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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다니다 퇴사한 얘기
게시물ID : soda_2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굿뜨요
추천 : 18
조회수 : 5904회
댓글수 : 59개
등록시간 : 2016/02/15 10:48:29
안녕하세요 
사이다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 써보네요
보시는 분에 따라 사이다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전 나름대로 사이다라 여기에 써봅니다
조선소라 썼지만 거기에 속해있는 하청업체와 관련된 일화입니다

조선소 퇴사한지 이제 한 6개월정도 됐네요
한 4~5개월 조선소에서 근무했는데
조선소 다니신분은 알다시피 출퇴근을 버스나 자전거로 많이들 합니다
저는 기숙사가 조선소 근처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구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힘든 일과를 마치고 같은 팀원들과 자전거로 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퇴근길은 멀고 일이 힘들어서 기숙사에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밟다보니 손잡이에 걸어놓은 물통에 무릎이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죠
넘어지면서 팔을 땅에 짚었는데 자전거속도 + 몸무게가 실리다보니 
팔에 엄청난 충격이 왔고 전 그 자리에 누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와중에도 팔을 살펴보니 모양이 평소와는 다르더군요
마침 다행히도 옆에 있던 동료가 사내119에 신고를 해줬고(일반 119에 신고하면 조선소에 벌금이
나오므로 착한 마음씨에 사내119로 신고)
저는 응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병원에서는 팔꿈치 탈골이라 하였고 그 자리에서 뼈를 맞추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사말로는 인대도 다쳤을거라 하더군요.. 인대 다쳤으면 MRI를 찍어줬어야 하는데 왜 안 찍어준건지
여기서부터 좀 멘붕인데
부모님한테 상황을 말씀드리니 우선 입원을 하라더군요
그런데 제가 속해 있던 팀장이 병원에 와서는 우선 입원을 하지 말고 경과를 본 후에 입원을 하던지 하자고 하길래
저는 그 말만 믿고 우선 기숙사에 가서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 소식을 듣고 어떻게 다쳤는지 경위 조사하러 나왔구요
팀장이 119신고한 팀원에게 한소리 했다더군요 
자기한테 연락해야지 왜 119에 신고해서 일을 키웠냐는 식으로요
팀원은 당연히 사람이 다쳤으니 119에 신고하는게 맞지 자기는 그래도 회사생각해서 사내119로 신고했는데
그게 할 말이냐는 식으로 열이 받았구요(안전 교육시간에 다 배웁니다 사람 다치면 무조건 119신고하고 웬만하면 사내119로 신고하라고)
저도 그 말 듣고 어이가 없더라구요
아니 뭐 회사차원에서 그게 더 낫고 저도 보상만 제대로 받는다면야 상관없는데 이게 나중에 핵심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가 다치게 되면 공상처리란 걸 해주죠
근무중에 다치거나 출퇴근길에 다치면 산재처리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게 회사에 불이익이 있습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거 말곤 금전적으론 피해가 없는데
조선소라는 특수상황이라 안전문제가 일어나면 회사가 매우 피곤해지겠죠
그래서 근로자도 회사랑 얼굴 안 붉히고 회사도 산재 처리 안해서 좋은 공상처리란게 있습니다
이게 산재 처리처럼 일급의 얼마 이상을 보장해주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건데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공상 처리를 해주겠다 하더군요
게다가 팔이 다쳐서 아픈 사람을 사무실에 앉혀놓고 일을 시키겠다까지 합니다
사무실 일 아무리 편해도 거기에 사장 소장 안전관리자 다 있습니다 누가 맘 편히 일하겠습니까
게다가 출퇴근하다 자전거에 부딪혀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누가 그걸 또 보상하죠
말이 안되는 소리라 생각하고 회사와 얘기해보니 저에게 왜 자기 입장만 생각하냐면서
어이없어하더군요 정말 어이없는건 저인데 말이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불렀습니다
부모님은 공상처리 그따구로 해줄거면 차라리 산재하겠다 산재나 공상처리나 보상이 똑같은데
산재하는게 서로 편하지 머하러 그따구로 하느냐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니
회사 태도가 180도 바뀌더군요
아마도 저는 회사소속이고 사회초년생이다보니 어떻게 잘 구슬려서 보상 대충 하고 넘길 심산이었나 봅니다
산재 얘기 나오니까 바로 수그리고 들어오더군요
어이없던게 자기들은 산재해도 괜찮다 하면서 절대 산재하자고는 안 하더군요
2시간정도 얘기를 하면서
일급의 70%보상이었던게 90% 100%가 되고
그때 명절이 끼어있어서 명절 주말은 보상 안 해준다 했던게
치료기간 모든 일수 보상으로 바뀌고
거기에 치료비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급+치료비해서 거의 700정도 받은거 같네요
그렇게 거제를 떠나서 순천으로 와서 치료를 받던 중
팔이 힘이 안 들어가서 MRI를 찍어보니 인대가 끊어졌다더군요
결국 수술받고 병원 입원하고 그랬네요

제가 그나마 이렇게 보상 받을 수 있었던건
정말 고마운 착한 팀원이 119에 신고해준것과 출퇴근사고지만 조선소 내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입니다
아마 조선소 밖에서 사고 났으면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겠죠
모든 일용직 근로자분들 안 다치는게 가장 좋지만 혹시라도 다치시면은 챙길건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곳이 평생 직장은 아닙니다. 직원이 다쳤는데 회사 입장만 생각하는 회사는 하루속히 빨리 나오시길 바랍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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