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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 아파트-2부-
게시물ID : panic_291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0
조회수 : 15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04 13:35:27
다음날 아침. 재욱은 회사에 출근하기 전 근처 카센터에 들렀다. 재욱이 몰고 온 차를 유심히 살피던 직원이 말했다. "이거 뭐에 부딪힌 거에요?" "아...네....차 돌리다가 가로수를 살짝 받았어요." "네..그렇군요. 근데 범퍼 밑쪽까지 까진 걸 보니깐 가로수라기 보다는..... " "언제까지 됩니까?" "오늘 오세요. 본네트 펴는 거야 금방 끝나니까요. 근데 이거 들어간 부분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저녁때 올께요." 집에 남겨진 민주는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의진이를 데리고 시장을 보러 집에서 나왔다. 아파트는 10층짜리 단식이었고 복도에는 네 가구가 살고 있었다. 민주는 의진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눌렀다. "위이이이잉~" 엘리베이터가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민주는 엘리베이터 안에 달린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고 의진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중국집 스티커를 줍고 있었다. 민주는 거울에 얼굴을 몇번 비춰보고는 화장품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의진이. 지지야. 땅에 떨어진거 집지 마." "엄마, 엄마." "지지야. 지지. 엄마가 드러운 거 만지지 말랬잖아." "엄마...저기.. "응? 왜?" "저기...피 있다." "응? 뭐가 있다고?" "피. 저기 피." 민주는 깜짝 놀라 의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구석진 곳에 핏자국이 서려있었다. 민주는 의아해하며 다시 그 자국을 유심해 보았다. 그 자국은 엘리베이터 구석 쪽에 바닥에서 벽까지 묻어있었다. 민주는 혹시 다른 건 아닐까 해서 그 자국을 다시 한번 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핏자국이었다. 민주는 그 핏자국으로 다가가는 의진이를 끌어당겨 안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가 코피를 쏟았나?' 하지만 그곳에 있는 핏자국은 사람이 서있는 상태에서 코로부터 떨어진 것과 같은 모양은 아니었다. 무언가 쓸려간 자국이 이었다. 민주는 여러가지 상상이 떠오르는 것을 애써 참았다. 하지만 그 생각의 가지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차마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도. 민주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재욱은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사무실에서도 계속 어제의 사건만을 떠올렸다. 차가 들어오고, 무언가를 치고,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재욱은 손으로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에는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이건 단순히 죄책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풀리지 않은 앞과 뒤. 그것이 재욱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고 재욱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명식과 회사 근처 백반집으로 갔다. "밥먹으면서 뭘 그렇게 생각을 해?" 명식은 아까부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있는 재욱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니, 뭐 그냥 이런 저런..." "그래, 새로 이사간 집이 그렇게 좋냐? 어때? 맘에 들어?" "어...뭐 그냥 그렇지. 집이 좋아봐야 어디 가겠냐." "민주씨는 뭐래? 좋대?" "그냥 뭐..좋아하지..." 재욱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명식을 진지하게 쳐다봤다. "야, 내가 어디서 들은 얘긴데...." "뭐가?" "어제 인터넷 보험사이트에서 본 건데.....만약에 내가...아니 그니깐 어떤 사람이 주차장에서 사람을 쳤어. 아니 사람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뭘 쳤어. 근데 그 앞에는 핏자국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거야. 그리고 그 뭔지 모르는 건 어디론가 가고...찾을수가 없었다 이거야. 그럼 그 사람에게 나중에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냐?" "뭐? 사람을 쳤는데 도망갔다 이거냐?" "사람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도망을 갔나봐." "흠...뭐 그런 경우가 다 있냐? 대부분은 그냥 차앞에 누워가지고 나 죽네 나 죽네 하며 땡값 뜯을려고 쌩쑈를 할텐데 말이야." "그러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글쎄..아무리 그 사람이 도망갔다고 해도 친건 친거잖아. 그리고 나중에 그 사람이 와서 막말로 친 사람이 뺑소니쳤다 그러면...어떻게 할거야? 할 말 없지 뭐." "그런가.." "그렇지...근데 말이 좀 안된다. 치인 사람이 죽지 않는이상 왜 도망을 가냐? 친 사람이 딴맘먹고 현장을 깨끗이 치워봐. 그럼 뭘로 증명할꺼야?" "그렇겠지." "에이구 자식, 어디서 이상한 얘기나 들어가지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야, 너 한그릇 더 먹을래? 아줌마~ 여기 공기밥 하나 더 줘요." 민주는 시장을 보는 내내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졸라대는 의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가고 있었다. "놀이터가 그렇게 좋아?" "웅, 좋아." "엄마 시장 보는 내내 놀이터~놀이터~노래를 부르더만." 놀이터에 오자마자 의진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는 곳으로 "와~" 하고 뛰어갔다. 그런 의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민주는 정겨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의진이는 아이들과 뒤섞이자 마자 정신없이 어울렸다. 민주는 장 본 것들을 벤치에 놓고 잠시 앉아 있었다. '역시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오길 잘했어.' 여느 때보다도 웃음이 많아진 의진이를 보면서 민주는 속으로 흡족해했다. 처음 남편과 이 아파트를 둘러보았을때 민주는 반대했었다. 이들이 입주할 아파트 동은 단지 내에서도 훨씬 안쪽에 있어 들어오는 데도 힘들었을 뿐더러 그 동에 입주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파트 베란쪽으로 보면 한 9세대 정도가 빨래를 널고 분주한 생활을 하는 것이 눈에 띄일 정도였다. 재욱의 강력한 권고로 마음을 꺾었지만 민주는 내심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래도 이왕 입주하고 보니 여러모로 마음이 풀렸다. '그래, 어디든 어때.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살 집이 생겼는데.' 민주는 지갑에서 영수증을 꺼내어 혹시 빼먹은 것은 없나 살펴보았다. 이때 한 남자아이를 데리고 오던 여자가 민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 남자아이는 엄마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아이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으로 가 끼어 놀기 시작했다. 민주는 조금은 차가워보이는 여자를 보면서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민주는 용기를 내어 말을 붙여보았다. 하지만 여자는 슬쩍 눈으로 흘겨 보고는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순간 민주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말을 붙인 거, 더 친근하게 물어보기 했다. "저는 어제 이사왔어요. 저기 501호에 살아요." 여자는 그나마 얘기를 듣는지 어떤지 계속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아파트가 참 좋아요. 조용하고. 주변에 걱정할 만한 유해업소도 없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막상 이사하고 나니깐 참 깨끗한 것 같아요. 언제 한번 다시 재건축을 했나봐요?" 여자는 여전히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이 없었다. 민주는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을 만큼의 막막함을 느꼈지만 또다시 말을 건넸다. "아들이신가봐요? 저희는 아직 결혼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혼자라서요. 남편도 은근히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거 같고요. 결혼하신지는 오래 되셨어요?"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민주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가던가.....평생 살던가." 여자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 남자아이를 붙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놀이터를 빠져나갔다. 민주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뭐야? 나가던가..평생 살던가? 나한테 뭐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나?' 민주는 냉담한 그 여자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 '말 하기 싫으면 그냥 가던가. 무슨 얘길 하는거야?' 퇴근시간이 되자 명식이 재욱의 자리로 와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야, 오늘도 일찍 가야되냐?" "어? 어...뭐 그래야지. 아직 집도 제대로 정리가 안끝났고..." "알았다, 알았어. 짜식. 너 임마, 집들이 제대로 해. 나 먼저 간다." 재욱은 명식과 헤어진 뒤 책상위의 서류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구름낀 하늘이 주는 우울함에도 대기는 숨쉬는 사람을 기분좋게 했다. 재욱은 한번 기지개를 펴고 거리로 나섰다. 새로운 시작임에도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찜찜한 기억. 여러가지로 생각을 했지만 이미 일은 종료된 상태다. 재욱은 애써 기분을 바꿔 보려고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의진이를 위해 노점에서 팔고 있던 예쁜 인형도 샀다. 그리고 그는 카센터에서 차를 찾아 집으로 향했다. "오늘 이상한 일 있었어." 민주가 저녁을 준비하면서 TV를 보고 있던 재욱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재욱은 뜨끔한 속을 감추면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 낮에 시장갔다가 의진이 데리고 요 앞에 놀이터에 갔었거든. 근데 거기서 우리 동 사는 것 같은 여자를 봤는데...나는 그냥, 친해보자고 말 걸었다가 본전도 못찾았잖아." "왜? 그 여자가 뭐라 그러는데?" "아니, 뭐라 그런건 없고 계속 내 말을 무시하고 있더라고. 하긴 뭐라 하긴 했다. 나 보고 나가던가...평생살던가 뭐 그러더라구." "그게 무슨 얘기야? 나가라고 했어?" "어, 나도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그 얘기하고 쏙 가는 거야. 나는 멍하니 보기만 하고." "뭐 맨날 집에만 있는 전업주부인가 보지. 요즘에는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히스테릭하게 되는 주부가 많다더라." "어휴, 말을 안하려거든 안하든가. 왜 이상한 얘기를 하고 그래? 기분도 찜찜하고." "그냥 액땜했다 쳐. 신경쓰지 말고." 재욱은 TV를 끄고 식탁으로 와 의진이를 불렀다. "의진아. 밥먹자." 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의진이는 주방으로 나왔다. 그리고 3식구가 모여 저녁식사를 하려고 할 때 벨 소리가 났다. "내가 나가 볼께." 재욱은 식탁에서 일어나 인터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키가 자그마한 여자가 무언가를 들고 서 있었다. "아..네...지금 식사하시는 거 같은디... 제가 제대로 왔나? 오호호 죄송해요.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저는 여기 옆집 사는디요... 이사왔져?" "아..네..잠시만요." 재욱은 현관으로 가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여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냄비를 들고 넉살좋게 웃으며 들어왔다. "아이구메...신혼집이라 그런지 너무 예쁘다. 지는 요 옆집 살는데... 지금 식사하나 보네?" "괜찮습니다. 들어오세요." "오호호호.. 아니여.... 지가 어제 찾아 왔어야 하는디 경황이 없는거 같아서...아 참, 이거 들어요... 식사중에 딱 맞춰서 올라구..호호호..이게 입맛에 맞으실라나 모르것네." "어유, 감사합니다. 들어오세요." "아니여라... 아니여라... 우리집 양반도 들어와 있고 해서... 저기 우리 새댁. 내가 또 놀러올께." "아니 들어오시지...네..그럼 그러세요." 민주는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그 여인네 앞에서 무안한 웃음을 지었다. "저기 뭐야, 내가 부녀회장은 아니지만서두...아니 뭐 부녀회장이랑 비슷한 거니깐..오호호..암튼 내일 보자구..잉..." 그 여자가 돌아간 뒤 식탁에 냄비를 내려놓은 재욱은 말했다. "정신없는 아줌마군. 안그래도 맨날 무섭다고 그러더니 잘 됐네." "뭘, 저 아줌마는 내가 새댁으로 보이나봐. 신혼은 지났는데." "아니 어때서 그래? 좋지 뭐? 그리고 그거 봐. 아파트에 뭐 이상한 여자만 사는게 아니라고. 저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이웃이 많다니깐. 그니깐 첨이라고 쭈삣쭈삣대지 말고 친근하게 다가가." "치이. 뭐 언젠 내가 차갑게 다가갔나."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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