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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성립할 때를 보면 엄청 대단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안타까워요.
조선이 일어설 수 있는 철학적 근본은 유교에 있었죠.
유교 이론과 경전중에서도 유독 튀는 인물이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유교의 아이콘, 공자가 아니라 맹자.
역성혁명론의 맹자.
사실 맹자도 엄청나게 진보한 현실주의자에요.
그 어지러운 시대를 살면서 왕도 하늘과 백성에 필요없으면 그냥 갈아치울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 해석을 정몽주는 메타포로 한거고, 정도전은 인디케이트로 했어요.
근데 막상 구왕조를 갈아치운 정도전은 정몽주의 해석을 국가 통치의 기반으로 삼아요.
더 원리주의에 입각해서 말이죠.
극단적인 행동론자가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로 한순간에 변모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떤 의미에선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왕조를 목적이 아닌 통치의 수단으로 삼아버렸으니...
웃긴건 이걸 받아들인 게 무골 이성계라는 점.
좋은 나라 만들 수 있다면 왕이던 무엇이건 이용하라는 지지였어요.
유교적 철인으로 재상중심 합의체를 수호하는 왕권이 정도전의 이상이었으니까.
왕권으로 직접 지배하는 국가엔 지속가능한 통치 시스템 들어서기 어렵다 생각했었죠.
근데 가만보니 이대로 두면 나라 통치 시스템은 만들어지겠는데 왕권이 아주 빚좋은 개살구 되게 생겼어요. 망했어요.
그래서 무려 그 어려운 고려조정의 과거를 패스한 초엘리트 이론가 이방원이 극단적인 행동가로 변모합니다.
그게 왕자의 난으로 나타난거였고.
더 웃긴 건, 이방원은 피를 흘리는 왕은 자신의 대에서 끝나길 바래요.
아니 이양반들이 지금 장난치나.
강력한 왕권을 갖되 정도전의 유교적 이상국가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
심지어 정도전이 남긴 거 털도 안뽑고 홀딱 다 집어삼켜.
다 지꺼래.
이래놓고 왕권을 넘기니, 세종대에는 시대는 힘들어도 이방원의 이상에 근접한 그런 왕권과 시스템이 갖춰진겁니다.
이후 세조때부터 시스템이 크게 망가졌고, 국조로 삼은 유교의 물질세계에 대한 뚜렷한 한계와 형이상학이 나라를 망쳤다는게 안타깝습니다만....
여러모로 조선왕조 초반의 역사는 진짜 이론적인 측면이건, 현장의 측면이건 참 재미있어요. 대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