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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불면증에 대한 간단한 메모
게시물ID : diet_285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diajun
추천 : 16
조회수 : 271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3/09/30 21:23:27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좀 멉니다만, 저 외에도 우울증/불면증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결론만 간단하게 먼저 얘기 드리면, 가급적이면 약 드시지 마세요.



저 어렸을 적만 해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병?은 무슨 산골짜기 철창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사람을 의미하곤 했습니다.
정신병자라는 말이 일종의 욕으로 통했죠.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예전만큼은 아닌 듯 합니다.

저는 불면증으로 수면유도제(혹은 수면제?)로 생활한지가 8년 째이고,
제가 우울증 환자라는(혹은 였다는)사실을 안지는 몇 개월 안 됐습니다.
저 자신도 정신질환을 가졌다곤 상상치 못했던 거죠. 
옆지기가 먼저 알아챘고, 먼저 책 네권을 읽고 제게 권해 줘서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고3-재수-삼수 라는 3년의 입시생 시절엔 공황장애까지 앓았더군요.


흔히들 우울증을 감기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것이 의도 중 하나일 겁니다.

우울증을 감기에 비유하자면,
저를 포함한 많은 경우, 감기에 걸렸는데도 그게 감기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피 토하고 폐렴으로 상황이 심각해져서야... 아 내가 질환이 있구나 하고, 그제서야 안다는 겁니다.
우울증이 시작되고 진행이 되는 데도 전혀 모르고, 불면증을 비롯한 문제가 크게 터지고 나서야 '아차!'하는 거죠.

주변에 계신 분들은, 우울증으로 인한 반응들은 '감기에서 기침이나 콧물'과 같은 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어요.
우울증 환자들이 좀 예민하긴 합니다.
당연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당신의 팔을 하루 종일 꼬집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짜증 폭발하죠. 아구창 날릴 겁니다.
제 경우.. 그렇게 명치를 짓밟는데, 이건 탓할 대상이 없습니다. 성격이 예민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잠 자려는데도 계속 꼬집고 못자게 한다면? 미쳐버리겠죠... 불면증이 그런 상황입니다. 아주 미쳐버리는데, 그렇게 괴롭히는 상대가 있으면 패주기나 하지...
그래서 심각한 경우,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곤 해요. 감기 걸리면 콧물 흘리듯이.
단지 차이가 있다면, 감기야 며칠 고생하면 낫지만, 우울증과 불면증은 몇 달, 몇 년, 십수년을 고생하기도 합니다.


현대인은 우울증에 잘 걸린다고 하죠.
과도한 경쟁의 사회가 주는 정신적 압박감. 스트레스입니다.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의 전쟁이 시작 됩니다.
입시가 끝나면 다 될줄 알았는데, 취업을 위한 경쟁. 취직 후에도 계속되는 경쟁.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자본주의 체제.
이러한 곳에서 생활하며 정신건강이 멀쩡한 게 되려 이상할 정도죠.

이러한 스트레스를 많은 분들은 술로, 맛있는 음식으로 해결합니다.
실제로 음식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비롯해 뇌에게 즐거움을 주죠.
담배를 피는 것도, 흡연이 도파민을 분출해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건강이 또 망가지는 거죠.


많은 분들은 아직도 우울증이 편안한 사람이 겪은 고급질병이라 여깁니다.
정 반대입니다.
우울증은 스스로 자신을 쉬지않고 긴장하게 만들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더 잘하고 더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는 성격.
사람이 마음 편하게 긴장을 완화하고, 푹 쉬고, 잘 자야 하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더 잘하기 위해 계속 긴장하다가
몸과 정신의 긴장을 완화하는 체계가 깨져버린 상태입니다.

불면증이 긴장을 풀지 못하기에 생긴 거죠.
긴장을 싹 풀고, 걱정 없이 잠자리에 확 퍼져야 하는데, 이걸 못하는 겁니다.
마치 맹수가 자신을 쫓아올 때 처럼 긴장을 하고 있으니까요.


우울증과 불면증에 대한 전문적인 얘기는 못하겠고요.
경험만 얘기하자면,
정신과 몇 군데 다녀 봤지만, 정말로 제 성장과정에서부터 분석하여 원인을 파악하려는 의사는 못 만났습니다.
제가 운이 없었던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한 의사는 어떻게든 독한 약으로 약을 늘려서 중독시켰고요.(불면증 약)
그 병원이 좀 멀어서, 동네 내과 가서 그 약들(네가지 약)을 보여주며 처방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졸민을 빼고는 모두 마약성 약이라 자신은 처방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약을 줄이는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약은 잘 권해줍니다만, 약을 어떻게 줄이고 끊는지에 대해선 설명을 안해줍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의사들은.

우울증 약은 한가지 먹어봤다가, 부작용이 심해서 제가 복용을 중단해 버렸습니다. 의사는 일주일 먹다보면 부작용이 없어질 거라 하더군요.;;
수면제만 해도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번은 하루의 기억이 몽땅 날라가버리는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날 정상적으로 생활했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 운전하다가 잠에 드는건지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한답니다. 끔찍하죠.

동네 내과 의사가 수면제를 마약으로 치부한 것은 옳은 얘기라고 봐요.
졸민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수면제는 중독성이 있고 금단현상이 있습니다. 
끊고 싶어도 끊기 힘들다는 거죠.
게다가 수면제 생활이 오래되면 될 수록 몸이 축나서
하루 못 자는 게 그냥 못자는 게 아닙니다. 
저도 20대엔 3-4일 밤새고 조각작업(이라 쓰고 노가다라 부른다)하곤 했습니다. 막강 체력이었어요.
지금은 하루만 잠 제대로 못자도 완전 돌아버립니다. 이러다 보니 수면제 끊고 한두 달 고생하면 된다는 걸 못합니다.


다이어트보다, 술 끊는 것 보다, 담배 끊는 것 보다... 수면제 끊는 게 더 힘듭니다.
어느 분 께서 얘기했듯이, 
음식 참고 운동하는 것은 억지로라도 하면 되지만, 잠자는 것은 어떻게 되질 않습니다.

우울증 약은 제가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수면제와 별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경험자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신경안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한번 드시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한 알을 1/4로 쪼개 드셔도 충분할 겁니다.
그렇게 하루 자고 나면, 어떻게든 약 없이 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권하고요.
약은 어지간하면 입에 대지 마세요.



오전의 햇빛, 적절한 운동 등은 다들 아실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가족과 친구들. 그들이 우울증과 불면증이 얼마나 힘든 병이며, 주위에서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큰 힘입니다.
좋은 책들 몇 권 읽는 것을 추천하고요...
참고로 우울증 환자들이 밖에서 늘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밝게 웃는 얼굴 잘 해요. 그래서 많은 경우 오해를 받곤 합니다.
부끄러운 것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저는 옆지기의 노력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로는 식욕을 잃어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고,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알콜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한가지 현상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것.



참고로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힘내"가 아니라 "이제 더이상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돼"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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