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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남자와 이별하기
게시물ID : love_28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고프니까아
추천 : 23
조회수 : 5061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17/05/15 14:34:22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gomin&no=1703593&s_no=13423964&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308446
 
앞서 돈없는 남자와 연애하기 라는 글을 썼던 쓴이 입니다.
 
 
6개월 정도 만나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알콩달콩하며 만나다가
어제 종지부를 찍어 이어지는 글을 씁니다.
 
 
2-3주전부터
 
너무 힘들다 지친다 그만할까 vs 내가 너무 성급한건 아닐까. 그래도 이남자의 장점을 보자. 장점도 많은 사람이야
 
의 생각이 공존해왔습니다.
 
 
지친다는 마음이 커져갈 때 쯤에 위의 글을 올렸고 여러 오유분들의 댓글 중
 
 
분홍콜라님의
 
미래도 같이 꿈꿀수도 없고, 돈돈거리는얘기에 스트레스받아가며 준만큼 받지는 못해도
그만큼의 정성도 오고가지 않는 연애가 지속되는게 의미가 있나요...
시간낭비같아요. 차라리 더 좋고 잘맞는사람을 만나지...
 
의 댓글을 보고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띵 했어요.
 
 
앞서 쓴 글처럼 먹고사는게 팍팍한 남자였습니다.
부모님도 경제사정으론지 중고등학교 때 일찎 이혼하신 듯 했고 자신의 집에 가난하고, 자신이 현재 돈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당당했어요.
 
학창시절부터 자신이 알바로 근근히 먹고 살아왔으면서도
현재는 미래에 대한 목적이 뚜렷했고 노력을 하면서 사는 남자였습니다.
 
 
 
참 다른 점이 많았어요.
 
저는 크게 잘 사는 집은 아니였지만
갖고싶은건 갖고 살아왔고, 굳이 돈돈 거려본 적이 없어서 좀 낯설었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사랑하게 된 남자였고 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했기 때문에 굳이 경제사정이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이 없게 살아오던 그 과정에서 형성된 성격과 가치관 자체가 달라 힘들었어요.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꼬장이 보입니다.
 
알고보니 월급을 다 쓰고나면 슬슬 돈이 떨어질 때가 되니 데이트 하는 것에 부담이 됐겠지요.
하지만 돈돈 거리는 그에게 부담이 될까 선물, 밤을 같이 보낼 떄의 숙박비용, 비싼 음식 등
혹시라도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데이트에서 거의 제외를 시키거나 제가 부담을 햇어요.
 
데이트 비용을 보통 좀 더 비싼건 제가 앞장서서 내고, 상대적으로 싼 커피나.. 김밥같이 가벼운 것은 그 친구가 내도록 앞장섰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어딘가에서 오는지 모르는 자격지심때문에 저는 자꾸 마음이 외로워졌었어요.
 
 
말..말.. 말 한마디를 예쁘게 하지 못합니다.
 
시비를 거는 말투는 아니나 제가 제발 부탁이니 말을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할 만큼 저에게는 큰 스트레스였어요.
 
자고일어나 부시시하게 볼캡을 쓰고 나온 저를 보고
 
'머리를 무슨 동네 아줌마처럼 하고 나왔냐' 던가..
 
그 친구를 먹이고 싶어 사온 간식에
 
'나 원래 이런 녹차맛은 남이 주면 너나먹으라며 거절하는데 너가 주니까 먹는다.'  
'근데 속에 내용물이 생각보다 뭐 별거 안들었다' 던가
 
회사일에 맘이 복잡해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제게
 
'자기는 밥을 맛없어보이게 먹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거나..
 
 
부모님이 여행가셔서 집이 비었을 때 돈안들게 집에서 데이트 하려고 초대했는데
화장실을 열어보더니
 
'집 크기에 비해 화장실이 좀 작네..'
(여기서는 좀 욱햇네요. 집이 신식아파트라 세면실, 변기, 세탁실이 분리되어 있어 각자 문이 따로 달렸거든요.
너 우리집 화장실 만한 곳에서 살잖아... 라고 말이 이빨까지 나왔어요.. ㅏㅏ하ㅏ하핳하ㅏ)
 
 
이 이외에 들으면서 왜 대체 이사람은 이렇게 말을 할까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헤어지기 전까지는 머릿속에 가득하더니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떄때로 그의 말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면 그의 대답은
 
'나는 그냥 Fact를 말하는건데 왜케 비꼬아서 듣고 그래 멍청아' 였어요. 정말 제가 배배 꼬여
아무문제 없는 말을 그렇게 듣는걸까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둘다 당장에 결혼할 나이는 아니였지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소꿉장난을 할 정도의 나이(20대 후반, 낼모레 서른) 는 되었기때문에
이 남자라면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머릿속으로 수십번 그림을 그려보았지만
평생을 한 여자만 사랑해야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굳이 목매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던걸 기억하기 때문에
한번도 이사람 앞에서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뭐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이사람과 함께라는게 저는 좋았어요.
 
 
빚이 있다고 합니다.
 
학자금 대출 정도의 작은 빚으로 추정되지만 아마 천만원은 넘었던거 같아요.
이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던 저는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뭐 상관 없었어요.
뭐 지금 돈이 없을 뿐이지 평생 돈이 없는게 아닐테니 미래에는 분명 본인의 힘으로 갚을 능력이 분명 있는 남자라 믿었고
만약 그게 안된다고 해도 저도 열심히 일하고 살면서 함께 갚아나가면 되니까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회사원과는 다른 스케줄로 일을 했기때문에 주말이나 어딘가를 함께 여행 할 수 있는건 꿈도 꿀 수 없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이사람에게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고 저는 그런 이 사람을 택했으니 불만을 말하는것 조차
이사람에게 상처일거라고 생각해 나중에 좋은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혼자 잘 놀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겨울에 일이 바쁜사람이라 크리스마스며, 연말이며, 일반 연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는 더더욱 저를 혼자 있게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제가 이사람 선택햇으니까요..
 
 
힘들고 불편하고 서운한 일이 생길때마다
다른 커플과 비교하면 가끔 비참한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나대로 이남자와 행복할 수 있는데 너무 이남자의 단편만 보고 들들 볶게 되는건 아닐까 자꾸만 저를 다잡고 다독였습니다.
 
 
 
그런데요. 저도 참 이기적인게요.
아무 댓가 없이 좋아한건 아니였나봐요.
 
하지만 제가 이남자한테 원한건 하나였습니다.
 
이런 제 맘을 알아주고 저의 고생을 알아주고 저에게 고마워해주고 저를 보듬어주길 바랬어요.
 
 
미래를 같이 꿈꿀 수도 없고
밥 한끼에도 돈돈거리며 신경써야 했고
기념일에 번듯한 선물을 바랄 수도 없고
다른 연인들처럼 버젓한 추억을 남기는 여행이나 그러한 시간을 남길 수 없다는 것도
 
다 포기하고나니 제 연애는 텅텅 비어있더라구요.
 
 
 
헤어지기 전날인 토요일에도 싸웠고,
카페에서 만나 고민고민하다가 위의 말들을 조심스레 꺼내어놓습니다.
 
원래는 저의 속내 끝에는 '그러니까 우리 그만 헤어지자' 라는 말이 이어졌어야 했지만
내가 한번도 내비추지 못한 저의 마음들을 이제서야 말했으니  한번쯤은 노력을 해주고 어떻게든 솔루션이나 같이 노력하겠다는 제스츄어를
취해주진 않을까 하는 희망에 차마 끝내자는 그 말 만은 하지 못합니다.
 
 
근데
점점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과 시무룩해지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아 진짜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더라구요.
 
 
대신에
 
미안해. 그래 고생 많았겠네...
근데 나도 힘들어 라고 말하더라구요.
 
 
뭐가 힘드냐니 '그냥 너때문에 ㅋㅋ' 라고 하고 말을 말더라구요.
 
그래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사람이 내가 이렇게 힘들엇다는 걸 이제라도 들었으니 됐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이 짜게 식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그대로.. 짜게 식더라구요..
 
 
 
그리고 일요일에도 사소한 것으로 싸우게 됩니다.
 
제가 말하는 도중에 계속 헛참. 피식 등의 콧방귀나 실소를 내뱉어요.
기분나쁘다 사람말하는데 그러지 말아라 라고 하니
 
'네가 말하는게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 ' 라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여태껏 그런식이였더라구요.
싸우면 결국 제가 원인제공을 했고, 그에 따라서 본인이 이렇게 행동을 하게끔 제가 만든거라구요.
 
 
 
전화로 싸우다가 결국 마음 속에 담아왔던 말을 내뱉고 끊었어요.
 
 
그럼 이제 그만하자고.
너를 힘들게 하지 않는 여자를 만나라고.
나 이제 정말 지긋지긋 하다고.
나도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마음을 보듬어 주고
발버둥치는 나를 고마워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너무나도 진심이었지만 혹여나 이사람이 듣고 마음 아플까봐 혼자 두려워하면서 못했던 말이었는데 뱉어버렸어요.
매번 그에게 착한여자 코스프레를 해왔는데 정작 내지르고 나니 1초정도 속이 너무 후련하더라구요.
 
 
이렇게 끝이 났어요.
 
사실 제가 헤어지자는 말을 한게 이번에 처음은 아니였고 겁주려고 한 말이 아닌 진심으로 이별을 고했었지만
다시 잡는 그의 '미안해' 라는 한마디에 '그래..제발 다시는 이렇게 힘들게 하지마..' 라는 말로
저는 너무 쉽게 되돌아오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비싼것들은 아니였지만 이것저것 사다바치고, 미운말을 하는 그에게 되받아치기보다는 내가 더 이쁜말을 많이 해주면
이남자도 느끼는 바가 있을까 싶어 항상 넌 최고야, 네가 제일 멋있어, 난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네가 제일 좋아 라는 말을 하고,
맛있는게 있으면 그의 입에 먼저 넣어주던 제가 참 호구였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저
 
후련해요. 할만큼 다 해서요.
후회가 없네요. 이렇게 미련이 남지 않은 연애는 처음이에요.
 
 
 
일요일에 내가 한번 참았으면 우린 지금쯤
너무나 나른한 오후다 그래도 화이팅하자 저녁은 뭐먹을까 라며 시시덕대고 있었을까 싶지만
그냥 또한번의 위기를 잠시 넘겼을 뿐 위기 자체가 사라진건 아니였어요.
아마 저 혼자 회복될 수 없는 위기감을 부둥켜 안고 발을 동동대는 날들이 이어졌겠죠/ 
 
 
그의 차를 타면 항상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랩퍼들의
'돈...돈.. 그놈의 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어두운 비트의 가사를 목청껏 따라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듣게되고
GOD의 어머님께 중에서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를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서 속시원합니다.
 
지겨웠어요 너무 지긋지긋했나봐요.
 
 
이후의 연애에도 저는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두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도 돈이라는건 있다가도 없고, 있는 사람이 더 내면 되고,
돈 이외에 연애에서 오는 행복한 가치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믿어요.
 
 
하지만 저 이제는 이사람과는 그만할겁니다.
 
그놈의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사람의 안하무인식의 성격과  내가 가장 잘났다는 태도와
그래 나 돈 없어 어쩔래? 라는 당당함에서 딸려나오는 자격지심에 지쳤어요.
 
 
가끔 연애 게시판에서 돈이 없어 연애가 힘들다는 분들의 글을 봅니다.
 
돈이 없어 가난한 남자와 하는 연애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냐에 따라 행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이 가난한 남자와 하는 연애는 여자를  피말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풍족할 수 있도록 대해주세요..
 
 
 
횡설수설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주시면 너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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