고, 그린 컬러가 그라데이션 된 팬츠로 아들 같은 편안한 느낌을 연출하며 출마 초반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번 흉점(胸點)이 노출되곤 하나, 개의치 않는 태도 또한 노 후보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발 빠르고 과감한 행동력이다. 생판 남인 시민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가는 모습은, 멤버들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노 후보의 공약이 공약(空約)이 아님을 증명한다. 거의 알몸으로 출연한 홍보 영상만큼이나 직관적인 전략인 것이다. 

 


2. 지지율 추이 (예상)
정형돈
: 함께 가는 동료가 많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초반 선호도는 유재석, 노홍철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낮았지만, 자신의 방송 기반을 활용하여 아이돌을 대거 끌어들이는 전략이 유효했다. 그룹의 수많은 멤버들과 셀 수도 없는 팬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인피니트 멤버들과 지드래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며 강력한 당선 후보로 떠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성규의 지지 철회로 큰 타격을 입게 될 듯하다. 각각 2, 3, 4%의 사전 지지율을 갖고 있는 하하, 박명수, 정준하가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


유재석: 의외로, 원래부터 받고 있었던 신뢰감 외에 지지율을 상승시켜줄 만한 요인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후보자 검증 단계에서 32km/h로 차량을 운행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 30km/h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결국은 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다만 막판 스퍼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지를 약속했던 박명수의 배신으로 도리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 <무한도전> 사전 투표장을 찾았던 박원순 서울 시장의 지지 암시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변수가 있다면 멤버들의 몰래카메라를 공개하는 등 최종 토론에서의 자극적인 전략. 도덕적인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노홍철: 예상치 못한 당선 유력 후보다. 초반 선호도가 높았을 뿐더러, 개별 유세 당시의 적극적인 행동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편으로, 팔로워가 무려 140만 명에 이르는 EXO 세훈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식적으로 노홍철 후보를 지지한 것도 엄청난 플러스 요인일 듯하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느라 다른 후보들과 척을 지고, 사생활 공개가 최선은 아니라는 유재석 후보의 반론에 대꾸하지 못했으며, 사생활 공개로 고통 받는 스태프의 모습이 포착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적잖이 노출되었다.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의 당위를 끝내 찾지 못한 것이다.


3. 온라인 버즈량
정형돈
: 세 후보들 중 버즈량은 가장 적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들이 대다수인 점은 고무적이다. 아이돌 멤버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면서 ‘정형돈 지지’의 내용을 담은 트윗수가 비교적 많이 늘었다. 최종 토론 당시의 “이 사회의 절대 다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중략) 한 사람의 카리스마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닌, 절대다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이 감동적이었다는 반응들도 제법 있었다. 물론 아이돌 부대를 이용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큰 흐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소소한 반응이었다.

유재석: 실제 정치인과 연결하여 유재석 후보를 평가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는 반응들이 제법 많았다. 그만큼 유 후보 자체가 이번 선거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 중에선 강한 신뢰를 보이는 유권자들도 있는 반면,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연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 반응 역시 썩 좋지만은 않다. <무한도전> 외의 프로그램에서도 노출 빈도가 높은 후보라 버즈량은 제일 많지만, 결집층이 단단하다고 속단하긴 어려울 듯하다.

노홍철: 웃긴다거나 돌+아이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내세운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심지어 공약에 대한 불쾌함을 표하는 유권자들도 많아, 당선을 위한 긍정적인 여론 조성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제가 제시했던 공약들이 자극적으로만 비춰져서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안 갔던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는 노홍철 후보의 말이 민망해질 정도다. 의외로 시청자 게시판 지분율은 가장 높은데, 찬성과 반대가 반반 정도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4. 후보별 우세 그룹 (예상)
정형돈
: 아이돌의 대거 지지 선언 덕분에 특히 10대 여성들에게 많은 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하하의 지지로 10대 이하 유권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 표밭은 사실상 안개속이다. 다만 고향인 부산에서는 가장 큰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이며, 참모 박명수의 고향인 전라북도 군산과 하하의 고향 독일 슈투트가르트, 정준하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강원도 양구 등에서도 강세일 듯하다. 

유재석: 남녀 불문, 유력한 당선 후보다. 특히 똑 떨어지는 수트핏과 <밀회> 패러디 당시 착용한 까만색 터틀넥 티셔츠로 여성들에겐 섹시함의 상징이, 남성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몇 년째 변함없이 ‘초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어 10대 이하 유권자들의 표심은 대부분 유 후보에게 향할 전망이다. 중·장년층의 지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개별 유세 당시, 에어로빅 교실과 남성 목욕탕을 중점적으로 방문한 것은 유 후보뿐이었다. 지역적으로는 후보 본인의 고향인 서울과 참모 샘 해밍턴의 고향 호주, 샘 오취리의 고향 가나에서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석진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도 있으나,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므로 큰 지지를 획득하긴 어렵겠다.

노홍철: 노홍철 후보의 가장 강력한 표밭은 충청남도다. 그동안 어설프지만 성실한 사투리로 충남 거주민들과 충남 출신 국민들의 향수를 자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지금까지 보여준 화끈한 행보는 20~30대 청년들의 표심을 충분히 사로잡았을 듯하다. 무엇보다 노홍철은 세 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1,473,237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 유저다.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우 고창석을 닮아가고 있는 푸근한 얼굴이 중장년층에게만 좀 더 어필할 수 있다면, 당선도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5. 종합 의견
유재석 후보는 9년 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 왔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치는 동안, 프로그램의 질이 오락가락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유 후보 덕분이기도 하다. 현재 어떤 산만한 상황에서도 나머지 멤버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유 후보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10년을 열어야 하는 지금, 시청자들의 바람이 관성과 익숙함으로 유지되는 <무한도전>인지는 의문이다. 곤장을 때리고 변의 총량을 제한하는 등 심기일전한다 해도 궁극적인 변화를 일궈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역성을 꿈꾸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노홍철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도 크다.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노 후보의 각오와 기세야말로 프로그램의 현재에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감언이설에 쉽게 휩쓸렸다간, 나머지 멤버들의 출연 거부로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무한도전>만의 색깔이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 한편, 평범한 사람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정형돈 후보의 말은 곧 보통의 시청자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의의는 좋으나 선거 과정에서 정 후보가 보여준 우유부단한 태도, 두루뭉술한 공약 등은 프로그램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셋 중 새로운 리더의 자리에 가장 어울릴 후보는 누구일까. 선택은 한 번이지만, 결과는 10년 동안 지속된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한 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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