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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 아파트-3부-
게시물ID : panic_291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1
조회수 : 15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04 13:37:37
아침일찍 출근하는 재욱을 마중하고 의진이도 놀이터에 데려다 주고 온 민주는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컴퓨터로 고스톱도 쳐보고 청소도 수차례했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민주는 결혼할 때 찍었던 사진첩을 꺼내어 하나하나 보기로 했다. 민주는 방으로 들어가 사진첩을 찾았다. "내가 이걸 어디다 놨지?" 한참을 뒤적거리며 찾던 민주는 이불장 위에 쌓아놓은 사진첩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주방에서 의자하나를 가져다 놓고 올라서서 사진첩을 꺼내려했다. 결혼식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첩은 맨아래에 있었다. 민주는 그 사진첩의 양쪽에 손가락을 걸고 힘껏 잡아다녔지만 쌓여진 사진첩들이 천장과 딱 닿아있어 맨 밑의 한권을 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주는 사진첩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조금씩 빼내었다. 그러자 사진첩이 조금씩 움직이며 머리를 드러냈다. 민주는 반쯤 나온 사진첩을 한번에 잡아 다녀 빼내려고 했다. 삐죽 나온 앞부분을 붙잡고 민주는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센 뒤 힘차게 당겼다. 그러자 쌓여진 사진첩이 우르르 쏟아지며 방바닥에 흩어졌다. 민주는 순간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겨우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이불장을 잡았다. "휴우" 민주는 바닥에 널려있는 사진첩을 보며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에서 내려와 사진첩을 주서리주서리 모아 안았다. 여러권의 사집첩을 팔에 안고 의자에 올라가 낑낑거리며 쌓아놓으려고 할때 사진첩이 있던 윗쪽 천정의 도배지가 찢겨진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사진첩 앞에 붙어있는 철제 장식에 걸려 찢어진 듯 했다. 민주는 일을 만들어도 단단히 만드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의자에 올라서 어느 정도 찢어졌는지 살펴보았다. 그때 천장 안쪽에 검으스름한 자국이 있는 것을 보았다. 민주는 자세히 보기위해 까치발을 하고 천장을 살폈다. 그것은 뻘거스름한 핏자국 같아 보였다. 민주는 놀라 찢어진 도배지를 더욱 들쳐보았다. 천장 구석에서부터 벽쪽으로 타고 나온 그 자국은 아래쪽으로 더 크게 자리잡았을 것 같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는 이상했다. 하지만 저것이 핏자국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벽 안쪽에 녹슬은 철근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던 핏자국이 왜 갑자기 떠올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주는 찢어진 부분이 떨어져 나오지 않게 사진첩으로 막아놓았다. 그리고 방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치우려고 거실로 나갈때 벨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아..오호호호..나 어제 왔던 ...요 옆집사는 사람인데.." "아...그러세요? 들어오세요." 민주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옆집 사람은 성큼 집안에 들어서며 또다시 말을 쏟아놓았다. "밝은 때보니깐 집이 더욱 환해 보이는 구만. 아이구...새댁이 살림솜씨가 좋나봐. 어제 찌개는 잘 먹었어? 입맛에 맞았나 모르것네. 우리 시댁이 전라도 쪽이라 음식을 좀 짜게 하거든... 이해해 새댁이..." "네...맛있던데요..뭘.." "정말로? 아니 그냥 말하지 말구 정말 맛있었어?" "네..애기아빠도 좋아하고 저한테도 딱 맞던데요." "오호호호..그러면 그렇지. 내가 음식 솜씨는 쫌 있거던. 여지껏 내가 한 거 먹고 맛없다고 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니깐 ..호호호...앞으로 먹고 싶으면 더 해달라고 혀. 눈치보지 말고..." "네..안그래도 제가 음식 솜씨가 없어서 그랬는데 잘됐네요." "그나저나 혼자 있기 적적하지 않아?" "조금요...오늘은 혼자서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결혼 사진 보려고 했어요." "아니 결혼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그 사진을 또 보고 구랴. 금슬이 좋은 가벼?" "그냥여..." "웅..암튼 ...아 글구...나를 부를때는 그냥 홍씨 아줌나라고 해. 그게 편하지? 그지?" "아..네...차 드릴까요?" "그려, 내가 뭐 먹는거 거절하는 사람도 아니고...나는 커피 진하게 타줘." 민주는 주방에 들어가 찬장에서 커피잔을 꺼내어 씻은 다음 싱크대 옆에 있는 커피 포트에 물을 채웠다. "근데 아주머니, 여기 지어진 지는 얼마나 됐어요?" "웅..그렁께로...뭐 한 십년되지 않았을까나? 나도 잘 모르것네." "네..아까 사진첩 꺼내다가 천장쪽에 도배지가 찢겨져서 살짝 본건데 철근이 녹슬었는지 검붉게 자국이 있더라구요." "오이야? 그랬어? 우리집 벽은 깨끗하던디...그래도 이 아파트가 ...오래되기는 했어도 그렇게 녹이 슬고 낡고 ...험하게 말이여..그런건 아닌데...설마 아파트가 무너지겠어?" "뭐...그렇겠지요.." "그건 그렇구...새댁.. 우리 반상회하는 거 알지? 오호호..아니 이사온지 얼마나 됐다구 알겠어..내 정신좀 보게...암튼 목요일날 저녁에 하니깐 그때는 꼭 같이 가자고. 남편두 같이 가면 더 좋고." "네..그럴께요." 의진이가 과거 살던 집은 이층집으로 일층에 세를 주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집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방에서 놀고 했다. 그 동네가 있는 곳 또한 주택가라 아이들이 나가서 놀만한 공간이 없었다. 안그래도 조심조심 지내는 의진이네에 언제나 조용히 지내달라는 주인집 말을 들어온 터라 재욱이나 민주는 의진이에게 항상 주의를 주었다. 그러한 속박에서 벗어나 시끌벅적한 또래 친구들이 많은 놀이터는 의진이에게 더할나위없는 공간이었다. 지금 같이 놀고 있는 친구들은 처음부터 의진이를 잘 끼워주고 좋아해주었다. 조금은 내성적인 의진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야...거기 무너진다." "잘 막아봐..." "앙...멋진 성인데...." "얘가 발로 밟아서 그렇잖아." "치..너 자꾸 밟고 다니면 안놀꺼야." "저기다가 다시 만들자." 놀이터 한켠에서 흙장난을 하던 아이들은 다시 모래성을 쌓기 위해 주변의 흙을 모았다. 의진이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열심히 흙을 모아 아이들쪽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처음 보는 애가 아이들이 노는 걸 멀뚱하게 보면서 그네를 타고있었다. 의진이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는 왜 같이 안놀아?" "나 오늘 처음 왔는데.." "나도 처음이야. 이리루 와. 같이 놀자." 의진이는 그 아이를 애들 틈에 끼웠다. 다른 아이들은 흙으로 성을 만드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인지 옆에 누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말했다. "나 이거 봐라. 엄마가 사준 거다." 팔뚝에 포켓몽 판박이가 붙어있었다. 의진이는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어디서 샀어?" "몰라, 엄마가 사다줬다." "이야, 이쁘다. 유정아, 유정아..이거 봐봐. 포켓몽이야." 옆에서 꽃삽으로 흙을 파고 있던 유정이도 부러운 눈치였다. 그리고는 한두명씩 아이들이 다가와 판박이를 보며 한마디씩했다. 처음 온 아이는 자랑스레 팔뚝을 걷어 올리며 아이들에게 보여줬고 그렇게 어색했던 것이 사라지며 아이들 틈에 들어가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반대편에 흙을 쌓아 올리고 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은 흙을 파내고 남자아이들은 작은 수레를 이용해서 흙을 날라다 놓았다. 그렇게 놀고 있는 중 유난히 의진이와 친하게 지내던 유정이가 말했다. "너네 아빠는 뭐해?" "어? 우리 아빠는 회사다녀." "무슨 회사?" "일하는 회사." "웅.." "너네 아빠는?" "우리 아빠도 회사다녀..." "웅..글쿠나.." "그러면..." 유정이가 의진이를 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너네 또 이사가?" 의진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우리 이사 안가는데.." "글쿠나..애들이 오면 맨날 이사가구 그래. 어..전번에 혜리두 그랬구 지영이두 그랬구..." "우리는 이사 안 가는데..." "정말이야?...웅….저번에도 그랬는데…이사안간다구 하고….” 그리고는 의진이를 지그시 쳐다보며 유정이가 말했다. “의진아..” "앙?" “이사……..가지 마…..” 저녁무렵 재욱은 301호에 사는 석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4병의 소주가 빈채로 세워져있었고 둘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석재가 말했다. "이야...자네 내가 봤을 때 정말 대단해...어...정말 대단해...젊은 사람이 아주 성실해...음..음...좋아좋아..내가 자네 나이때는...솔직히 우리끼리 있어서 하는 얘기지만....여자 없이는 못살았지...허허허...사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렇지....소시적에는 정말 동네에서 나한테 안넘어온 여자가 없었다니깐....아..이사람....정말이야....못믿겠어? 어? 정말이라니깐....내 집에 가서 사진 가져와 볼까?" "아하하하..아닙니다...믿죠..믿습니다...형님 지금도 아직 팔팔하세요..." "그래그래....자네 사람 제대로 볼 줄 아는구만...자 우선 한잔 하고....캬아.....내가 말이야....사실 나랑 연분난 여자 불러다 놓으면 한트럭이 넘어간다니깐....우리 마누라 만나기 전에는 여자가 끊이질 않았거든...자네도 말이야...결혼한지 뭐 얼마 안된거 같지만....사실 젊은 때 즐겨야지...남자가 어디 여자 하나에 매여서....그 좋은 세월 다 보내고....안그래?" "하하하....저야 뭐 주변머리도 없고 해서 우리 집사람 얻은 것만 해도 행운인데요..뭘.." "그러면 안되는 거야....어...어...남자가 말이야.....그러면 ....그냥 암흑이야...응? 뭔말인지 알아? 결혼생활이 뭐....그거 ......우욱...아씨...벌써 올라오네......흠냐....옛날에는 참 술도 잘 받았는데....내가 한창때는 거의 소주를 달고 살았는데....." 석재는 열이 오르는지 와이셔츠 단추를 풀러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저도 사실 주량이 쎄다면 쎄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형님한테는 못당하겠습니다.." "하하하...나랑 대작해서 날 이긴 놈이 없다니깐...정말이야....내 별명이 민소주였어...민소주......내가 배 탈때는 정말 말술을 먹었거든.....그...썅....퉷...그놈의 원양선....." "아...원양어선 타셨어요?" "아...뭐...하여간.....뭐.....한잔 들어...쭈욱...그렇지....남자란게 다 그런거야...좋은때 놓치면...마누라 눈치나 보고 살아야 되고....." "네..네..." "사실....내가 술먹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내 자네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아휴..제가 뭐 기본이라도 해야지요.." "아니야..아니야...자네 내 맘에 탁 들었어....거 잊지 말라고 내가 자네 좋아한다는거..." "저야 영광이지요...근데..어젠가 새로 이사온 집 있던데...그집은 왜 안부르셨어요?" "그래...그래....좋아하지...뭐? 아...그 집.......딱 보니깐 아니야...아니면 아닌거지...아니면...아니야....알아? 엉? 내가 아니면 아닌거야.....자네는 뭐냐....자네는 아닌게 아니라는거지...흠냐...에이씨...자 한잔 받아.." 저녁 늦게야 집으로 온 재욱은 연신 구토를 하며 화장실을 왔다갔다 했다. 민주는 그런 재욱의 등을 두드려주며 꿀물을 타다 주었다. "이야...인제는 꿀물 농도가 제대론데....후후"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마신거야?" "아니..조기 윗집에 형님이랑 같이 한잔 했지....그 사람 참....." "벌써 둘이 술먹는 사이가 된거야? 하여간 당신은 이런건 빠르더라...." "아니 우리 동에 뭐 몇 집이나 산다고 그래...그 얼마 없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는게 뭐가 어때서..." "그래도 그렇지...나야 뭐...실수할까봐 그렇지...." "실수는 뭐...그리고 말이야...내가 아주 단단히 좋게 보였나봐...아주 좋아하던데...하하하..."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씻어.." "어허....잔소리는.....흠냐....내일 아침에 된장끓여라...알았지?" "언제는 맛이 없다고 하더니..." "그런가....그래 그렇지...그럼 홍씨 아줌마네서 그 찌개 좀 갖다 달라고 할래?" "뭐야? 됐어..들어가 잠이나 자.." "하하하..삐지기는 ...."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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