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소리도 안 돼요.” 촬영을 맡은 이의호 팀장이 주의를 주었다.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호랑나비 애벌레를 응시하고 있다. 애벌레가 자신의 몸에서 실을 뽑아 번데기로 탈바꿈(변태)하는 과정을 카메라로 찍는 중이다. 지난 29일, 교육방송 다큐 동화 <달팽이>팀은 충남 보령의 한 모텔방에서 뜻밖의 강행군을 벌였다. 전날 저녁 7시부터 14시간째 날을 새우며 1초 1프레임(보통 1초 24프레임)까지 따지는 콤마 촬영 작업. 일정을 마치고 합숙하려고 찾은 방에서 전남 함평 나비축제 현장까지 가서 분양받은 애벌레가 갑자기 ‘변태끼’를 보여 그대로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새벽에 인근 계곡을 찾아가 가시고기가 등장하는 배경을 찍을 참이었지만, 단박에 일정은 미뤄졌다. 연출을 맡은 이호 피디는 “원래 방송사 세트장에서 찍으려 했는데, 애벌레란 놈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며 “자연 다큐에서 이런 돌발 상황은 귀여운 편”이라며 웃는다. 그는 “고슴도치 출산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는 결국 녀석이 출산을 거부하는 바람에 2주 동안 카메라만 돌리다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결국 이날 변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습도 탓”이라며 허탈해했다. 뒤이어 제작진은 보령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한 계곡에 도착했다. <달팽이>의 주인공인 악동 요정 ‘달고’와 달팽이가 가시고기를 만나는 장면의 배경을 찍기 위해서다. 이 배경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달고의 캐릭터 이미지와 달팽이의 실사 그림이 합성되고 성우의 목소리 더빙이 붙게 된다. 계곡 촬영을 마치자 이번엔 제작진이 풀밭에 엎드려 또다른 촬영 대상을 가늠한다. 나비다. 이 팀장은 곧바로 유채꽃 밭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비를 기다린다. 나비 편의 도입부 장면을 따기 위해서다. 이어진 촬영은 민들레 군락을 찍기 위해 충남 서산의 한 농장에서 이뤄졌다. <달팽이>팀은 하루 세 건 이상의 촬영 일정을 소화한다. 실사 화면에 겹쳐지는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도 고려하며 찍는다는 점에서 기존 다큐와는 다른 제작 방식이다. 다큐, 동화, 컴퓨터 그래픽 등의 이질적 요소들을 버무렸지만 제작진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다큐의 진정성’. 픽션(동화)과 논픽션(다큐)의 경계 속에서 얼마만큼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늘 고민거리다. 모두 26편으로 이 다큐물을 완성할 예정인 이 피디의 꿈은 야무지다. 동식물 생태 시트콤 다큐멘터리, 이 길고 낯선 장르에 대한 도전을 두고, “동식물판 ‘순풍산부인과’인 만큼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며 한껏 웃는다. 이 피디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은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키워야 제대로 각인된다”며 “영어 단어 하나보다 일상의 자연과 환경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불온(?)’한 입담은 ‘오륀지’ 교육과는 다른 길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보령/하어영 기자, 사진 교육방송 제공 ================================================================ 제목학원 원장 수제자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