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날만큼 오랬동안 잠이 들었다. 핸드폰을 보니 거의 이틀은 잤구만. 이정도 잤으면 개운할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목 뒷덜미 쪽이 약간 쓰라렸다. 이리도 잤는데 이런 불쾌한 기분을 느껴야되나? 짜증이 폭팔할것 같다..
재계약 기간이 다되가는 이 싸구려 원룸. 낮에는 밑에 채소가게 소음에 잠을 설치고, 밤에는 옆방 동거 커플땜에 밤을 꼴딱 세우고 이런 저런 이유에 몇번이나 고통을 받았던 나인데 이렇게 이틀이나 자다니 , 근데 여기는 왜 아픈거야?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마치 세상이 텅빈 것 같이, 이 아픔만 빼면은 마음만은 평화롭다. 일주일전 직장에서 잘리고 재취직 하기까지 집에서만 뒹굴거렸다 지겨워질때쯤인가 친구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이 김영춘이 머하노 ? 아직도 백수질이가 ? 나온나 한잔 하자 .' '지랄마라 돈 없다 잘란다.' 'ㅅㅂ 일단 나와봐라 . 니 좋다는 여자 있다 .' '어디고.'
오랜만에 왁스질도 하고 옷도 좀 차려입고 시내에 나갔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오니 들뜬 기분은 이루 말할수 없으랴. 예전 어릴때 자주갔던 술집. 아직도 하는거 보니 감회가 남달랐었다. 그리고 젤 구석진 자리, 친구랑 여자 두명이 앉아 있었다
'니 임마 백수치고는 깔끔하이 차려 입었네 인사해라 내가 아는 동생들이다 . 니 얘기 해줬디만 보고 싶다고, 같이 놀고싶다고 난리를 쳐가 내가 니 소환 했지 .'
이 얼마만의 여자란 말인가 ! 나는 오랜만의 설렘과 흥분에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얼른 작업멘트를 날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 근데 저 자식은 생전 여자를 불러 본적도 없는 놈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다니 ..? 약간 의아 했지만 그때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
'안녕하세요. 준호 친구 김영춘입니다. 이름은 이래 촌스러워도 마음과 열정은 수도권입니다.'
이런 얘드립에 여자들은 깔깔 넘어갔다 요 근래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 그러고 난 뒤에 약간 정신을 차리고 여자들을 스캔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분명히 둘다 예쁘기는 예뻤다 하지만 이상한점은 둘이 너무 똑같이 생겼다는거다. 무얼까 쌍둥이 일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소개할때 둘은 1년도 안된 친구사이라고 하였다 . 그리고 더 이상한거는 둘다 긴 생머리에 한명은 검은색 또 한명은 흰색 염색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무슨 대국 하냐고 빗대어 웃긴 멘트로 사용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여자 스타일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날 엄청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노래방도 가고 거의 새벽 4시까지 흥청망청 논 다음부터 기억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