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방에서 힘들게 공부하다가 가끔 몇달만에 집에오곤 하지. 그래서 니가 집에서 뒹굴고 놀기만해도 난 아무말도 안한단다. 엄마가 너만 오신다하면 진수성찬을 차려주셔서 나도 같이 먹으니 좋더구나.
그런데 동생아.
집에 놀러 오는건 참 좋단다.
그런데 나의 컴퓨터를 욕하진 말아줘
형이 스노우보드에 미친놈이지만
한때는 컴퓨터 스펙에도 미친놈이였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약간 많이 신경쓰긴한단다.
SSd하드를 부착하고 그래픽카드며 메인보드며 서브하드도 2테라를 달아 놓은 내 최강 컴퓨터.
윈도우7 부팅하는데 10초도 안걸리는 내 컴퓨터를 넌 똥컴으로 만들더라.
"형 집 컴퓨터좀 업그레이드해~ 뭐이리 렉이 걸려 월급 받아서 어따쓰냐 보드에다만 쓰냐"
니가 내 컴퓨터 포맷을 한번 해주기를 했냐 아니면 니가 깔아 놓은 스커드 프로그램을 니손으로 직접 지워본적 있느냐 아니면 니가 깔아 놓고 질려서 안하던 게임을 니손으로 직접 지워본적 있느냐 아니면 니가 공씨디 한장을 사와서 니 컴퓨터 포맷에 필요한 내 복구 프로그램 가져가본적 있느냐
이 사랑스러운 동생놈아.
내가 순간 빡이쳐서 이성을 잃어가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두려다 그렇게 하면 엄마테 일러서 내가 소심하다느니 어쩌다느니 궁시렁 거릴께 뻔하고 그러면 엄마는 비밀번호 알려 달라며 나의 소심한 반항은 끝이 나겠지
그런데 형이 이번에 굳게 마음을 먹고 크게 한탕했다.
본체 전원버튼 선을 끊어버렸단다. 니퍼로 이쁘게 딱.
내가 주말에 출근하기전에 pc를 켜두고 나왔단다. 잠시나마 즐기라고 그걸 끄는 순간 넌 내가 집에 오기전까지 멘붕상태가 되겠지.
난 어떻게 키냐고?
내 컴퓨터 메인보드에 WOL 기능이 있더라.
무선공유기에서 WOL 기능 활성화 시키고 공유기 도메인 등록시켜놓으면 아이폰으로 도메인주소 접근해서 내가 컴퓨터를 킬수 있단다.
사랑하는 동생아. 스마트한 시대인만큼 스마트하게 반항해주마.
네녀석이 본체를 사올때까진 나는 절대로 본체를 바꿀 생각이 없으며
네녀석이 케이스 갈이하는 인건비 주지 않는이상 내 지방을 태우기는 싫구나.
추신 : 내 컴퓨터와 내 스노우보드를 모욕하지마.
한줄요약 : 몇달에 한번씩 지방에서 학교다니는 동생님이 올라오심 올라오셔서 제 컴퓨터가 구리다고 비난하심 빡쳐서 본체 파워선을 잘라버림 난 아이폰으로 WOL기능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