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실 푼 이 밤을 저 홀로 비단 위 거닐 듯
본의 아닌 옆태 드러내 살랑살랑 오시는 아낙이여
그르메에서 숨죽인 눈들 다 속앓이하리만치 아리따운데
오작교 수렴水廉귀만 고개 푹 숙인 건
서슬 퍼런 맘 헤아렸기 때문인고
임 가신 연정에 피눈물 번지다가
타든 향 가루 떨어지는 연풍 소리에도 잠 못 이루어
여인은 제 흰 옥체에 단도 꽂기를 기도하나, 마침
헐거운 창호지 틈 사이
제 안방인 양 엿 본 만삭의 달이 얄미웠더랬지
그리하여 시려운 달을 베러
깊고 깊이 방황하는 사연을,
저기 저 하늘 닿을 듯하기만 한 언덕
구슬피 우는 산새는 또 알고 저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