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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보겠지?
게시물ID : gomin_2883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빠바밤Ω
추천 : 1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2/22 03:07:28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보자.

언젠가 한 번, 청주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청주에 위치한 C대에 다니고 있어서 한 번 놀러오라 하던차에,
거하게 얻어먹겠노라 다짐하며 갔었다.
아침부터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술이나 거하게 마셔보자 생각했었다.

한창 잘 얻어마시고 있다가 문득 막차생각이 들었다.
그냥 친구들 집에서 잘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우리집 밥이 제일 맛있지, 하는 생각에 먼저 가겠다고 자리를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중대한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C대는 정말 넓다는 것, 나는 존나 심각한 길치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아침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는 것.

결국에는 C대에서 나와 어디로 택시를 잡으러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그래 C대 정문으로 가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시던 곳은 중문이었으므로, 어느정도 걸으면 정문이 나오겠거니 하고선 무작정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하다.

걷다가 걷다가 정문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막차시간도 지나갔으므로, 나는 다시 친구들과 합류할 생각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길을 잃었고 이왕 이렇게 된거, 캠퍼스 안에서 밤산책이나 즐겨보자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때였다.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ㅅㅂ X됐다. 하는 생각으로 아픈 배를 반사적으로 움켜쥐고는 필사적으로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허허벌판에 건물 몇개가 보이기는 하는데, 불이 다 꺼져있는 것으로 보아 문이 열려있는지가 미지수였다. 더군다나 방학중이었다. 나는 끊어져가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건물들을 찾아가 문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악재는 겹친다 했던가. 열리지를 않았다. 아니 뭐 이딴 대학이 다있냐고. 이대학은 지나가다 갑자기 똥이 마려운 사람을 배려해줄 생각은 없는거냐고 별의별 욕은 다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학교안은 정말 넓었다, 아니 넓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뺴고 참을 수 없는 신음을 입김과 함께 내뱉으며 다음건물의 출입구를 찾아서 흔들었다. 잠겨있었다. 아 안되겠다. 이대로는 안된다. 스무살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거대한 캠퍼스의 미로속에 설사약을 존나 처먹이고 풀어놓은 실험실 쥐마냥 헤매고 있지 않은가.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이시대에 남은 대학을 배우는 지성인이다. 그런데 세 번째 건물도 잠겨있었다.

결국에 나는 이성의 끈을 풀어 버렸고, 화장실 말고 두 번째 대안을 떠올렸다. 그늘지고 으슥한 구석으로 가자. 그래 노상방뇨랑 다를게 뭐 있겠냐. 단지 크기가 소에서 대로 조금 커진 정도의 차이 뿐 아니겠냐 하는 병신같은 합리화가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치 않았다. 타겟을 한단계 증폭시킨 시점에서 아까는 안중에도 없던 사람들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가도 저기가도 꼭 한두놈 씩은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니 방학인데 학교는 왜 처나오는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처럼 화장실을 찾는 무리인가? 나는 이제 괄약근이 미친듯이 요동치는 수준에 이르렀고 설사가 가져오는 특유의 웨이브가 셀 수 없을만큼 거쳐가 이제는 웨이브를 막고나면 숨까지 격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디펜스 게임이 빠지는 것은 이러한 생리적 본능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기 떄문이리라. 아무튼 나는 미친듯이 구석진 공간을 찾기 시작했으나, 또 애매한 것이, 한쪽에서 봤을때는 이상적이나, 다른쪽이 너무 훤하게 뚫려있는 곳이 너무 많았다. 이건 신의 장난이리라. 성경에서 봤던 고난이 이런건가? 나는 무신론자이나, 이때 당시에는 꽤 많은 신을 순간적으로 모셨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이성의 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나는 그냥 어느 건물 밑,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을 향했다. 그때 이미 어느정도의 양은 흘러나와 세상을 구경하는 상태였으며, 보진 않았지만 엉덩이쪽에서는 김이 났으리라.

그날 별은 굉장히 예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을 건물 외벽에 대고 체념한 채로 청바지를 무릎아래까지 내리고, 어느 하수구 위에 나의 사투의 흔적을 내려보냈다. 왼쪽은 많이 어두워 사람이 있는지 조차 몰랐으나 내 오른쪽은 가로등의 불빛이 오가는 사람들을 비추어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인식하지 않으려 미친놈처럼 저하늘의 별을 바라보았고, 이 떨림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아닌 안도와 추위로 인한 떨림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가방은 중요한 부위를 가릴 수 있을 정도만 놓았다. 솔직히 그게 최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미친새끼였던 것 같다. 밑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김이 나를 가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은 이 미친놈이 남의 대학에서 무슨짓을 하는건가 하고 보고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투의 시간과는 다르게 처리는 빠르게 끝이 났고, 정말 신이 나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휴대용 티슈가 남아있었다. 제빠르게 처리한 뒤에 나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다시 지성인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기가 정말 하수구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무튼 이 협소하고 작은 공간을 빌어 C대의 경상대 학생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바이며, 그동안 사죄의 마음과 아픈 기억때문에 C대에 발을 들여놓기는 커녕 근처의 친구들에게도 놀러가지 못한 마음이었으나, 이제는 왠지 자신이 생겼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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