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팀 다 열심히 뛰었고 결과는 공평하게 나눠가졌다. 그런데 여기 들어와보니 가관고 아니다 정말
아르헨 덕분에 올라갔냐느니 그래서 기쁘지가 않다느니 허정무는 감독대접도 못받는다. 이런 비난들
애초에 우리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의심해 본다. 그리스전 이전에 16강만 올라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왠지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희망이 보였단 이야기다.
그리스전 2:0의 승리. 솔직히 운이 좋았으면 2-3골 더 넣을 수 있을만한 경기력 이었다. 그날 솔직히 걱정도 됐다. 괜히 우리나라 사람들 기대치만 또 높아질 까봐
아니나 다를까 아르헨전의 4:1 대패.. 솔직히 그렇게 질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4골중 3골은 어부지리로 먹혔고 첫골이 너무 좋지 않게 먹혀서 더욱 그랬다.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허정무는 불과 5일만에 역적이 되어버렸고 염기훈, 오범석은 대역 죄인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들이 잘했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아르헨도 잘하지 않았는가. 이번 월드컵에서 강팀들 중 유일하게 본전 이상으로 해주고 있는 팀이 아닌가.
솔직히 난 그날 졌으나 분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한번쯤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전을 너무 잘하지 싶었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그리고 오늘. 솔직히 염기훈.. 그동안 3경기중 가장 잘했다. 전반전에 박지성과 함께 공수양면으로 많이 뛰어줬다. 가끔씩 삽질은 했지만 기세를 바꿀만한 정도의 삽질은 아니었다. 즉, 그럴수있는 정도였다.
허감독은 운이 좋지 않았다. 김남일 선수의 플레이는 오늘 대체적으로 무난 했는데 아주 결정적으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실수를 범했다. 만일 그 한번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좋은 교체카드가 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만일이란 단서에 토를 다는데 모든일은 다 인과적 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순간만을 잘라서 이야기 하기란 쉽지않고 전체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김남일 파울이 문제였다면 그 이전 상황을 제공한 것이 뼈아펐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이란 가정을 한번쯤에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여튼, 허감독은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김남일을 넣어서 중원강화와 노련한 선수를 통한 경기조율, 세트피스시의 키커활용을 위한 (즉, 기성용선수를 위한) 염기훈의 희생. 정도를 생각했을 것이다. 김남일은 넣은것은 절대로 수비만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중원을 두텁게 해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 좀 더 안정적으로 이길 확률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는 선수들을 경기에서만 본다. 하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매시간 함께 훈련하며 함께 움직인다. 얼마전까지 안정환 선수를 넣지 않는다고 네티즌들이 한참을 떼쓴적이 있다.
근데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지금 안정환의 몸상태는 최악이라고 한다. 후반 10분을 뛸 체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경기 외적인 측면이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를 봐라. 프랑스정도 되야지 감독이 병신이란 말이 나올 수 있는거다. 감독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컨디션을 낼 수 있게 최대한 화이팅할 수 있게 최대한 잘 융화되게 해주는 것이다. 월드컵이란 단기전에서는 감독의 역활은 그다지 크지 않다.
허감독은 그런면에서 욕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어느때보다도 신구의 조화로움 속에 즐겁게 남아공에 입성했고 목표했던 16강에 갔다.
오늘 나이지리아전? 충분히 잘했다고 본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마지막 서로 낭떠러지 싸움에서 이정도면 선방했다. 내가 본 나이지리아 3경기 중 그 팀은 오늘이 가장 좋은 경기력이었다.
우리나라에 축구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모르겠다 정말 전문가인지 그냥 아는척하고 싶은 사람들인지 허정무는 원정 16강 달성에 성공했음에도 감독대접도 안해준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목표치가 높아진걸까?
잉글랜드도 예선에서 떨어질 수 있는게 월드컵인데.. 오늘 잉글랜드 경기나 봐야겠다.
아무튼 우리팀 원정 16강 달성이 난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 허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 너무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