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어느 커플이 있었습니다. 서로 고백을 한 날로부터 아직 두 달째. 데이트 도중에 문득 그녀가 물었습니다. "자기, 언제나 같이 있어줄거지?" 두 달째여서 눈에 콩깍지에 씌였던 걸까요? 사랑에 빠져있던 남자는 "응,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야." 라고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여자는 죽어버렸고. 남자는 슬픔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남자는 어느새 여자를 잊어갔고,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그녀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남자. 어느 날인가 잠을 자는 데, 가위를 눌렸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귓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제나 함께지?" 생각해보니 그날은 죽은 그녀의 기일이었습니다. 70 어느 할아버지가 큰 병을 앓고 일 년 이상 병원에서 지냈다. 퇴원하게 되었을 무렵, 병은 치유되었지만 후유증으로 청각을 거의 상실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이 예민해졌다고 생각되어 잃어버린 오감을 다른 감각들이 보충하는 거구나 라고 감탄했다. 그렇기에 보청기를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요양을 위해 동네를 산책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옆집 할머니가 마당의 꽃을 보고 있는 걸 봤다. 길었던 입원으로 오랜만에 본 옆집 할머니의 모습은 할아버지에게 즐거움이 되었고, 문득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바로 집으로 가 아들에게 보청기를 사달라고 했다. 아들은 그 날 저녁 바로 보청기를 사다주었다. 보청기를 끼자 안방에서 대화하고 있는 아들 부부의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 "여보. 우리 아버님은 건강하셔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옆집 할머니는 오늘이 돌아가신지 일 년 되는 날이라지……." 71 어느 남자가 중고차를 샀습니다. 시세에 비해서 대단히 저렴한 가격이어 남자는 너무 마음에 들었고, 사자마자 시내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는 데, 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차가 멋져서 쳐다보나 하고 넘어갔습니다만. 퇴근 후 돌아오는 길. 어두운 거리를 달리고 있는데, 거리에 아까 낮에 본 여자아이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남자는 여자아이에게 가서 "늦게까지 뭐하니?" 라고 물었습니다만, 여자아이의 대답은... "전에 그 차에 치었어!" 72 어두컴컴한 겨울 어느날 밤. 한 아가씨가 으슥한 골목길을 혼자 가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유령이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골목길. 하지만 엄격한 아버지의 통금시간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골목길을 열심히 걸어갔고, 이제 골목길을 반 정도 왔을 때,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같이가... 처녀." 왠지 이 세상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듯한 너무 허스키하고 으스스한 목소리. 여자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같이가... 처녀." 다시 한번 뒤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여자는 겁이 나서 뒤도 보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할머니, 대체 왜 그러세요..." 더욱 무서워진 여자... 그러자 할머니가 한마디 했습니다. "갈치가 천원." 73 어느 대학의 방송 동호회에서 여름특집으로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촬영을 가게 되었다.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회사가 자금과 기재까지 지원해 주어 촬영이 잘 되면, 프로그램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그들은 흥미로운 마음으로 떠났다. 그들이 간 곳은 자살 명소로 알려진 고개로, 카메라는 눈에 띄지 않게 나뭇가지에 숨기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셋이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카메라 배터리를 교환할 시간이 되서 부장이 카메라를 숨긴 곳에 갔다 왔는데, 돌아오자 남아있던 두 명이 새파래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러는데?" "부장이 배터리 교환하러 나가자마자 자살하는 사람이 찍혔어요……." 부장이 모니터를 확인하자, 분명히 고개에서 자살하는 여자가 찍혔다. 결국 '이 기획은 장난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부장은 즉시 촬영을 중지시키고 도망치듯이 그곳을 떠났다. 며칠 뒤. 동호회는 산 속에서 찍은 테이프를 정리하고 있는데, 부원 중 한 명이 새파랗게 놀란 얼굴로 부장에게 말했다. "부장, 그거 진짜였어요!" "뭐가?" "그 자살한 여자, 카메라를 보고 웃으면서 뛰어내렸어요……." 74 제가 중학교 때. 여름방학을 앞 둔 종업식 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방학동안 친구들을 겁주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다가 '앞으로 5초 후에 깨지 않으면 넌 꿈에서 나올 수 없다.' 라는 말을 듣고, 5초 안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큰일난대. 나도 들었는 데, 바로 일어나서 다행이지." 이건 나이가 많은 사촌형에게 들은 이야기이었지만, 자신이 겪은 것마냥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반에서 가장 조용했던 여자아이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5초에 못 일어나면 어떻게 돼? 어떻게 일어나?" 사촌형은 꿈에서 깨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전 말했습니다. "꿈에서 말해. 일어날거야." "그렇구나." 라고 정말로 믿고 있었기에 전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항간에는 자다가 죽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75 제가 지방으로 출장갔을 때 일입니다. 업무를 마친 뒤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을 고르고 있었는 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습니다. 벨소리는 제 휴대폰과 같은 것이었기에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편의점에 잠시 나왔던 터라 휴대폰이 호텔 방에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벨소리는 계속 울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저는 호텔로 바로 돌아왔고,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당신, 크, 큰일났어! 딸이 교통사고로 중태야." 전화는 아내에게서 온 전화로, 저는 곧장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한시간 후 저는 서울을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 방에 있던 휴대폰 벨소리가 어떻게 편의점까지 들릴 수 있었을까?' 이윽고 저는 서울에 도착하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도 딸은 긴급 수술을 마치고 잠에 빠져있었는 데, 이상하게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저, 아내는?" "따님보다 더 위급합니다. 아직도 수술중입니다." 아내와 딸은 같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었습니다. 76 저에겐 영화배우인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같이 다녔지만, 아버지의 전근으로 도시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이사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지냈지만, 배우로 유명해진 후론 아무래도 바쁜 모양인지 예전같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요새 자서전을 낼 계획인데, 초중학교 시절의 사진이 필요해. 이사 때 사진을 잃어버려서 말이지. 다행히 낼 모레 촬영하는 곳이 니네 동네 근처라서 들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 사진 좀 빌려주라." 하지만 저와 시간이 맞지 않아 제가 직접 건네줄 수 없었고, 친구는 우리 집에 잠깐 들려 사진을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그러니까 친구가 우리 집에 방문한 날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낮에 들려 사진을 몇 장 빌렸어. 그래 그래, 아버지가 건네 주시더라. 변함없이 무뚝뚝하시던 걸?"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일년 전쯤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77 오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진 후 남자친구는 고향으로 내려간 것 같았고, 그 후로는 연락이 없었다. 아니 볼 수 없었다. 일 년이 지났다. 어느 날 밤,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왠 일인가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혼 직전까지 갔던 여자와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만나지 않을래?" 머리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전 남자친구의 말에 내 가슴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점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난 그녀를 대신할 사람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기분을 억제했다. "안돼. 지금 널 보면 다시 돌아갈 것 같아서 안돼." "여기로 와." "미안해." 나는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에게 전화가 오지 않길 바랬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잘 지내지? 그러고보니 몇 달 전에 전 남자친구 장례식 갔다 왔어. 헤어졌다길래 그땐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고향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에 전화가 왔을때 이미 전 남자친구는 죽었던 것이다. "여기로 와." 는 고향이 아니라 저 세상이었다! 78 내가 할머니의 치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옆집 아주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도 치매에 걸리셨는데, 밤마다 거리를 돌아다니셨답니다. 아침이 되서야 돌아오시는데, 본인은 어디서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죠. 집 주변에 차도가 많아서 위험하니까 경찰에게 매일마다 사정을 이야기 했는데, 결국은 한밤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슬프기도 하시겠지만, 치매 때문에 고생하신 걸 생각하면… 좀 다행이지 않나요?" "그렇지도 않아요, 시어머니께선 아직도 돌아다니신다고 합니다. 자신이 돌아가신 것도 잊어버리신 듯…" 79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 엄마, 엄마… 큰일이야. 교통사고 나서 수, 수술비가 필요해, 수술비…" 할머니는 사기라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들은 삼년 전에 교통 사고로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사기꾼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사기꾼은 "부탁해 엄마, 부탁해… 부탁해… 엄마, 엄마…" 할머니가 그 말을 계속 들은 이유는 그 날은 아들의 기일이었기 때문입니다. 80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벨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습니다. 움찔 했습니다. 여자가 타고 있었는데, 20대 같았습니다. 등을 돌려 고개를 숙인 채 구석에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5층 버튼을 누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층 버튼이 눌러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자에게 몇 층까지 가냐고 물었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5층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어져서 냉장고를 열었지만… 이런 맥주는 커녕 시원한 물 조차 없었습니다. 목이 너무 말랐던 저는 편의점에서 사오려고 다시 엘레베이터로 향했습니다. 버튼을 누르자 엘레베이터는 5층에 있어서 곧바로 문이 열렸습니다. 아까 그 여자가 같은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오싹했습니다. 전신에 소름이 끼친 저는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만… 올라올 때가 걱정되었습니다. 81 고등학교 시절 겪은 일입니다. 아르바이트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제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손이 스친 느낌이라 아니라, 의도적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습니다. 재빨리 엉덩이로 손을 뻗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야윈 얼굴의 아저씨였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발각 되었는데도 치한 행위를 계속 했습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다음 역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의 팔을 비틀며 "장난하세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하곤 플랫폼으로 내쫓았습니다. 아저씨는 입을 다문 채로 맥 없이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곧 문이 닫혀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저는 마음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 엉덩이를 만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마음으로 뒤를 뒤돌아봤는데, …아까 내쫓은 아저씨가 서있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 82 어느 금요일 저녁. 어느 가족이 중국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주말을 앞 둔 금요일이기도 해서 어머니가 밥을 하기 귀찮았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거기 중국집이죠?" "네." 오랜만에 주문한 중국집이라, 탕수육이나 볶음밥 등등 여러 가지를 시켰습니다. 모두들 굶주린 배를 달래며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배달이 오지 않았습니다. 재촉하려고 전화를 했지만 이번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습니다. 전화를 잘못 건가 싶었지만 전화번호는 확실했습니다. 결국 가족 중 한 명이 중국집에 직접 가보니... 그 가게는 닫혀져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빈 집으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던 것입니다. 결국 배달은 오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주문전화를 받은 사람은 누구였는지. 83 어느 가족이 중국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주말을 앞 둔 금요일이기도 해서 어머니가 밥을 하기 귀찮았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거기 중국집이죠?" "네." 오랜만에 주문한 중국집이라, 탕수육이나 볶음밥 등등 여러 가지를 시켰습니다. 모두들 굶주린 배를 달래며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요리가 도착했습니다. 왠지 전과는 다른 맛인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저녁 식사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우연히 중국집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화재로 인해 가게가 전부 불타 흔적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 이야기론, 엊그제 누군가 방화를 일으켜서 중국집 전원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젯밤 요리는? 84 고향에서 돌아오던 날이었습니다. 산길을 한참 달리고 있었는데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휴대폰을 받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잡음이 심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산길이라 운전 중 통화는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일단 휴대폰을 끊고 운전에 전념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다시 걸어보니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들렸습니다. '뭐지?' 하지만 딱히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고향친구와 통화하던 중, 산길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 했습니다. "너도 겪었어?" 친구도 겪은 모양입니다. 혹시나 해서 번호를 확인했는데 번호가 같았습니다. 게다가 전화가 걸려온 시간도 같았습니다. 저흰 동일인의 장난이라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향 산길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사망자는 여자로 계곡에 떨어져 죽은 듯합니다. 놀랍게도 시체가 발견된 장소는 저와 친구가 전화를 받은 곳 근처였습니다. "혹시 사망자와 친분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전혀 알지 못하는데..." 경찰의 말로는 그녀의 유품 중엔 휴대폰이 있었는데, 휴대폰의 송신이력에 나와 친구의 번호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일전에 받은 전화는 그녀에게서 온 전화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무서운 건 그녀는 죽은 지 한달이나 지났다는 점입니다. 저와 친구가 전화를 받은 건 일주일 전쯤. 게다가 그녀가 죽은 장소는 통화권 이탈 장소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85 형이 겪은 일입니다. 형이 대학생이었던 시절, 친구 5명과 함께 스키장에 갔었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피로로 곧바로 잠들었다고 합니다. 형도 곧바로 잤습니다만, 새벽 2시 정도에 눈이 떠져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꾸벅꾸벅 하면서 방안을 바라보니, 누군가 방 중앙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중얼 거리고 보였다고 합니다. '한밤중에 뭐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한 형은 몸을 일으켜 누군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문득 옆에서 자고 있는 동기들을 보니,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두 제대로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기 서 있는 건 누구지? 게다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목을 매단 것과 같았습니다. 기분 탓인지 다리도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았고. 갑자기 무서워진 형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대로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고 합니다. 물론 그러다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형은 밤에 겪은 일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왠지 다른 사람들한테 꿈꾸고 헛소리한다고 바보 취급 당할까봐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다가 헛것을 봤을 거야라고 스스로 타이른 소심한 형이었습니다만, 문득 아침 식사 도중 동기 중 한명이 형에게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넌 한 밤중에 혼자 서서 뭘 투덜거린 거야?" …보았던 건 형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86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가 매우 안 좋은 집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행방불명되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시어머니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수색은 중단되었고, 시어머니의 실종은 점점 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무사히 대피했지만 아내는 끝내 나오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화재 진화 작업이 끝난 후에 소방관이 집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내는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 되었습니다. 아내의 양 다리에 행방불명이었던 시어머니가 매달려 타 죽어 있던 것입니다. 87 저는 2년 전에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이 있습니다. 도둑맞은 장소는 지하철 역 근처에 위치한 우체국. 하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새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항상 집 앞에 자전거를 두는 있는 장소에 갔는데 낯선 자전거가 보였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왔나 싶어 가까이 보니, 순간 온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벗겨진 페인트, 녹슨 체인... 상태는 많이 상했지만 아무리 봐도 2년 전에 도둑맞은 자전거가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자전거는 있을 수 있잖아?' 하고 생각했을 때, 그 자전거의 바구니에 하얀 물체를 봤습니다. 잘 보니 그건 비와 햇빛으로 새하얗게 변색한 2년 전 잡지였습니다. 2년 전 자전거를 도둑맞았을 때 자전거 바구니에 잡지를 그대로 넣어둔 채였었습니다. 참고로 저의 집은 역에서부터 10kn 이상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88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합니다. 보통 새벽에 같이 일어나 저는 식사준비하고, 남편은 출근준비를 합니다. 어느 날인가, 평소처럼 남편은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고, 저는 졸린 눈으로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누구세요?" 라고 묻자, 어린 남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다쳤어. 도와줘. 크크." '어느 집 아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현관으로 갔는데, 문득 아이의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들떠 있었습니다. 현관을 열기 전에 다시 물었습니다. "어디 사니? 엄마가 어떻게 다쳤는데?" "엄마가 움직이지 않아. 크크." 어쩐지 무섭고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현관구멍으로 보니, 온몸이 피투성이인 어린 남자아이가 현관구멍을 능글능글 웃으면서 응시하고 있습니다. 순간 오싹해져서 뒤를 물러섰... 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심장이 아직도 두근두근합니다. 남편이 "아직도 자고 있어?" 라며 화장실에서 안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저는 빨리 밥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는데, 남편이 뒤에서 말했습니다. "아깐 왜 현관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어? 누군데?" 이런... 꿈이 아니였나 봅니다. 89 지하철에서 나오자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펼쳐 걷기 시작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상하다……. 거리에 있는 사람 중에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고, 어두운 얼굴로 걷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끌어당겼습니다. 그 사람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고, 한참을 달려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와서야 멈추었습니다. 그 사람은 내 남자친구였습니다. "늦어서 미안해!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늦었어……." 약속시간에 늦은 나는 남자친구가 화가 나서 그런 줄 알고 급히 사과했지만, 남자친구는 새파란 얼굴을 하곤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아무도 없는 길에서 뭐하는 거야? 마치 사람들을 피하는 듯이 걷고 있잖아!" 90 새로 입주한 아파트. 며칠 전부터 교회에 다니라는 끈질긴 권유가 있었다. 몇 번씩이나 거절했지만,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는 정말로 다음 날 다시 온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구나.' 라는 생각에 어제부터 무시했더니만, 매일같이 한 시간이상 설교를 한다. 오늘도 한 시간이나 문 앞에서 혼자 떠들다 갔다. 결국 그가 돌아간 후에야 시장에 나갈 수 있었는데……. 어라? 문을 잠그려고 보니 열쇠구멍이 상처투성이. 이사할 때만 해도 깨끗했는데, 혹시 열려고 했던가? 여러 가지를 상상하니 무서워졌다. 추신 특정 종교를 비방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며, 그런 의도의 댓글 역시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1 중학생이었을 무렵,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집에 도착했는데, 집 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분명 집에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큰 소리로 친구 이름을 불렀다. "놀자."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다시 친구 이름을 부르며 집 안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들어오면 안 돼!" 라며 친구가 큰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뭔가 망가지는 소리라든지 비명소리라든지 들렸다. 난 영문도 모른채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학교를 가니, 그 친구 집에 강도가 와서 친구와 엄마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친구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친구는 계속 숨어있어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몰랐을 텐데. 지금도 생각하면 슬프고 분하다. 92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전근으로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가니, 여러모로 신선했고 동네도 좋아보였기에 이사에 대해 큰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사 온 후부터 집 안에 웬 여자아이가 돌아다니는 게 문제랄까요? 아니,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여태까지 귀신이니 유령이니 믿지 않았는데,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유령이라니… 전 걱정이 되어 어머니께 이야기 했는데, 어머니께선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네가 어렸을 때, 여자아이를 유산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네 여동생이 아닌가 싶구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턴 왠지 무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집 안에 갑자기 나타나 가족들을 응시할 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 여동생 유령에 익숙해졌을 무렵, 문득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엄마는 여동생 유령 본 적 있어?" 모자 간의 유대를 기대한 질문이었는데, 어머니의 대답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아, 그거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믿었니?" 93 얼마 전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와 취향이 상당수 같아 이야기를 나눌수록 호감이 생겼다. 그녀 역시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 소개팅을 마치고 그녀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 앞에서 헤어지면서 다음 약속을 위해 전화번호를 물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흔쾌히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내 번호도 지금 알려줄께." 하며 그녀의 전화번호로 건 순간, 내 휴대폰에 나타난 이름. 스토커. 6개월 전, 매일 밤마다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었다. 전화는 언제나 침묵이나 울음으로 일관했었고, 거듭되는 전화에 지친 나는 당시 번호를 스토커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고 착신 거부했었다. 지금 분병 그녀에게 건 번호는 그 번호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마음에 걸려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94 혼자 살고 있던 나는 스토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는 잘 잤어?" 라는 낯선 남자의 전화가 걸려오고, 회사에 가면 "회사식당 밥은 괜찮아?" 집에 돌아가면 "잘 다녀왔어?" 라는 전화가 온다. 결국 난 견디지 못하고 경찰서로 가서 경찰관에게 신고를 했는데 그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늦었네. 계속 기다렸다고." 95 어느 날 중고차를 샀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더 기분 좋았던 일은 네비게이션도 달려있었다는 것. 나는 차를 받자마자 바로 드라이브를 갔다. 여자친구가 예전부터 밤길 드라이브를 졸랐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을 작동하자 예정 목적지가 지정되어 있었다. 아마 전 주인이 등록한 곳이라 생각되었는데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기에 시험 삼아 가보기로 했다.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입니다. 계속 직진입니다." 30분 정도 달리자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주변은 험한 산길.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윽고 네비게이션이 말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험한 산길의 코스. 주변에 아무 것도 없었다. 허무해진 나는 불평하는 여자친구를 달래며 차에 다시 탔는데 네비게이션에서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 "여기서 나는 사고로 죽었습니다." 96 난 새로 입사한 프로그래머. 회사에서 개발 중인 프로그램의 소스를 체크하던 중 주석으로 된 유서를 보았다. 세 사람씩이나. 그 중 한명은 내 전임자가 아닌가? 내용은 미안해. 지쳤어. 뿐……. 주석 프로그래머가 코드 작성 시 코드 이해를 돕기 위한 메모. 97 시골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자식도 없이 외로웠던 할머니는 며칠 전 거리에서 줍게 된 인형을 귀여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인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말할 수 있게 되면 좋을 텐데." 그러자 할머니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인형은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네 눈이 보이게 되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할머니 눈은 안 보이게 되었고 인형의 눈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또 잠시 후에 할머니는. "네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고 할머니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물론 인형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네가 사람이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자 인형은 할머니를 죽이고 사람이 되었습니다. 98 어릴 적에 꾼 꿈. 꿈에서 문을 열고 부엌에 가니 아버지가 나를 부엌칼로 난도질하고 있었다. 내 자신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꿈에서 바로 깨어났다. 일어나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세수하러 세면대로 가니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스쳐지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아팠니?" 99 관광버스 가이드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온천투어의 가이드를 맡았는데 그 날은 회사나 동네의 온천투어가 아니었습니다. 온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임시로 모임을 만든 것 같았습니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국도로 들어왔습니다. 예정대로 중간 휴식지에서 쉬고 있었는데, 휴식시간이 끝났는데도 손님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무 명이나. 모임의 리더라고 생각되시는 분께 전화를 했는데 근처 숲 속에서 휴대폰 소리가 났습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손님들이 숲속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불러도 여기를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근처까지 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손님들이 전부 목을 매어 자살해 있었습니다. 그 일로 가이드를 그만 두었습니다. 100 회사 동료가 회식에서 만취했습니다. 잘 취하지 않던 친구인데 평소와 다른 모습에 살짝 놀랐습니다. 밤이 깊었기도 해서 동료의 집까지 택시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부인이 현관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이젠 지하철이나 버스도 없는데, 같이 주무시고 가세요?" 호의는 고마웠지만 동료의 집에서 자기도 뭣 해서 택시타고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어제 만취했던 동료가 오후가 되어도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숙취로 못 오는 거 아냐?" 하며 웃어 넘겼지만 전해온 소식은 다소 충격적. 어젯밤에 부인에게 부엌칼로 찔려 죽었다고 합니다. 경찰에 의하면 부인이 노이로제였다고 하는데, 사내 통지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전해졌습니다.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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