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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욕쟁이
게시물ID : readers_28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이옹
추천 : 5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10 2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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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둥둥~어서 일어나 ~

어김없이 오늘 아침도 알람이 시끄럽게 지껄인다.

그러다 또 지각할꺼야~XX...”

으응...?”

조금만 더 자기위해 알람을 잠시 꺼두려는 찰나에 귀를 의심케 하는 단어가 들려왔다.

당연히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알람을 틀어 보았다.

뚱둥둥~어서 일어나 ~

그러다 또 지각할꺼야~XX끼야~

수업 끝나고 모이기로 한거 잊지마 개X끼야~먼저 가면 안 돼 X신아~

다시 듣고 나서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아직 꿈나라에 있다는 것을.

나는 입에 걸레 물은 망할 휴대폰의 배터리를 뽑아버리곤 다시 잠에 들었다.

대철이 이 개X끼야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자냐 이 X발놈아!!”

으응? 좀만 더...”

누군가가 나를 거칠게 부른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목소리는 엄마다.

그런데 엄마는 절대 저런 험한 말을 입에 담을 분이 아니다. 욕이라곤 바보, 멍청이 정도가 끝이신 분이니. 고로 나는 아직 꿈나라에 있다.

X끼가 얼른 퍼뜩 안 일어나!? XXX만한 새X!”

누군가가 이불을 무섭게 들춘다.

아악! 왜 그래 아침부터 욕하고 그래!!!”

계속되는 욕설에 잠을 더 자래야 잘 수가 없었다.

이놈의 새x가 어디서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 모양이야? X같은 새X!!!!!”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입을 쳐다보았다. 엄마의 입이다. ‘분명 엄만데...’

엄마는 날 깨우시고는 방 밖으로 나가셨다. 내 정신도 같이 문 밖으로 나간 듯싶다.

내 대가리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내가 아직 꿈나라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머리에 느껴지는 통증이 너무 약하지도, 과하지도 않고 적당한 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의 느낌이다.

뭐지...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중얼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엄마는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근데 아까 머라고 했어??”

아침부터! 그 버릇없는 말버릇은 뭐야!? X발놈아!”

내 말을 듣자마자 갑작스레 소리쳤다.

으응...?”

갑작스러운 엄마의 모습에 간 떨어질 뻔 했다.

어처구니 없었다. 내가 조금 늦게 잃어난 것이 이렇게 큰 잘못인가.

.. 엄마? 내가 뭐 큰 잘못이라도 한 거야? 왜 그렇게 욕을 해?”

너 또! 말버릇이 왜 그래! X신 새X야아.. 그리고 내가 무슨 욕을 했다고 그래! X라이 X끼야!”

“...”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야성미 넘치는 모습에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오늘 밥 안차려 줄 거니까 X신 같이 네가 차려먹던지 그냥 가던지 해 개X 같은 X끼야

아침부터 쏟아지는 욕 세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사나이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데...

난 닥치고 문을 세게 닫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X발 아침부터 왜 욕하고 X랄이야...”

옷걸이에 대충 걸어져 있는 교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머리도 감기 싫었다. 나는 단단히 화가 났음을 드러내기 위해 쿵쿵거리며 집 밖으로 나갔다.

아아악!”

대문을 세게 닫고 소리를 한 번 질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침도 먹지 않은 이른 시간에 나와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등굣길이 한산했다.

걸으며 아까 전의 일을 계속 생각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히스테릭한 엄마의 모습, 입에 걸레 물은 휴대폰 알람...

!!!! 개철 이 X발놈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아니, 누군가가 또 내게 욕을 했다. 여기서 개철은 내 이름인 대철에서 파생된 내 별명이지만 뒤에 있는 ‘X발놈은 욕이지 않은가.

난 눈이 반쯤 돌아갔지만 그래도 인자하게 웃으며 내게 욕하는 놈을 바라보았다.

내게 욕한 놈은 도진이라고 매일 가장 먼저 교실에 들어가는 성실한 놈이었다.

도진은 달려서 내 옆으로 오더니 말을 걸었다.

X발놈아~ 너 웬일로 이케 빠른 시간에 학교 가냐? Xㅋㅋ

이 새끼가 상황파악이 안 됐는지 내게 또 욕을 해댄다.

그러게 이 X발 새끼야 근데 너 왜 X발 아침부터 욕질이냐?”

으응? X발 내가 언제 욕했다고 개X끼야

이 미친X끼는 지금 욕하면서 언제 욕 했냐고 물어본다.

지금 욕하잖아 개X끼야!”

너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냐 X신 새X?”

그래 이 X발 호X X끼야"

... 그래 그럼 나 먼저 간다! X신아!”

XX끼는 괜히 내게 시비 걸다가 생각보다 내가 세게 나오자 쫄아서 토끼는 게 틀림없었다. 오늘 일진이 얼마나 사나우려면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다들 X랄인지 걱정이다.

다행히 이른 아침의 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새들도 이런 상쾌한 공기를 즐기는지 기분 좋게 지저귄다. 이른 아침의 풍경은 나의 이 뭣같은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까 나한테 쫄아서 먼저 가던 쫄보가 책상에 퍼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일찍 나와서 학교에서 잘 거면 그냥 집에서 자지 정말 이해 안 되는 X신이다. 나도 의자에 앉자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눈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 대철! 이 개X끼야 안 일어나!? X!“

, 누군가가 내게 욕을 한다. 한참 꿀잠자고 있는데 말이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의 다리가 내 앞에 있었다.

뭐냐?”

나는 몹시 짜증나는 투로 물었다.

X발롬아 니가 도진이한테 욕했다매 XX

쫄보 이 비겁한 X끼가 빽을 불렀나보다. 그래 그 잘난 빽 면상 한번 얼마나 험악한지 보자.

!”

고개를 쳐드는 순간 눈 앞이 새까매졌다.

얼마나 흘렀을까 밝은 빛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역시 이 모든 건 꿈이었다. 그것도 정말 더러운 꿈.

눈의 초점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주위를 둘러봤다.

가려진 커튼막, 뜨끈한 전기매트, 처음 보는 이불, 왁자지껄한 애들 소리.

젠장 여긴 집이아니라 보건실이었다.

나는 얼른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턱 쪽이 얼얼한게 아마 그 쫄보의 빽에게 제대로 한 방 맞은 듯 했다.

난 보건실에서 나왔다. 교실로 가지 않고 학교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가 평소에 운동하러 자주 가던 학교 앞 강변으로 향했다.

유아인 그 XX끼 연기 진짜 잘하지 않아? X

ㅋㅋㅋㅋ X발 장윤주도 생각보다 어울리던데 X

방금 내 옆을 지나가던 연인들의 대화 내용이다.

야 나 어제 X발 엄마가 백종원 그 노망난 할배 X끼 보고 스파게티 해줬는데 X나 맛있어 X

너희 X발 엄마는 그런 거도 해주냐 X

이건 방금 지나간 초딩들의 대화 내용.

어휴 X발 어제 딸내미 미친XX같은 애인이랑 와서....”

이건 썬캡 쓴 아줌마들의 대화 내용.

다들 욕을 한다. 왜 다들 말 잘하다가 욕을 붙이는 거지? 물론 친한 사이에 말에 욕을 안 섞으면 어색하긴 하다만 오늘따라 부쩍 늘은 거 같다. 혹시 무조건 말에 욕을 섞어야 하는 법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면 원래부터 그랬는데 내가 까먹은 건가? 내가 미친 건가?

어쨌든간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욕을 섞어서 말 해야겠다 X.

난 이렇게 결심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학교는 새로워진 말 습관들을 확실히 익히고 내일부터 잘 다니면 되니까.

엄마 나 학교 다녀왔어 X!”

난 다른 사람들처럼 말했다.

? 어디서 X신 같은 게 엄마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해 X!!”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 아니, 뭐가? X!”

왜 욕하냐고 엄마한테 이 X놈의 X끼야!”

아니 난 지금 X신 같은 엄마랑 똑같이 말하고 있는데. X!?”

어디서 끝까지 따박따박 그런 X같은 말을 쓰면서 X발 대꾸를 해!? X!”

.. 아니 엄마... 나 지금... 엄마처럼 말하고 있는데 X...?”

너 어디 아프니? X? 아침부터 이상했어 X같은 X끼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X?”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엄마가 쓰는 욕을 그대로 섞어서 말하고 있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알 턱이 없었다.

.. 미안해 엄마...”

난 다시 집 밖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얼마 가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

... 뭐가... 잘못된 거지... 엄마 말대로 내가 정말로 아픈 걸까? 맨날 늦게 자서 정신이 맛이 간 걸까..?

닦을 손수건도 없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정신병자인가. 병원에 가봐야 하나. 그래 누구나 정신병은 쉽게 올 수 있다고 들었어.

상담만 받아볼까. 받아봐야겠어. 상담은 누구나 받을 수 있어 창피한 일이 아니야...

난 한참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정신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X발 학생... 28번 버스가 역전까지 가나? X?”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물었다.

...”

난 더 이상 말을 꺼내기가 두려웠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끼이이익

버스가 도착했다.

난 버스에 올라타고선 평소처럼 휴대 전화를 꺼내들었다.

‘X신 같은 대통령 대북 압박과 대화 노력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X랄했습니다

‘EPL X같은 부상 악령, 이번엔 누구 차례? X?’

X같은 아빠 x끼가 나한테 선물 사줬다 X?’

인터넷도 욕들로 가득했다.

아니... 이건 욕이 아니다. 일상어인데 내가 미쳐서 이것들을 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테다.

난 그 단어들의 사용법을 모두 까먹은 거고.

비치 비치 X오브 비치 (X같은 안경)”

항상 듣던 광고도 황당하게 들려왔다.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 같다.

이번 정류장은 X신 초등학교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X발 중학교입니다.”

도착했다.

여기서 5분만 걸으면 정신병원이다.

살면서 정신병원에 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심각한 병에 걸린 걸까... 혹시 감금치료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솔직히 몹시 두렵다. 다리가 이상하게도 무겁게 느껴졌다.

병원에 가까워질 수록 긴장감은 더해졌다.

'마음 X나 편한 정신과 의원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익숙한 병원 냄새와 실내 구조. 정신병원이라고 특별한 점은 없었다.

난 소심하게 카운터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Xㅎㅎ

예쁜 간호사 누나가 인사했다.

난 고개만 끄덕였다.

처음 오셨어요? X?”

끄덕.

그럼 이것 좀 적어주세요. X보다 못한 X신아

이름... 전화번호... 주소... 보통 병원과 다를 게 없었다.

인적사항을 적어주고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박대철 님 들어오세요. X!”

진료실로 들어서자 인자하게 생긴 의사 선생님이 앉아있었다.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X?”

... 그니까요... 씨이이발...”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 것일까. 확신이 없기에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 그니까 씨...발 자고 일어나니까 모두가 제게 욕을해요. ....

의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내 말이 예의 없게 들리나보다.

... 그래서 X발 저도 똑같이 그 사람들처럼 말하는데 저보고 욕한다고 뭐라해요... X

그렇군요. X발 모든 세상이 대철 씨를 향해서 욕하는 거 같고 공격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프로라 그런지 금방 인상을 풀고는 내색하지 않았다.

.., 대충 그런 거 같아요. X

언제부터 이런 X같은 증상이 나타났나요? X?”

오늘 아침부터요. X

그럼 대철 씨가 X발 지금 욕을 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X?”

아뇨. X발 저는 다른 사람들이 쓰는 말 그대로 따라하는 건데요. 다들 말에 X, xx나 이런 추임새 다 넣잖아요. X

“X. 아니에요 X신아 대철 씨만 욕하고 계세요. X같은 X끼야

방금 의사 선생님도 X발이랑 X신이랑 X같은 X끼야라고 했잖아요. X

제가요? X?”

... 방금도 X발이라고 하셨잖아요 X.”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정확히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X?”

제가요 뒤에 X발 이라고요. 방금도 '정확히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뒤에 X발이라고 했고요.”

아뇨. X발 전 그런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X.”

난 살짝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도 그런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뒤에 ‘X이라고 하셨잖아요.”

무슨 소리에요? X발 전 그런 말 한적 없어요. X

심장이 성난 말처럼 가쁘게 뛰었다.

지금 장난해요? 지금도 욕하잖아!!! X끼야!”

... 환자분 일단 진정하세요. X끼야...”

나는 답답해서 뚝배기가 터질 것 같았다. 분명히 상대방은 욕하는데 아니라고 하니 돌아버릴 노릇이다. 그래도 상대방은 정신과 의사가 아닌가. 이렇게 내가 흥분하면 진료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 그럼 방금 전에 진정하세요 뒤에 뭐라고 한 건데요.”

“X발요.”

거봐요. 욕했잖아요!”

아닙니다.”

맞아요.”

아니에요.”

맞아요!!”

아닙니다!!!”

그럼!!!!! 12발이 욕이지 뭐예요!!!!!!!”

 

 

 

12발이 아니에요!!!!!!!!!!!!! 족발이에욧!!!!!!!!!!!”

"?”

욕은요 대철 씨가 하는 씨발! 좆나! 병신! 새끼! 개1새끼! 이런 게 욕이구요.

우리는 족발! 신나! 욱신! 우끼! 개우끼! 라고 했어요!!”

 

 

 

 

 

그렇구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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