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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28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헐Ω
추천 : 54
조회수 : 7865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2/04/20 12:31:51
"너...씨.씨발...새끼... 뭐하는거야?"
나를 붙잡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그를 바라보던 군단 수사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그 병사는 갑자기 모든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오금이 저렸다.
전에 몇 번 금속성 물질이 내 몸을 관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대포 구멍처럼 확대되어 보이는 나를 향한 총구를 보는 순간, 그 게 미친 상상이었음을 느꼈다.
갑자기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워버리더니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뭐..뭐라고?"
그리고 그 병사는 무슨 결심을 한 듯 입을 굳게 한 번 다물더니 마지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군바리 새끼들...다 죽여버리겠어..."
"안돼!!!!!!!!!!!"
"탕!! 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그 병사를 바라보고 있던 세 사람이 뒤엉켰다.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어둠과 폭우와 소름끼치는 공포속에 우리는 서로 뒤엉켜 있었다.
그 병사가 흥건한 흙바닥에 넘어진 것을 확인 한 군단 수사관이, 그에게 달려들어 총을 뺏고 무자비한 주먹질을 얼굴에 퍼부었다.
"이 개새끼! 미친 새끼!!"
몇 차례의 주먹을 허용한 후 그 병사가 실신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병사의 움직임이 없자 군단 수사관은 헉헉대면서 오른 주먹을 높이 쳐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넘어진 자세로 그 병사의 다리를 잡고 있던 나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내 앞에 넘어져 있던 수사관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껄떡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미친 병사를 향해 수사관이 소리치며 달려든 것이다.
손전등에 비추자 그의 주변으로 원형의 피바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사관님!!!!!!"
"야!! 최상사!!!!!!!!"
군단 수사관과 나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의를 벗겨내자 그의 왼쪽 복부 아래에서 피가 토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발사된 총탄 두 발 중에 한 발을 맞은 것이다.
"뭐해!! 새끼들아!! 의무대 연락해!!!!!!!!!"
군단 수사관의 외침에 무슨 해괴한 상황이 벌어진 건지 감도 못 잡고 안절부절 하던 남은 두 병사가 대문밖으로 뛰었다.
"야!! 최상사!!!!!!! 정신차려!!!!!!!!!"
"지혈시켜야 돼요!!"
이 말과 함께 나는 우의를 벗어제끼고 이빨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품 속에 감추어져 있던 사건서류가 바닥에 떨어져 물속에 잠겨 젖어가고 있었다.
서류는 흙탕물 속에 파묻혀 훼손되어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의 피가 새어나는 왼쪽 하복부에 찢긴 우의를 접어서 덧대고 그 위에 길게 찢긴 우의로 하복부를 감아 돌렸다.
그 순간 부릅 뜬 눈을 유지한 채, 숨을 껄떡이던 수사관이 천천히 오른팔을 움직여 뭔가를 들어올렸다.
소나타 차량 열쇠였다.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나는 금방 알수 있었다.
나는 그의 손과 열쇠를 동시에 움켜쥐고 조용히 열쇠를 뺏아 들었다.
"죽지마요...꼭 다시 만납시다."
이에 옆에 있던 군단 수사관이 부릅 뜬 눈으로 노려보며 나에게 물었다.
"지금 뭐하는거요?"
이에 나는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닥치고 있어요."
나는 천천히 일어서 아기 시체가 있는 작은 방으로 뛰었다.
나의 무서운 기세에 주눅이 들었는지 군단 수사관이 더 이상 나를 제지하지 못했다.
작은 방 구석에 놓인 아기 시체를 싸고 있는 담요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 시체가 담긴 담요를 들고 빗속을 뛰었다.
그리고 노인이 그려 준 약도를 따라 나는 차를 몰고 미친 듯이 달렸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가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내가 먼저 저 세상 사람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10분 여를 미친 듯이 달려 나는 아기 엄마의 무덤으로 올라가는 야산 입구에 도착했다.
간혹 내려치는 번갯불에 조명탄이 터진 듯 야산 전체가 환하게 밝혀졌다.
우의도 없는 상태로 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야전삽 하나를 든 채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입구까지는 오기에는 수월했지만, 산 속 100여미터를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거의 물반 흙반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땅이 질퍽거렸다.
몇 차례 미끄러짐을 반복하며, 나는 아기 엄마가 있는 무덤으로 거의 기듯이 올라갔다.
헐떡이는 숨소리에 맞추어 빗물이 내 입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침인지 빗물인지 입 속에서 쏟아지는 분비물이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드디어 노인이 말 한 그 곳에 도착했다.
정말로 비석 하나 없이 동그란 낮은 봉분 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관리가 있었는지 주변엔 잡초나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었다.
아기가 담긴 담요를 오른팔로 감아 안은 채, 숨을 헐떡이며 나는 그 무덤 앞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깊은 밤, 산속에 비까지 내리고, 어느 이름 모를 여자의 무덤 앞에 지금 나는 서 있다.
그 무엇이 나를 이 곳으로 이끌고 왔는지 기억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20년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이 자리에 세우기 위해 그 수많은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어느 정도 잡스러운 생각들이 정리되자, 나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20년 넘게 내려 온 이 피비린내나는 저주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아이요...."
그녀가 듣고 있는지 아닌지 나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눈물을 거두고 이 아이를 데려가시오."
나는 아기를 조용히 내려놓고 봉분 옆을 야전삽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빗물을 먹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흙이 쉽게 파헤쳐졌다.
어느 정도 적당한 깊이가 되었다고 판단이 서자, 나는 아기가 든 담요를 들고 와 그 구덩이 속으로 가만히 내려놓았다.
물끄러미 몇 초간, 검은 미이라가 되서 어미 품으로 돌아온 아기를 쳐다 보았다.
"이젠 엄마하고 편히 잠들거라."
야전삽이 아닌 두 손으로 정성스레 흙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내 주변을 너무나도 작은 아기 울음 소리가 맴돌았다.
"응애...응애....응애..."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고 흙을 채워나갔다.
이젠 이 소름끼치도록 지겨운 환청과 이별하고 싶다.
두려움 때문인지, 서러움 때문인지, 이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이유 모를 눈물이 내 두눈에서 쏟아졌다.
흙을 다 채운 나는 천천히 일어서 그녀의 무덤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조용히 흙으로 범벅이 된 오른손을 들어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마음이 정리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기엄마의 배려인가......이젠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다시 야전삽과 손전등을 들고 산을 내려갔다.
미끄러운 산을 내려오는 것은 올라가기보다 더 힘들었다.
수없이 넘어짐을 반복한 후 나는 산을 내려왔다.
온 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 차를 다시 사건현장으로 몰았다.
멀리서 의무대 응급차량이 떠나는 것이 보였다.
그 집 대문앞에 도착하자 군단 수사관과 남은 병사 두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없이 몇 초간 서로를 바라보았다.
"최상사..어떻게 되었소?"
나는 마지막 퀴즈 문제의 정답을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괜찮소..."
그제서야 내 온 몸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면서 너무나도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일어서시오. 이제 갑시다."
군단 수사관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를 잠시 올려다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흥....이제 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군 수사관이 총에 맞았소...큰 바람이 불거요. 그런데 아까 대위님이 들고 뛴 것이 뭐요?"
"20여년 전에....이 곳에서 죽은 아기라오..."
"아기?"
사단 헌병대로 돌아온 나는 피의자처럼 유치장에 감금당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 나를 감시하던 병장을 달고 있는 헌병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조용히 내 밀며 헌병이 말을 걸었다.
"조금 있다가 사단본부에 들러야 하십니다."
"그래?"
"식사를 마치시고 정복으로 갈아 입으시기 바랍니다."
"사단장님이 그러래?"
"군검찰에서 대위님을 소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사단장님 면담이 끝난 후 바로 가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 동안 대위님 정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해놨습니다."
사단 본부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나는 사단장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말해야 할지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다.
사단장실에 들어섰을 때 이미 몇 개의 담배를 피워댔는지 실내가 연기로 자욱했다.
나의 경례에도 사단장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하나 들어왔다.
어느 기관에서 호출 명령을 받았는지, 사단장이 전투복이 아닌 정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왜 내 명령을 어겼나?"
사단장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럴만큼 그 사건이 가치가 있었나?"
"........."
"이젠 나조차 감당할 수 없을만큼 사건이 커져버린 것 같아. 군인에 의해 민간인이 죽고, 어제는 군 수사관이 총에 맞고..."
"면목이 없습니다."
"같은 집에서 20여년 동안 1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옛날 같으면 감추고도 남았을 일인데..
세상이 변했다네....더 이상 감출 것이 없어.."
"...........?"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최중사 사건을 전면 재조사 하겠다더군....그러면 20년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다 파헤쳐질거야....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말야...."
이번 두 사건이 그의 진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일까?
사단장의 미세한 손 떨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명색이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일로 손을 떨 정도인가?
사단장이 이렇게 형편없는 새가슴을 한 장성이었단 말인가?
사단장은 자신의 진급 외에는 그 무엇도 관심조차 베풀 자비도 없는 사람인가?
그리고............
수사관이 비밀스럽게 조사한 자료의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어젯밤 그 서류는 흙탕물 속에 잠겨, 엄천난 빗줄기 때문에 물에 풀어지듯 사라졌을텐데...
나의 이런 의문에 사단장은 답이 될만한 질문을 던졌다.
"그 아기는 잘 묻었나?"
"네?"
"군단 수사관이 그러더군.....아기를 하나 묻고 오더라고..."
"그런데 사건 서류의 내용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제서야 사단장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호..혹시? 20년 전 그 대위?"
사단장은 음흉스런 미소를 풀지 않았다.
"미소만 지어도 알아차리다니 대단하구만.
그래...아기를 찾아내 어미 무덤까지 가서 묻어 주었겠지? 그 정도면 모든 걸 알았을거라 생각했네."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는 내 허리 뒤의 두 손이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에게 따로 사건 조사를 맡기셨던 거군요....
관할 경찰서나 헌병대에서 어떤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은셨던 겁니다."
사단장은 입을 굳게 한 번 다물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그 동안 20여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듣고 있었지.
젊은 날의 한 때 불장난으로 인해 지금 이 때까지 나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려 왔네.
다시는 이 곳으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이 곳에 사단장으로 부임해 올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나?
내가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길 바랬는데 결국 최중사 사건이 터졌으니...
어떤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솔직히 두려웠지.
그렇다고 헌병대에 세세한 상황까지 캐묻고 다니는 건 무리였어.
국방 장관에까지 보고된 사건에 내가 자꾸 관여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거든.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든다는 느낌을 주지 않겠나?
그래서 자네를 내 대리로 이용한 걸세.
그런데 헌병대 조사가 끝났는데도 자네가 더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거야.
그냥 둘 수가 없었어.
조금만 있으면 진급시즌이 다가오고 나는 이번 진급이 결정되면 여기를 떠날 상황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진급은 커녕 현재 보직도 유지할 수 있을 지 걱정이야.
새벽에 사건 보고를 받고 그 현장에 직접 갔었지.
난 20여년 만에 돌아와, 나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일어난 그 참혹한 사건의 현장에 서 있던 내 심정이 어떠했겠나.
늦었지만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조용히 사죄를 했지...."
사단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겼다.
나는 웬지 모를 분노감이 치밀었다.
"정말로 죄책감이 드십니까? 진심으로 사죄를 하셨습니까?"
사단장은 대답을 거부한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 정복 모자를 갖추어 쓰고, 뚜벅뚜벅 문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열려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서 뒤돌아보며 나에게 물었다.
"아참....군검찰로 소환되면 어디까지 얘기할텐가? 내 얘기를 할텐가?"
"......."
"내 얘기를 하든 안하든 사건조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텐데...단지 나에게 도덕적인 책임만 물을거야.
내가 총질을 한 건 아니거든"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터질 듯한 분노와 증오가 밀려왔다.
"필요하다 판단이 되면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훗......도대체 왜 자네는 안전한 길을 놔두고 자꾸 이런 위험을 자초하나?"
나는 열중쉬어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등 뒤에서 들리는 사단장의 말에 대답을 했다.
"사관생도 훈에 보면 '귀관이 정의를 행함에 있어 닥쳐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라는 귀절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따를 뿐입니다."
"훗...그렇군."
한 번 가소로운 듯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사단장은 말을 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사단장은 조용히 문을 열고 빠져 나갔다.
사단장실을 빠져 나왔을 때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헌병대 호송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병으로 보이는 친구가 차량 옆에 서서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게 어제밤 일로 끝난 것 같았는데, 이 편치 않은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순간 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을 알렸다.
"네?"
"대위님...최상사입니다."
"수사관님!!!"
기쁨의 함박 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수사관님?"
"크크...살아있으니까 전화질 하는거 아니오?"
"수사관님...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런 말 마쇼.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후회는 없소."
"그런데 웬 전화이십니까?"
"그냥 그 애기 잘 묻어줬나 궁금해서 말이죠...."
"네..잘 묻어주고 왔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난건가요?"
"저....그게 말입니다..."
나는 찝찝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요?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정말로 아기 영혼이 우리를 다치게 한 걸까요?"
"그게 무슨 말이오?"
"아기가 아니라 그 애 아빠의 영혼이 우리를 괴롭혔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애는 단지 이런 살육을 막기 위해 울음소리로 우리에게 알린 거라면?"
"설..설마요..."
"예전에 죽은 소대장이 밤마다 가위에 눌렸을 때, 피범벅이 된 무장한 군인이 나타났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어젯밤 아기를 들어내는 작업할 때 제가 목격한 것도, 얼굴이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였습니다.
귀신 씌인 병사가 한 말 기억나요?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기가 어떻게 군바리라는 말을 알죠?"
"대위님....."
불현 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위님......듣고 계시나요?"
나의 대답이 없자, 수사관이 아픈 몸으로 힘겹게 불러댔다.
"대위님...듣고 있어요?"
나는 온 몸이 오그라드는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어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뭐였죠?"
"예?"
"어제 총을 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고 그랬잖아요."
"그..그거 말고, 바로 전에 말...."
"음....뭐더라...아.....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는댔나?"
동시에 나는 조금 전 사단장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다고 모든게 끝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 휴대폰을 떨구고 말았다.
사단본부 주변으로 보이는 드넓은 산악지형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헤어날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숲속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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