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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암 환자입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방법...
게시물ID : gomin_325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Rcodon
추천 : 29
조회수 : 942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05/02 13:32:51



안녕하세요.. 저는 33세 남성입니다. 4년째 치료중인 암환자이구요...

여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이유는... 그동안의 제 투병생활을 글로써 돌아보고 싶고..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고민을 오유여러분께서 들어주셨으면 해서입니다.

막상 글로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에겐 횟수로 7년째 사귀어온 저보다 6살 어린..27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저희 집이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망해서
2003년 제대 후 다니던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2년동안의 노가다로 닥치는대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 돈으로 전 어릴적 미술적 소질이 있었지만 눈이 색약이라는 이유로 담임선생님께서 포기시켰던
전문대 산업디자인과를 진학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노가다만 하면서 살기도 싫었고.. 나이도 이미
많이 차버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디자인과에 지원했는데.. 합격했던 거죠..
내가 못보는 색은 그냥 컴퓨터(포토샵이나 일러스트)의 색깔 값을 다 외우면된다라고 생각했었죠..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그래픽 디자인과로 진학하였고
그때 같은 입학동기인 저보다 6살어린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하고...회사 다닌지 딱 2년만에 병이 찾아왔습니다.

혹 디자인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지 모르지만.. 일의 특성상 맨날 밤새가면서 일합니다.
저는 삼성전자관련 일을 했었고... 평균 한달에 2~3번의 pt작업으로 한달의 반은 밤샘
작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운동은 커녕 수면 불규칙, 식사 불규칙은 일상 다반사였지요.
그래도 어릴때부터 감기 한번 안 앓고 커서 건강 하나는 자신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아침에 하혈을 심하게 하고 기절해 버렸어요.
정신 차리고 병원에 같더니 암이라더군요.
제가 제 몸을 너무 소홀히 한게 원인이었나 봅니다.

대장에 5센치의 암이 있었고...간으로 약간의 전의가 있는 말기상태였어요.

그래도 전 별로 대수롭게 생각 안했습니다. 워낙에 낙천적이라 수술 잘 받고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대장의 반을 잘라내고 간의 반을 잘라냈습니다. 
보이는 암을 수술로 잘라내고 남아있을지 모르는 잔존암을 치료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총 12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항암치료를 받아보신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1~2회만 해도 사람 반죽여놓습니다.
병원에서 밥을 가져다주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비위가 상해 아무것도 못먹습니다.
1회에 5일동안의 입원 항암 치료가 끝나고 나면...독한 항암제 때문에 백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져 병든 닭처럼 비실비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발끝의 감각이 없어지고..
그렇게 일주일의 휴식기를가지고 다시 항암치료..
이렇게 12번을 했어요..  
앞서서 말했지만 전 좀 낙천적인 사람이라... 29세에 암이 걸린 내 삶을 비관하지도 않았고,
가족들과 여자친구가 걱정할까봐 항암치료를 별 힘든 내색없이 버텨냈어요.

시간이 지나고 몸 상태가 호전되어.. 1년 후 쯤엔 여자친구랑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속초까지(180km)
껌사러 자전거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건강해졌어요.



그런데 항암치료가 끝나고 1년 7개월 후 2010년 추석에 또 다시 암이 찾아왔어요
암환자였기 때문에 3개월에 한번 병원에 가서 피검사..ct 촬영 등 꾸준한 정기검진을 받아 왔는데... 
정기검진을 받는 3개월 사이에 5센치의 종양이 왼쪽 등근육에 자라버렸고
또 다시 간으로 전의가 왔어요. 그땐 정말 엄청난 통증이 있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종양이 대장을 눌러 먹은 음식이 밑으로 순환이 되지않아 복통이 오고 과다생성된 초록색 쓸개즙을
3일동안 1시간에 한번꼴로 오바이트 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괴로운 기억이네요.ㅜㅜ

또 다시 수술을 했죠. 다행히 등근육의 종양은 대장을 조금 물고있긴하지만 수술이 가능하여 잘라내었는데.
문제는 간이었어요. 처음 발병시에는 간 가장 자리에 종양이 있어서 잘라내면 되었지만
이번엔 간 중앙에 산발적으로 1~2센치의 종양이 5~6개정도 퍼져 있어서 잘라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등근육의 종양만 잘라내고 간은 항암요법으로 치료를 하기로 하고 수술을 마쳤어요.
그런데 업친데 덥친 격으로 수술이 조금 잘 못 되었어요. 장을 물고 있던 종양을 때어 낸 자리가
아물지가 않아 새는 겁니다. 다시 일주일만에 수술했던 자리를 열었는데 
장폐색(장이굳어서 활동을 안함)이 와서 대장의 길을 2군데로 만드는 수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보통사람은 음식을 먹고 항문으로 대변이 나오기 까지의 길이 하나지만
저는 대장에서 2군데의 길이 있는 겁니다. 한쪽이 굳어서 역활을 못해도 다른한 쪽이 운동하도록 말이죠.

여담이지만 제 닉네임.. IRCODON은 마약성 진통제 이름입니다. 저는 대장에 길이 2개라서 제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 따라 대장안의 내용물이 온 배속을 휘졌고 다닙니다. 그로인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는답니다.
일반 진통제는 듣지를 않아서 경구투여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 가장 강한녀석을 먹습니다.
하루에 5알정도 먹습니다. ㅜㅜ 이게 없으면 전 살아 갈 수가 없어요. 엄청난 통증에 아침에 눈만 뜨면
지옥이지요. 하지만 이 약을 하나 먹으면 마약성이라 5분안에 저를 천국으로 보내줍니다.
통증이 사라져서 그런지 마약이라 그런지 기분도 좀 업되고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1달을 병원에서 보내고.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2번의 수술때문에 저의 몸무게는 수술 전 70kg에서 49kg으로 줄었어요. 참고로 제 키는 176cm이구요.
간에 남아 있는 종양때문에 충분히 살찌울수도 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21번의 항암 치료를 1년간했어요. 
처음 항암제보다 독했는지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팔과 다리의 혈관은 
독한 항암제 때문에 새카맏게 타고 굳어 버렸지요. 하루에 한번 피검사와 항암제 투여를 위한 링거주사
를 계속 찔러대니 혈관이 살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계속 찔러대니 아프고, 아프니 뇌에서 혈관을
보호하기 위해 혈관을 살 속으로 숨긴다더군요. 그래서 전 울끈불끈한 힘줄이 하나도 없어요.^^
급기야 오른쪽 가슴에 심장으로 가는 굵은 정맥혈에 인공 혈관인 케모포트를 심어 거기에 바늘을 꼽고
약물을 투여해요. 뭐 그렇게라도 항암 치료를 받아서 낳으면 좋으련만..

종양이 1cm까지는 줄었지만.. 더이상 항암제가 안듣기 시작한거죠. 보험으로 되는 항암제를 다쓰고도
치료가 안되서. 비보험 약물을 병원에서 권하더군요. 근데 문제는 돈. 한번 치료에 400만원이 든답니다.ㅜ
처음에 1번은 맞았어요. 하지만 도저히 제가 감당할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맞을수도 없고, 맞아서
낳는다는 보장도 없는거에요. 이미 21번의 항암치료로 몸도 마음도 걸레가 되었고...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거에요. 항암치료...정말 힘들지만 치료를 계속하고픈 의지는 있어요.
하지만 돈은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반포기하는 심정으로 먹는 약으로 바꿧어요.

현재의 상태는 암이 줄지도 않고 커지지도 않는 정체기에 와있어요.
먹는 항암제는 상대적으로 약해서 부작용이 적어요. 지금은 식욕이 돌아와서 몸무게가 62kg까지 불었고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나 3센치정도 길었어요. 백혈구수치도 좋아져서 정상인과 다를바없는 생활을 해요.
정말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라고 감사하며 살고 있죠.




그런데 제가 풀어내기엔 너무 가혹하고 가슴아픈 문제가 하나 있어요... 
조금 무뚝뚝하지만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여자친구입니다. 올해로 27살 입니다.
그 동안은 항암치료에 제가 제 몸하나 건사하지 못 할만큼 힘이들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어쩌면 그러기 싫었는지도 모르지만... 헤어진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가 충분히 건강해졌다면 다시 일해서 돈벌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제 몸속에 들어있는 1센치짜리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제 여자친구가 더 나이가 많아지기 전에.. 하루라도 더 이쁠때 놓아 주어야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6~7년을 함께 해 온 여자친구를 어떻게 놓아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 헤어져야지...라고 생각한게 2~3달 정도 된거 같습니다.
지금 그나마 제가 조금이라도 건강할때 보내 주지못하면... 최악의 경우 제가 병마에
힘들어하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보내주기가 겁이 납니다.
하지만 막상 말할려 해도 어떻게 덜 아프게 잘 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열심히 치료해서 낳으면 좋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저는 현재 나와있는 거의 모든 항암제를 다 써 봤습니다. 
총 33번의 항암치료.. 3종류의 먹는 항암제... 
찔러도 찔러도 익숙해지지 않는 주사바늘...
30여회의 ct촬영...온갖검사들...
저는 죽는다는 것은 크게 무섭지 않습니다. 죽기전까지는 그래도 재미있게 최선을 다해서 살면되고..
또 지금같아선 이 종양을 품고 100살까지도 살거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더이상 기대해 볼 치료도 없고...돈도 없고...
그렇다고 기적적으로 암이 사라져 주길 바라면서
저의 불투명한 미래를 담보로 제 여자친구를 잡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 몸하나 아픈거보다...더 괴롭습니다.
이런 생각들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자꾸만 회피해 보려해도
문득문득 찾아드는 생각들은 막을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시간 가는게 아깝고 여자친구에게 미안합니다 ㅜㅜ
언제나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친구 얼굴에 헤어짐을 말 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헤어져 줄 수 있을까요...?
오유여러분 제 고민을 조금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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