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스포] 오德클래식, 환희의 송가 - 에반게리온
게시물ID : animation_284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3
조회수 : 47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16 23:49:40


에반게리온 Q에서 제 1변주 까지만을 담은 버전




4악장, 환희의 송가



00. 오덕계에선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알려진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입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전체도 좋지만....여로모로 유명한 것은 역시 4악장의 환희의 송가죠.
유명하게 된 계기야 여럿이지만, 대중적으로 일반인에게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역시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 입니다.

1-ywasee74.jpg

축전 형식의 본래 가사를 모순적으로 비틀어 잘 활용했죠. 원작 소설도 좋으니 챙겨봅시다. 영화도 매우 잘 만들었습니다.
인터스텔라로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언급되고 있죠. 스페이스 오딧세이 감독입니다. 훌륭한 감독입니다.


하지만 오덕에겐 역시 에반게리온이죠.
TVA 24화에서 나기사 카오루가 2호기를 조종하면서 시작하고, 24화 전반에 걸쳐 등장인물들이 듣고 있거나, 흥얼거립니다.
Q에서도 마크 13호가 유사신화형태를 구사할때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세계 붕괴를 표현하듯이 미쳐돌아갑니다.

XahPIuRC5Z.jpg







01. 음악 관련 이야기

흔히 국내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라고 표현하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는 틀린 표현입니다.

베토벤 스스로 교향곡 9번에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으며,
흔히 합창 형식을 교향곡에 처음 사용한 파격적인 형식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그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프랑스 지역 작곡가들 중심으로 합창이 들어간 교향곡은 꽤나 있었죠.

다만 이렇게 잘 표현한 건 분명 베토벤입니다만...합창 교향곡 자체는 틀린 표현입니다.
이걸로 어디가서 유식한 티 좀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악필로 악명이 높은 베토벤인지라,
지금도 원본으로 연주한다는 개념이 희박합니다.
해석과 연주 부분에서 1000개 이상의 논쟁점이 있으며, 너무 잘 만든 곡이다보니 파격적인 곡 해석들도 많은 편입니다.
3악장과 4악장 사이에 모더니즘 관련 음악을 넣어서 연주한다던가,
당대에는 없던 튜바 같은 금관악기들을 빵빵하게 넣어서 음을 더 높여줬다거나.
(이건 저도 정확하지 않지만, 에바Q 버전의 환희의 송가에서는 금관악기 비중을 좀 높인 듯 합니다. 듣다보면 음역대가 늘어난 느낌?)


클래식에세이_베토밴_00.jpg

합창 교향곡이 아닙니다.


환희의 송가는 현재 Joyful, Joyful We Adore Thee(한국어 제목: 기뻐하고 경배하세)라는 찬송가에 쓰이고 있죠.
중학교 음악 시간에 찬송가로 배우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작 베토벤은

"기독교란 겨우 한 유대인 애송이의 말장난에 넘어가 2천여 년동안 지구상에서 무수한 사람을 죽인 허울 뿐인 광대놀이"

라고 까댄 사람이다보니, 처음 접했을 땐 당황. 알고 들어보면 더 당황스럽습니다.
찬송가로 불리는 걸 알면 베토벤이 비웃을 것만 같습니다.


독일어 가사를 뺀 곡이 유럽연합(EU)의 연합가(?)이기도 한데, 환희의 송가에서 가사를 제거한 버전이 채택된 이유는,
독일어 가사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여러 국가 연합인데, 한 국가의 언어를 가사로 쓰는 게 불평등하다고 하여서 가사만 뺀 멜로디를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국가를 정할 수 없던 동독 서독 시절엔 합동 대회에서 국가로 사용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음악적 해석은 제가 음악적 조예가 깊지도 않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냥 한번 전체를 듣는 게 나을 듯 하여 따로 적지 않습니다.
원하신다면 적을수는 있겠지만...비전공자라 지식이 얕기도 해서 적기가 좀 그렇더군요.





02. 작품 관련 이야기

4악장 환희의 송가는 TVA 에반게리온과 에반게리온 Q에서의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나기사 카오루라는 등장인물의 방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TVA에서는 아담의 해방을 위해 (신지입장에서는) 배신을 하고 신지의 손에 죽습니다.
Q에서는 반쯤은 의도적인 자살을 하게 되죠. 신지의 눈앞에서.

아래에서 언급하게 될 몇 가지의 차이를 제하고서라도 연출적으로는 굉장히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축전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진 곡의 분위기와는 달리 역설적인 구성으로 되어있죠.
세상을 예찬하듯이 뭔가를 축하하는 듯한 메시지의 곡이라 매년 송별회의 단골곡인데도
완전 뒤바뀐 상황과 동시에 에반게리온에 대한 메시지성을 표현합니다.

TVA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우며,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와 연결되는 노래이지만,
동시에 화면 구성은 암울하기 그지없죠. 자신을 이해해준 사람을 죽이거나, 혹은 눈 앞에서 죽거나.


아래는 가사와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번역된 가사 링크
http://classickorea.co.kr/v8/cs_study/board_view.php?bd_id=22&uid=13980&page=1&find_item=&find_q=




-TVA 에반게리온에서

Q와는 달리 1변주에서 끝나지 않고 환희의 송가 거의 전체를 다룹니다.
신지가 유일하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간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라
신지의 입장에서는 환희는 개뿔, 이라고 이야기할만한 상황입니다. 가사들을 보면서 천천히 듣다보면 역설적입니다.

다만, 카오루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데미안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나기사 카오루에겐,
스스로의 죽음이 신지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지에게 선택을 권유하고, 서드 임팩트를 발생시켜야할 스스로의 목적도 버리면서 신지가 삶에 대해 알길 바랍니다.
이후 인류보완에서 신지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24화에서의 환희의 송가는, 카오루가 신지에게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보내준 것이라 봅니다.

전체적인 가사를 살핀다면, 인간은 축복 받아야한다는 말이 쭉 이어지며, 신에 대한 찬송으로까지 갑니다.
신에 대한 찬송까지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축하와 찬사가 이어지는 가사를 읽는다면,
신지에겐 역설, 카오루에겐 의도한 대로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이 또 좋았던 부분은 연출적인 표현입니다.
극단적으로 정지씬을 길게-2분은 족히 정지해있습니다. 아래 그림 상태로-사용하여
신지의 마음과 카오루의 마음이 상충하지만, 그래도 이어져 있다는 아픔을 잘 표현했습니다.

E_EVANGELION_07 - E__video_ts_20140422_150706.598_FotoSketcher.jpg

엘리베이터 씬에 이은 역대급 정지씬




- 에반게리온 Q에서

셀프 오마쥬이기도 하고, 유사신화형태가 된 13호기를 생각한다면 기묘하게 어울립니다.
환희의 송가 가사의 반은 인간에 대한 찬사와 축하, 반은 신에 대한 예찬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13호기의 신성과 그 내부의 신지가 가지는 인간성의 아이러니함
이미 인간의 손을 벗어난 듯한 운명적인 상황에 어울리는 브금입니다.

에바 Q에서 특히 주목했던 곳은 제 1변주가 끝나는 부분의 가사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입맞춤과 포도송이를 주며,
죽음의 시련 겪는 친구들에게도,
한낱 벌레에게마저 행복이 주어져,
그리하여 하느님 앞에는 천사가 서리라!



049d9a92aef6abdedaf1da58c77a9c65.jpg

아아아



신화 형태의 13호기와
그 속에서 죽음을 겪는 카오루를 생각하니 그럼 신지는 벌레냐 
(진지하게는 농담이 아니라 저 상태의 신지는 무용하다는 점에서 벌레라고 표현될수도 있다 봅니다.
신지의 관점이라면 행복의 아이러니함과 연결되겠죠.)
참 슬프지만 어울리는 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정으로 신이 되기 위한 과정이 인류보완이라는 점과
카오루의 정체성이 사도, angel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TVA건 Q이건

오 친구여, 이런 소리가 아니다! 더욱 즐겁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자.
라는 환희의 송가 첫 구절을 생각한다면, 
이만큼 24화와 Q의 클라이막스에서 이렇게 어울리는 음악 찾기도 어려울 듯 합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