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ID : sisa_2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로 추천 : 21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4/03/27 14:08:37
영부인께 감히 올립니다.
영부인께서 이 글을 읽어 보실리는 만무하지만 제 어머니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영부인께서는 제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이십니다.
전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대학공부를 마치고도 취업이 안되서 대학원 공부까지 하고도 여전히 구직중인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스러운 자식입니다.
그런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은 제 심장과도 같은 어머니십니다.
제 어머니는 전라도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집이 가난하고 또 큰딸이라 동생들 챙기느라고 많이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곤 철들자 서울에 올라와 갖은 고생 다시며 고향에 꼬박꼬박 월급 챙겨 보내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희생하는 큰 딸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 지나 제 아버지를 만나시고 저희 남매를 두었습니다. 저희를 키우시면서 넉넉하지 못한 아니 차라리 너무 가난했다고 하는게 맞겠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장통에서 십년이 넘게 옷장사를 하셨습니다. 지금은 장사는 그만 두셨지만 여전히 콩나물 값 100원에도 벌벌 떠는 알뜰 주부이시고 배운게 짧다는게 늘 자격지심이어서 신문과 책 읽는걸 정말 열심히 하는 열혈 시민이며 다 큰 자식들 걱정에 뜬 눈으로 지세우시지만 저희 앞에서는 절대 내색 안하시는 무늬만 강한 아줌마 입니다.
오늘 이런 제 어머니와 같이 TV를 보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더 솔찍히 너무나 화가 나서 심장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라 두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쩜 저럴수가... 어쩜 저렇게까지..
어머니는 울고 있는 저를 보자 제 손을 잡으면서 화내지 말라고...
정신나간 사람 얘기니까 신경쓰지말라고... 화내면 너한테 이득 되는거 하나도 없다고 애써 절 달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고등학교도 못나오신 분입니다.
고등학교도 못나온 사람은 영부인이 되면 안된다고..어의 없는 소릴 해데는데도
어머니자신과 같은 사람을 그렇게 비하하며 쌍소리를 해대는데도 오히려 저를 걱정하십니다.
지금 전 또 눈물이 납니다.
권양숙 여사님!!
우리가 인정하는 유일한 영부인님
당신도 어머니시지요?
남매를 제 몫을 하는 사회인으로 훌륭히 키우셨고
청운의 꿈을 가진 시골의 청년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이 될 때까지 늘 곁에서 큰 힘으로 그를 지키셨습니다.
당신은 존경받아 마땅하고 또한 가장 존경받는 영부인이십니다.
더불어 당신은 제 어머니를 비롯한 수 많은 어머니들의 대표이십니다.
대통령님의 행보를 보면 영부인께서도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몸도 마음도 고생 많으셨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 오직 영부인께서 해당 방송을 못보시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치셨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혹시 아셨더라도 혹시 보셨더라도
조금이라도 맘 상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영부인과 같은 훌륭한 어머니를 둔 저를 비롯한 수 많은 이땅의 자식들의 마음이 찢어 질 테니까요.
그런 발언을 한 子(도저히 사람이라는 표현을 쓸 수가 없군요.)는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제가 하는 것이 아니고 수 많은 이땅의 자식들이 좌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무슨 주제가 되어서 이렇게 영부인께 글을 올리겠습니까.
다만 영부인께서 조금이라 혹시 조금이라도 상처 받지 않으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