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으려 거듭 쥔 소행에 흰 진물 터지고
폭력적으로 유전자 조작 겪은 뒤
햇발 유도책 꽃 색 본연마저 기능 역전되자
세상 그 어떤 구석보다 짙게
검정 물들고만 한 송이는
설혹 또 속살 갉는 해충 꼬일까 봐 정체를 웅크린 채
제 향 티끌조차 안 새도록 동작 하나 뻥긋 않고
끔찍한 콧김이 킁킁댄 악몽 시달린 사이
무심하게 풍경은 돌고 돌아
봄날 나누러 온 전령사가 숨통 틔워보건대
등짐을 그만 바람 속 꽃가루와 같이 훌훌 놓으렴, 춤 청하지만
뿌리 깊이 변한 삶 숙련된 침묵은 사신이 엿듣던 반주라
애처로운 운명도 딱 거기까지였을 빛과 그림자 경계에서
기어코 시든 검정 꽃 이야기를
감히 왜 살아가는 자들 책임이라 할 수 없는지
합의란 불완전한 미봉책을 속죄인 양 여긴 심판이 때론 우스워
어째서 죄만 미워할 테냐고
난 흑장미가 음각된 가면을 쓸 것이며
피도 눈물도 없는 표정일지니
신이시여, 그래왔듯 방관하소서
오직 복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