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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사) 카와이이 제국 일본ㅡ 일본의 카와이 문화
게시물ID : animation_288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싱크홀
추천 : 2
조회수 : 30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03 23:46:30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311292013055&code=94 

[책과 삶]일왕을 ‘가와이이’하다는 일본인, 그는 그저 선량한 동네 할아버지였을까 

▲ 가와이이 제국 일본…요모타 이누히코 지음·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32쪽 | 1만3000원 

“천황은 의외로 귀엽다(가와이이)!”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87세로 죽기 얼마 전인 1989년, 일본의 한 저명한 여성 평론가가 칼럼에서 쓴 표현이다. 당시 저자는 그 말을 듣고 놀랍기도 했지만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예전부터 우익은 ‘천황 폐하는 신성한 존재’라고 외쳐댔고 좌익은 ‘그저 살아남은 전쟁범죄인’이라고 냉소했지만 어느 쪽에서든 ‘가와이이(귀엽다)’라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여운 노인을 보는 연민의 시선인가, 천황의 의젓한 용모에서 봉제인형 같은 인상을 받았던 건가?” 

저자의 의문을 풀어가자면 우선 가와이이라는 말의 내력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가와이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awaii’라는 표제어로 등록됐을 정도로 일본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걸 보고 가와이이를 연발하는 일본인을 보기란 어렵지 않다. <세일러문> <포켓몬스터> 등 가와이이한 일본 대중문화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중략)

가와이이 문화는 하루이틀 만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미 11세기에 헤이안 시대 여성 작가 세이쇼나곤은 <마쿠라노소시>라는 수필에서 가와이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귀여운 것을 찬미했다. 일본 문화 저변에 가와이이는 잔잔히 흘러왔다. (중략)

가와이이는 영어의 ‘cute’나 한국어의 ‘귀엽다’는 말로 바꾸기 어려운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다. ‘cute’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뜻을 담은 ‘acute’를 어원으로 하는 반면, 가와이이는 뭔가 취약하고 모자라 연민의 정을 느끼는 대상을 가리킨다. 한국 여성에게 ‘귀엽다’고 하면 어린애 취급을 한다며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가와이이’라면 대체로 기분 좋게 받아들여진다. 가와이이는 우쓰쿠시이(아름답다)와도 차이가 있다. 가와이이가 미성숙하고 앳되고 허점투성이이며 친근하고 다다가기 쉬운 존재인 반면, 우쓰쿠시이는 성숙하고 완전하며 접근 불가능한 대상을 가리킨다. 

그림 
그림 
‘가와이이’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인 <이웃집 토토로>(위쪽 사진)와 <세일러문>(아래쪽)에는 기형적이거나 미성숙한 신체를 가진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와이이라고 감탄을 내뱉을 때, 거기에는 많은 감정이 함축돼 있다. 추하다고 가와이이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가와이이의 전형처럼 여겨지는 영화 <이티(E.T.)>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은 한결같이 기형적인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 가와이이는 기분 나쁘다, 징그럽다는 뜻의 ‘기모이’와 합쳐져 ‘기모카와’라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저자는 “그로테스크한 것, 기형적인 것이야말로 가와이이의 이웃”이라며 “양자 사이에는 사실 한 장의 얇은 막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가와이이를 연발하는 아기나 애완동물, 길고양이 등은 현실에서 귀엽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귀엽게 볼 뿐이다. 

저자는 가와이이란 “사물에 깃든 본질 같은 게 아니라 가와이이라고 이름 붙이고 가리키는 행위”를 뜻한다고 말한다. 작은 것, 어린 것, 노스탤지어에서 가와이이를 느끼기 위해서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왜곡시켜야 한다. 현실을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버리는 미니어처는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떼내버린다. 노스탤지어는 과거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미화하려는 욕망이다. 때묻지 않았던 순수한 시절, 유년기야말로 그 정점이다. 서구사회가 유년기를 미성숙한 그 무엇, 통과의례를 거쳐 어른이 돼야 할 시기로 여긴다면 일본은 다르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존재, 미래에 꽃피울 존재를 긍정하고 유달리 애착을 보인다. <세일러문>만 봐도 미성숙한 소녀들이 맞서 싸우는 악의 화신들 상당수가 바로 성숙한 육체의 여성들이다. 

일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맥아더가 “일본인은 열두 살짜리 국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결과적으로는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일본인의 퇴행 심리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가와이이한 마음’을 느끼려면 “역사라는 관념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 저자가 의문을 품었던 천황을 향한 ‘귀엽다’는 말도 “히로히토라는 20세기의 역사적 인물에게서 역사의 흔적을 모조리 걷어내고는, 그저 무해하고 선량한 동네 할아버지로 되돌려놓는다”는 것이다. 가와이이 문화가 펑크룩 같은 저항문화와는 달리 철저히 탈정치성을 표방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략). 저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세탁장 벽에서 봤던 귀여운 아기고양이 그림을 예로 든다. 귀여운 이미지 이면에 숨어 있는 비참함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더 이상 그것을 가와이이라고 부르며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우리가 가와이이라는 관념의 박막 너머에 있는 현실을 멀리해왔다고 말한다. 가와이이 문화는 일본 고유의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미 전 세계적인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생략)

<황경상 기자 [email protected]>



애니게에 일본 서브컬쳐 내용도 올라오고 일본만화에서 주로 다뤄지는 카와이, 모에화에 대한 이야기인것같아서
기사 가져왔어요. 세일러문이나 토토로이야기도 나왔고요.2013년도 기사에요.

개인적으로는 헤타리아나 논란이 있었던 바람이분다가 생각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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