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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가족의 달 특집 휴먼다큐 '너는 내운명'
게시물ID :
humordata_37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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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사진찍는곰
★
추천 :
11
조회수 :
212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7/01/17 04:26:21
MBC 가족의 달 특집 휴먼다큐 '너는 내운명', 한 남자와 시한부 삶을 사는 여자의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야기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그 깊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루평균 결혼하는 쌍수와 이혼하는 커플이 기계적으로 반복을 거듭하는 일상속에서 서로의 진실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지금, 사람들은 진정 가슴가득 충만한 사랑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여기 그런 불완전한 사랑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한시간여의 작지만 깊은 감동이 있다.
10년차 다큐멘터리 전문 PD가 눈물로 만든 '사랑이야기', '너는 내운명'. MBC 유해진 PD는 처음 그들의 소식을 접하고 전화로 부탁해봤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다. 결국 직접 그들이 있는 병원으로 후리지아 꽃을 한다발 들고 찾아가 진심으로 '당신들의 사랑을 통해 세상에 이런 진실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고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촬영은 시작됐다. 그 때부터 제작진은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앵글을 고쳐 잡고 때로는 급박하게 응급실로 주인공을 옮겨야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슴졸이며 두사람의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울면서 촬영한 '러브 스토리'
4년전 여대생 서영란(28)과 노총각 정창원은(37) 운명처럼 만났다. 9살의 나이차, 학벌차,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영란씨는 창원씨를 무작정 좋아했다. 살아온 환경탓인지 다소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접혔던 창원씨는 그런 영란씨에게 부담을 느꼈지만 결국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사랑으로 함께 한지 이제 2년이 됐다. 그러나 청천벽력같이 영란씨는 간암말기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시한부 선고이후 2년만에 세상과 이별할때까지 기적같은 생명의 연장을 보았지만 2년전, 시한부 3개월 선고는 이들 커플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창원씨는 죽음을 앞둔 영란 씨를 기꺼이 아내로 맞이했다. 투병생활 2년째,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둘은 더이상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의 매듭을 이었다.
암병동의 '닭살 커플'
영란씨의 몸은 80%가 암 덩어리다. 폐와 뇌까지 전이된 암은 이미 그녀의 신경들을 하나씩 마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재치 있는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 영란씨의 명랑함은 늘 곁에 있는 창원씨 덕분이다.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했지만 선생님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영란씨는 교대에 진학하기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대형마트의 생선코너 판매관리직으로 일하던 창원씨를 만났다.
9살이나 많았지만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눈길이 갔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대학의 문턱도 넘지 못했던 창원씨는 처음엔 영란씨의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사랑을 믿게 해주겠다고 시작한 만남. 암이 온 몸에 퍼져도 영란씨는 그를 위해 웃고 그를 위해 노래하고 그를 위해 춤춘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녀는 산다.
보잘것없던 인생에 빛이 되어준 영란. 창원씨는 영란씨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간의 60%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 아예 병실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창원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실 안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영란을 위로하려 삭발을 했고 대소변까지 받아냈다. 혹시 그녀가 찾을까봐 어쩌다 장모님이 오셔도 주차장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창원씨. 사람들은 창원씨를 영란의 '1분 대기조'라고 부른다.
끝내 불발로 끝난 결혼식
잇몸과 손끝까지 영란의 몸 곳곳에 퍼진 암. 네 번째 객혈이 시작됐다. 시작되면 멈출 방법도 없고,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언제든지 위급상황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인생을 정리해야할 때이지만, 영란씨는 창원씨와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사진과 영정사진을 찍고 싶은 영란.
결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 외출을 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입원 후 처음으로 목욕탕도 가면서 영란씨는 조금이라도 예쁜 신부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만져보는 새하얀 웨딩드레스. 하지만 양가 가족들은 창원씨의 미래와 영란씨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며 결혼식을 반대한다. 그러나 결혼식만은 꼭 올리고 싶은 두 사람이다. 결혼식은 12월 4일. 영란씨에게 바로 전날 혼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6일 영원히 이별을 고했다. 주인을 못찾은 웨딩드레스를 남겨두고.
사랑해요, 아주 뜨거운 가슴으로
죽음까지 이르는 영란씨의 마지막 2달의 기록. 이제 창원씨는 혼자 남아 영란씨가 남긴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사랑을 지켜간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주는 서영란․정창원 부부의 눈물과 좌절, 사랑과 희망의 모습은 우리가 너무 쉽게 무시하지나 않았을까 싶은 소박한 행복과 사랑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유해진 PD는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르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 담는데 대한 부담도 컸다"면서 "밝고 명랑했던 영란씨가 '세상에 내가 예쁘게 살다간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승낙해줘서 프로그램이 빛을 볼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PD는 또 "창원씨의 헌신에 대해 촬영 스탭들이 처음에는 불편해 했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검열 때문이었을 것"이라며"이 남자의 지고지순한 모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랑의 진실됨을 잘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부끄러워졌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10년여간 촬영하면서 슬픈 이야기속에서도 결코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경험이 한번에 무너졌다는 유PD는 "저 스스로도 끊임없이 아내와 가족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했다. 진정한 사랑의 존재여부에 대해 의심하는 현실의 많은 사람들도 정창원씨를 만나면서 자기정화의 시간과 대면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또, 영란 씨와 인사하면서 '형벌' 같은 운명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건강한 삶'의 태도를 가슴깊이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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