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대대장이던 무렵이었습니다. 퇴근하시더니 수병 프로파일을 한 보따리 식탁 위에 내려놓으시고는 이번에 들어온 애들이라며 어머니랑 죽 보시더군요.
"딸, 너도 와서 함 봐봐"
글씨 더럽게 못 쓰는 애들도 많더군요. 정말 :D 귀여운 애들도 많고... 하하
"딸, 증명사진 있지?" "왜?" "좀 줘 봐 아빠 지갑에 넣고 다니는 거 좀 오래 됐잖아."(10살 때 사진) "응" "와 우리 딸 진짜 예쁘네. 내가 딸 하나는 정말 잘 낳았다니까."
뭐 흔한 딸 바보인 거죠. 어릴 때 부터 우리 딸 우리 딸 하며 예쁘다 예쁘다 어지간히 하셨으니까요. 발톱도 혼자 깎네, 머리도 혼자 빗네, 잘 때 잠꼬대도 가끔하네 하면서 자랑할 게 하도 없으니까 그런 걸로라도 어떻게든 자랑하고 하실 정도로요.
그 날 밤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10살 때 찍은 증명사진 이후로 아버지께 내 사진 하나 안 드렸었구나 하며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나는 걸 겨우겨우 삼켰습니다. 반드시 효도해야지. 내일 퇴근하시면 안마해 드려야지. 저녁 해 드려야지. 하면서 히히 잠들었었네요.
다음 날 저녁, 어머니 쉬게 해 드리고 카레도 만들고 샐러드도 만들고 룰루랄라 아버지 퇴근만 기다리고 있는데 퇴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도 없이(이런 일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늦으시더군요. 그리고 밤 9시 쯤 되어서야 퇴근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전에없이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들어오시더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걱정이 앞섰죠. 아버지께서 모자를 벗어 툭 던지고, 다녀오셨냐는 제 얼굴만 쓱 보시곤 중학생처럼 방으로 들어가셔선 안 나오시더군요.
그래도 너무 걱정이 되어 저녁은 어쩌셨는지, 무슨 일 있었는지 여쭤보니
"ㅇㅇㅇ(이름) 나 괜찮으니까 가서 쉬어"
그러곤 눈짓으로 어머니를 부르시더군요. 한참 방에서 조곤조곤 두 분이 대화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신 아버지께서 거실로 나오셨습니다. 조용히 제 옆에 와 앉으시더니 제 무릎에 손을 얹으셨습니다.
"딸."
"응."
"우리 딸 결혼은 할 수 있을거야?"
"응?"
"우리 딸 결혼은 할 수 있을거야..."
"무, 뭐야 왜 뭔데 왜?"
"뭐.. 아니야 그냥."
"왜 그래 아빠? 밖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니 그냥... 우리 딸 뭐 생긴 것도 그냥 이럭저럭 그럭저럭 생겼으니까..."
"...?!"
"그냥 뭐 좀... 눈도 좀 작고... 키가 좀 너무 크지?"
"왜 그래?????????????????????"
"발이 너무 커 우리 딸은 손이랑.. 그리고 뼈가 에휴... 여자 다리가 이게 뭐냐.."
"아빠 닮아서 이런 거잖아 왜 그래 또 뭔데 왜 말을 해"
"에휴... 결혼은 하겠지.. 우리 딸도... 그래도..."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증명사진 받아간 다음 날, 수병들에게 아버지가 보여주며 자랑을 하셨다네요, 우리 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