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준
흑마구를 집대성했다는 전병호(현 삼성코치). 하지만, 그보다 앞서 흑마구의 창시자라 불렸던 투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삼성의 성준이었다. 고교시절 경북고 전국대회 4연패의 주역이었던 성준은 한양대를 거쳐서 86년 삼성 에 입단하게 된다. 성준은 데뷔 첫 해에 시즌 15승에 방어율 2.36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일약 삼성 마 운드의 핵심 투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데뷔 첫 해가 커리어 하이) 그 후로 데뷔 첫해만큼의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통산 성적이 97승에 방어 율 3.32였으니, 생각보다 상당히 수준급의 투수였음을 알 수 있다. 성준은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었다. 140km까지 던진적이 있다고 하나, 대체로 빠른 직구를 던져도 130km 정도였고, 주로 100-120 km의 느린 변화구로 상대 타이밍을 뺏는 기교파 투수로 활약을 했다. 얼마나 느린공을 던졌냐면, 해설자가 던지는 공 위에 파리가 앉는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는데, 실제로 느린공을 던져도 타자들이 잘 치지 못했다. 선수 생활 말년에 12승, 14승을 한 것을 보면 성준은 투수로서 수 읽기가 상당히 능했고, 마 운드 완급조절과 평정심이 매우 뛰어 났음을 알 수 있다. 성준은 롯데에게 상당하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자신의 통산 97승 중 롯데에게 28승을 거뒀 다. 그런 인연때문인지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롯데에서 보내게 되었고, 은퇴 후 롯데 코치로 야구 인생을 잇기도 했다. 성준에게 아쉬운 점은 통산 100승에 마지막 3승을 남겨두고 선수 생활을 접은 것이었다. 만약 성준이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면 역대 2번째로 좌완투수 100승 투수가 탄생할 수 있었을 터인 데...(통산 최다승 및 좌완 최다승 투수는 송진우) 어찌됐든, 통산 97승의 기록도 역대 좌완투수의 두번째 성적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준은 현재 한화에서 코치로 활약 중이다.
... 성준은 '인터벌'이 정말 긴 투수였다. 그가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에는 심판도 짜증이 나고, 야구를 해설하는 해설자도 짜증이 나고, 같이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짜증이 날 만큼 인터벌 이 길었는데.. 한편에서는 삼성팬들조차 성준이 등판하는 날에는 경기장을 찾지 않은 팬들이 다수 존재했 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성준이 선발 등판한 경기는 4시간은 훌쩍 넘었다고..-_-; 성준의 긴 인터발에 대한 일화들. 1 - 1997년 6월 7일 대구구장 대 OB전 (오후 2시 시작) 당시 OB 1번타자였던 정수근은 6구만에 중전안타를 치고 진루를 했다. 이에 성준은 정수근 을 의식해 1루에 무수한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 때문일까?. 2번타자 이명수가 가까 스로 7구째 볼넷을 얻어 상황은 OB의 무사 1-2루 찬스가 되었다. 그리고 3번타자 심정수 등장. 주자가 2명으로 늘어났고, 강타자 심정수가 등장하자 성준은 견제구가 더욱 더 많아졌다. 그리고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동작도 늘어났다. 더구나 심정수를 대충 상대해서 잡을 수 도 없는 노릇....결국 심정수 마저 10구째에 볼넷으로 출루하며 OB는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4번타자 이도형. 흑마구의 유혹에 이도형은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5번타자 김상 호는 10구가 넘는 끈질긴 승부 끝에 결국 삼진을 당하게 되었다. 이제 2사 만루 상황. 시간은 2시 30분이 이미 넘음-_-; 안타를 치고 출루했던 1번 타자 정수근은 이미 대구구장의 땡볕에서 30분 이상을 버티고 있었다. 성준의 수많은 견제구에 슬라이딩 다수, 지속적인 스킵 동작까지 했던 정수근도 대구 구 장의 땡볕에서 30분 이상을 버티는 것이 인간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것일까?. 6번 타자 안경현의 2-1 상황에서 더위를 먹은 정수근이 홈을 파고드는 홈스틸을 시도했다. 당연히 포수 김영진에게 태그 아웃. 정신줄을 놓은 홈스틸을 감행하며 아웃당한 정수근은 오히려 덕아웃에 들어가며 미묘한 웃음을 지었는데, 그 후 야구팬들은 '오죽하면 정수근이 홈스틸 자살을 시도했을까'라고 말하며 성준의 긴 인터벌의 추억을 회자하기도 한다. 2 - 대구구장 대 LG전 (오후 2시 시작) - 정확한 날짜는;; 전설적인 기록이 나왔던 경기. 선발 투수 성준은 이날 LG를 상대로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그가 1회초를 마치고 공수교대를 했던 시간은 이미 2시 45분이었다. 1이닝 무실점, 하지만 경기 시간 45분. 1회초에 만루 위기를 자초한 성준은 LG 타자들이 진루를 하면 어김없이 견제구를 던졌는데, 이때 1번타자였던 유지현에게 무려 14개 연속 견제구를 던지는 진기록도 더했다. 포수의 싸인을 8번 연속 거절(7번이라는 설도 있음), 투수판에서 지속적으로 발을 뺐고, 송 진가루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_-; 간단히 그의 투구 과정을 정리하자면, 모자 고쳐 쓰기 -> 1루 쳐다보기 -> 포수 쳐다보기 -> 싸인 수차례 거절 -> 싸인 확인 -> 하지만 발을 뺌 -> 송진가루 묻힘 -> 바지 추스르기 -> 공 교체 -> 1루에 수차례 견제 -> 제풀에 지친 타자 타임 요청 -_-; 이런 투구 과정때문에 1구를 던지는데 1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 지나치게 긴 인터벌 때문에,(경기가 늘어지고, 경기시간이 늘어나니..) 성준을 싫어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긴 인터벌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고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성준이 프로 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공이 빠르지도 않고, 구위도 좋은 투수는 아니였으니...;; 자신만의 생존법으로 프로에서 97승을 한 것도 어떻게 보면 그가 진정한 프로가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은퇴한 성준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은, 만약 같은 시대에 성준과 박한이가 야구를 했고, 또 다른팀으로서 만났다면....-_-; 어떤 승부가 펼쳐졌을지...재밌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둘이 동시대에 야구를 해서 다른팀으로 만났더라면... 아마 12초룰이 더 빨리 도입이 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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