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전탐전문하사입니다.
밑에 사통사분 이야기에 생각난 제 썰 하나 풀려구요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맞을겁니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고 출처는 명시되어 있습니다)
후반기교육을 마치고 자대배치받은지 석달쯤 됬을 때 그간 타던 고속정이 폐선하는 바람에 엄청 큰 배로 전출을 갔었어요
당시 탔던 고속정은 1982년인가 86년인가 만들어진 250번대 훌넘버를 가진 낡고 낡은 참수리였습니다.
폐선하기 전에 페인트칠을 해야된다길레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선임에게 물어봣죠
"윗사람이 봤을때 '이 깨끗한 배를 아까워서 어떻게 폐선시키나 엉엉' 하게 만들어야되니까"
라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속정복에 페인트 묻혀가면서 작업했드랬죠
폐인트칠도 하고 독수리도 새로 그려넣고 비록 3개월밖에 안탄 배지만
독수리야 힘차게 날아라 하면서 정성들여서 페인트칠 했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그렇게 전출을 가고 한 일년쯤 되었을 때 부산국제관함식이 있었죠
제가 탔던 배는 관람객들과 내빈들이 타고 관함식을 구경했던 가장 큰 그 배였어요.
높이도 높고 멀리도 보이고 아무튼 관람하기 좋았죠
당시 전탐 수병중에서 가장 고참이었던 제가 하는 일은 함교에서 함선간 거리 보고하고 선외기 식별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폐쇠된 CIC가 아니라 밖을 다 볼 수 있는 함교에서 근무했었고 제 개인 망원경도 있었지요.
(저는 저 창들 중 맨 왼쪽 위쪽에 위치해있었습니다)
기동하고 사열하고 구조시연 kaav진수 함포사격 링스사격
한 두어달을 연습을 어엄청 했어요 진짜... 난파선급 배 예인해가지고 표적으로 막 쏘고...
드디어 대망의 국제관함식날 순차대로 진행하고 사격차례가 되었을 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의 목표물이 보이는거에요 설마 싶어 망원경으로 확인했는데
제가 타던 참수리가 맞는거에요(참수리가 엄청 많지만 참수리에도 버젼이 있어서 고속정생활 하다보면 구별할 수 있어요)
함수포 함미포가 덜어져 나가 있었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게
같이 고속정 타던 선임이 독수리는 날개가 생명이라며 날개끝을 위로 꺾어올려 그렸었는데
그게 망원경으로 보이더라구요... 순간 가슴이 짠 한게 쟤는 저기가 무덤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그 참수리로 70밀리 함포가 쏟아지고 CIWS에서 몇백발의 탄환이 날아가고 배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짠 한 정도였는데 하일라이트로 링스에서 대함미사일이 날아가고 그게 명중해서 불길이 치솟았는데
우와 멋있다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감정을 추스르며 숙연해졌었어요
이 상황이 진짜라면, 내가 타고 있는게 이 거대한 상륙함이 아니라 저 참수리라면,
수없이 날아오는 미사일과 탄환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물어보기도 하며 그렇게 그날을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나요
두서없이 막 이야기 했네요 참... 그때 생각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