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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러가야지
게시물ID : gomin_3310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쓰루리
추천 : 1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5/13 02:47:58


두시 반이 넘어가면서부터
글 올라오는 속도가 줄었다
그러니까 나도 하나 쓰고 가야지.
길게 쓰면 안 읽으실까? 그래도 길어질텐데.


나는 아빠가 없어
내가 작았을 때는 계셨어. 분명히.
하지만 언제부턴가 기억되는건, 왜인지 항상 화가 나있던 엄마의 모습 뿐이었어.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잠귀가 밝았던 나는 , 잠을 자다가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깼었어
거실불은 꺼져있고, 안방에선 불이 새어나오길래 문을 열었는데
거기선 엄마가 이불에 얼굴을 묻으신채 소리죽여 울고 계셨어.

어린 나는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채 그냥 같이 따라 울었는데
그때 엄마가 나한테 그러셨어

"엄마도 여잔데. 엄마도 여잔데..."


그리고 몇일 후, 집에 나랑 언니뿐이었을 때 .
왠 아저씨들이 찾아와 엄마 아빠를 찾으셨어.
그게 사채업자라는걸, 난 좀 더 큰 후에 알게 되었지.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두분은 이혼했어.
아빠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고
월급도 모자라 빚까지 져가며 그 여자에게 모든걸 바쳤나봐.

강한 우리 엄마는 그길로 이혼을 하고, 
옛부터 쭉 해오시던 미싱일에 더욱 몰두하셨어.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 
엄마는 먼지나는 공장에 앉아 허리도 펴지 못하신 채 , 그렇게 살았어.
가끔 일이 없는 날에는, 다른 집에 가 파출부 일을 하셨었어.

어린 나이에 철이 들 수 밖에 없었던 나와 언니는
그 때부터 조금 다른 길을 택했어.

언니는 공부를, 나는 일을.

초등학생이 일 이라고 하니까 왠지 웃기다. 
그치만 난 일했어. 초등학생땐 비비큐에 가서 전단지 뿌리는 일을 하고
중학교땐 패스트푸드점, 고등학교땐 피씨방.

고3때 학교로 추천이 들어왔어. 삼성쪽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어. 반도체회사였지. 난 실업계에 들어갔었거든.
실업계에선 장학금을 탈 수 있었거든..

적성에 맞지 않는 반도체회사에서 어거지로 버텨냈어. 돈을 모아야해서.

몇달쯤 지났을까. 언니가 결혼을 하겠대.
덜컥 임신부터 해버렸대.
결국 내가 모은 돈은 언니 결혼비용으로 모조리 들어가버렸어.
난 울 엄마 주려고 모았던 돈인데.

엄마는 참 강해.
그 연약한 몸으로
나랑 언니 대학교까지 다 보내고 , 아직도 일을 하셔.

난 못난 딸이라, 벌써 이게 두번째 대학이야.
첫 대학은 내가 배울게 없다고 판단됐거든. 고등학교때 이미 다 배운거더라고.
지금은 만족해. 그래서 열심히 다녀.
봉사활동도 실습도.. 점수도 어떻게든 관리하고 싶어서
과제나 발표 생기면 꼭 내가 도맡아서 하고있어.
물론 일도 하면서. 대학에 관해서는 엄마한테 어떤 식으로든 손 벌리기 싫었거든.
덕분에 나는 장학금도 어느정도 받고, 나머지는 내 돈으로 다니고 있어.

아빠?
난 가끔 아빠한테 전화를 해. 왠지 딸로써 그래야 할것 같아서.

"아빠, 잘 지내셨어요?"
"어, ㅇㅇ 이니? 그래. 일하니 요새?"
"아뇨, 대학다니고 있어요."
"그래?. 휴, 아빠가 요새 돈이없다. 너 혹시 돈좀 있니?"

..
항상 이런식의 대화야.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도 연락하기 싫어지더라.

그 후에,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났어.
하지만 그 역시, 미싱일을 하며 만난 남자라
집안이 나아지거나 하진 못했지.

근데 그 남자는, 알콜 중독이더라구.
술만 마시고 오면 집안을 박살을 냈어.

어느날은 집에 왔더니 엄마가 없더라구
전화 해보니까, 엄마는 차 타고, 근처 시장가에 있대.
왜 거기 있냐고 하니까,
무서워서. 그래서 도망나왔대. 멀리는 못가고, 차 타고 시장앞에서
시동 끄고 날 기다리고 있었대.

지금 그 남자는 없어
경찰에 신고도 했었고, 우리가 집을 옮기기도 했거든.


지금 난 엄마랑 둘이 살고있어.
여자만 사는 집이라 그런가?
난 24살인데 아직도 외박은 커녕, 통금까지 있어.
그래도 잘 살아. 엄마 있으니까 괜찮아.

근데,
몇일전에 말야.

엄마 공장이랑 우리 집이랑
걸어서 30초 거리거든

엄마가 그러시는거야

집을 못찾았대.
그래서 한시간을 넘게 , 이 근방 시장쪽으로
헤매고 다니셨대.
그 말씀을 웃으면서 하셔.


공장문을 열면, 우리집이 보이는데..
우리 집을 잊으셨대..

허리도 제대로 못 펴시고
못난 딸 만나, 제대로 된 검진 한번 받지 못한 울 엄마
집을 잊으셨다면서 내게 웃었어.


효도해야지. 효도
생각만큼 실천이 안되는게 효도라지만.
난 아직도 울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한테 혼날때도, 단 한번도 반항심조차 들지 않았었는데

...
요새는 무서워.
가족이지만 가족같지 않은 아빠와,
돈만 빌리고 남남이 되어버린 언니와
그리고 엄마랑 나.

아, 새벽이라 뒤죽박죽
글이 길어져서 읽은 사람 없겠다.
사실 새벽이 오길 기다렸어. 사람많을 때 올리긴 싫었거든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엄마 공장가서 일좀 도와드려야지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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