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버스에 맡기기 전 인간의 욕구중 배설 이라는 욕구가 살짝 있었지만 휴게소에서 해결 하기로 버킷 리스트에 적었다.
출발 30분 후 괜찮다. 점점 심각해지지만 이정도는 내 방광이 버틸 수 있다. 이정도도 못참으면 나중에 무슨 대업을 이룰 수 있겠는가
출발 50분 후 사실 난 대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출발 60분 후 슬슬 아랫배가 부푼것으로 보인다. 아까 먹은 포카리가 흡수는 커녕 바로 방광 직행 ktx를 탄듯 하다 물 500ml 포카리 250ml 총합 750ml의 수분이 방광에 모였지만 포카리가 내몸에 고루퍼진 수분을 조금 더 데려온듯 했다. 썩을년
출발 80분 후 이제 끝났다. 난 버스에 그것도 우등버스에서 오줌을 지린 23세 오줌남으로 페북스타가 될것이다. 좋아요 많이 받으면 광고비좀 받을 수 있을까? 그냥 내가 오줌을 지리는걸 내 폰으로 찍어서 먼저 선수를 치는게 어떨까? 잡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바지가 축축하진 않다.
출발 100분 후 크레바스에 빠져 손이 바위에 낀 사나이의 느낌이 이런것일까 창문 넘어로는 쉼터가 보이고 간이 화장실이 빛을 내고 있지만 나에겐 그저 유리창 넘어 화장실이다. 버스아저씨는 이미 고속도로와 한몸이 되어있다. 슬슬 아랫배가 찌릿찌릿하고 전립선이 뜨거워지는것 같다.
출발 120분 후 2시간이 지났는데 휴게소에 들어갈 생각을 안한다. Gps를 키고 지도앱을 보는데 근처 휴게소가 보인다. 내 위치가 점점 휴게소와 가까워지는걸 보고있자니 인터넷으로 게임 다운로드 할 때 멈춘건지 되는건지 게이지바에 마우스를 올려놓은것 같은 행동을 해본다.
출발 125분 후 휴게소을 지났다. 주마등도 지나간다. 안녕?우등버스 시트야 내 오렌지 쥬스를 받아줘
출발 140분 후 휴게소에 진입한다. 코트를 입지도 가방을 챙기지도 지갑을 챙기지도 않았다. 오로지 화장실로 가기위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다면 바지도 벗으리
배출 30~40초동안 필사적으로 쏟아냈다. 수압이 장난이 아니다. 수압측정기가 있었다면 배수관이 터졌다고 알람이 울려 배관공이 왔을것이다. 소변기는 튼튼했다. 다 쏟아냈지만 여전히 방광이 아픈 기분이다. 볼록한 아랫배가 쏙 들어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뻔 했다. 기껏 오줌남 타이틀을 피했는데 이제와서 페북 앉은뱅이남으로 스타가 될 수 없었다. 몸이 가볍고 이제와서 식욕이 빼꼼 얼굴을 들이민다. 지갑을 안가져왔는데 어쩌나 포기해야지
인간은 참 욕구의 동물이다. 배설욕을 해결하니 바로 식욕과 수면욕이 쏟아진다.
아직도 아랫배는 찌릿찌릿 아파온다.
내 오렌지 쥬스는 모두 내보냈지만 아직 그 흔적들은 남아있었다. 머물고간 자리. 그 자리는 서서히 새로운 오렌지 쥬스로 채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