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모하는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콱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연이 궁금하여 긴 걸음으로 그를 찾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수치의 눈동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랑은 늘 어려워요.
눈이라도 멀어버리라는 마음으로 석양을 마주하러 가는 실연의 길.
나는 그 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 애는 나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도무지 좋아질 수도, 좋아할래도 그럴만한 것이 없다고
요컨대 나라는 인간은 <좋음>에 해당하는 아무 요소도 갖추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슬펐지마는 그 솔직함이 약간은 고마웠습니다.
눈물 자욱이 부끄러워 눈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굶주린 애정의 배를 붙잡고 돌아오는 길에 빵-을 하나 사 먹었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우걱거린 건 아니었지만
터벅터벅 걸으면 발걸음이 울고
휘적휘적하는 팔다리가 울었습니다.
분명 나와 함께하기 전에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저,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저 합니다.
그 애의 앞에서는 어떤 비유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 자체가 이유이고 세상이자 계절, 색상, 나의 두려움. 나의 모든 연애.
요컨대, 모두를 나쁘게 만드는 것은 모두 나인 것이죠?
불행한 애정의 방정식.
나를 대입하였을 때 찾아오는 모든 경우는 외로움의 수.
나야말로 모든 검정의 원흉인 거예요.
흐리게 잠길 땐 괴로웠어요. 조금 더 머물러주었으면 좋았을걸.
오늘은 아니길 바랐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이름을 잊겠지만
당신에게서 밀려난 나는 초라하게 젖어있지만
그리고 잦게 울겠지만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이런 마음은, 다시는 이런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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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여전히 크레파스입니다.
겨우내 그린 어둑한 그림 위주인데.. 벌써 봄이네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