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 자기 전에 오늘은 내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까 해.
공주와 병사 이야기. 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왕국이 있고, 공주가 있는 그런 시절 이야기야.
어느 날, 왕이 연회를 열었대.
국내의 미인들은 전부 초대를 받았지.
그런데 국왕의 호위 병사가 공주가 지나가는 걸 봤대.
그 수 많은 미인들 중 공주가 제일 아름다웠고, 병사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하지만, 공주와 일개 병사의 신분 차이는 생각보다 더 컸어.
망설이고, 슬퍼하고, 힘들어하던 병사는, 용기를 내 공주에게 말을 걸었어.
공주 없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야.
공주는 병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일 밤낮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대와 결혼하겠어요.
병사는 망설일 틈도 없이 공주의 발코니 밑으로 달려갔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 20일이 연이어 지나갔지.
공주는 창문으로 줄곧 내려다봤는데, 병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변함이 없었지.
지나가던 새가 똥을 싸도, 벌에게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그리고...
그렇게 90일이 지나자 병사는 전신이 마비되고 탈진 상태에 이르렀어.
눈물만 계속 흘리고 있었지.
눈물을 억제할 힘도, 잠을 잘 힘조차 없었던 거야.
그 모든 광경을, 공주는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
그리고, 드디어 99일째 밤.
병사는 일어서서 의자를 들고 가 버렸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뭐? 왜 그랬는지는 모르냐고?
글쎄, 나도 잘 몰라.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떠도는 이야기라 많이들 알고 있지만, 이유는 아무도 몰랐지.
그냥, 모두들 추측만 할 뿐이지.
나 역시도.
내 생각이 듣고 싶다고?
글쎄. 들으면 화 낼 텐데.
병사는 아마, 99일동안 그 발코니 아래에서 많은 생각을 했겠지.
정말로 공주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겠지.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상상도 했었겠지.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에 도달했을 거야.
공주와 결혼하면, 내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 같은 게 그녀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그녀와 결혼해도 되는 걸까.
그녀와 결혼하면, 그녀는 행복할까.
혹시,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면 어떡하지.
그는, 그게 너무나도 두려웠던 게 아닐까.
일해라 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