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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피씨방 알바 중에 있었던 서스펜스 스릴러
게시물ID : humorbest_2883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바Ω
추천 : 73
조회수 : 5776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7/22 15:08:12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7/22 06:35:05
7.21 08시 50분 경..
10시 알바 교대를 위해 재떨이 세척과
화장실 청소를 위해 카운터를 비워야 했던 나는
23번 자리를 지날 때에 왠지모를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이건 마치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클라이막스에서
지영민(하정우 분)이 개미슈퍼 아줌마에게
"아줌마, 여기 망치나 몽둥이 있어요?" 라고 물어봤을 때의
카타르시스 쯤?
카운터 PC에서 23번자리의 요금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대략 3만원의 요금이 부과되어 있었다.
한시간에 6백원인 PC요금으로만 봤을 때
그는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동안 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얼마나 많은 과자와 라면, 음료수를 쳐먹은 것인가...
(물론 카운터프로그램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극의 긴장감을 위해
과감히 쌩까도록 하자)
하여간 본격적인 화장실 청소에 돌입하면 카운터는
무법지대가 될 것임이 자명한 사실.
거기다가 23번남의 몰골은 그 허름하기가 천축국을 향해 떠난
혜초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 이 새끼가 먹튀일 것이라는
나의 확신은 점점 커져만 갔다.
"저기, 죄송한데 지금 사장님께 전화가 와서
손님 사용금액이 3만원이 넘었으니 중간계산 한 번만 해달라고
하시는데요"
그래, 그렇지. 역시나 오디션을 하고 있던 이새끼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키보드 오른쪽의 숫자키패드로 화살표를 때려맞춰야 할
오른손은 그 현란하던 움직임을 멈춤과 동시에
비맞은 똥개마냥 발발 떨기에 바빴다.
"저... 이거 하,하,한 판..만 하고 계..계산할께요.
안그래도 9시 쫌 넘으면 나갈려고.. 했거든요..."
그래, 그건 내 알바 아니고 돈이나 달라고...
내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그의 모니터를 한참이나
응시하자 그는 몇 분 버티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하였다.
카운터로 돌아와서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얼마예요?"
"3만 400원이네요"
"저...근데...제가 지금 돈이... 저... 선배가 원래 어젯밤에
오기로 했는데.. 지금 연락이.. 안돼서..."
"네? 지금 전화 한 번 더 해보세요. 여기서요"
"아니 저.. 그게..."
눈 앞에서 통화를 인증하라는 나의 담담한 말투에
안그래도 왜소한 그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든다.
그러더니 내 말을 쌩까고 화장실로 발을 돌린다.
'이 새끼가 화장실에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하나?
환풍구 뜯고 나를래?'
몇 분의 시간차를 두고 화장실로 향한 나는
역시 불안한 듯 소변기와 대변기 사이를 배회하던 그를 발견하고
재차 선배의 생사에 관해 되물었다.
전화가 꺼져있단다.
너 이새끼 주머니에 넣은손엔 잡히는게 없을게
(2AM - 이 노래 中) 뻔한거 다 안다.
내가 화장실 문을 막고 서서 이것저것 캐묻자
서서히 말을 돌린다.
"저.. 그럼 제가.. 핸드폰을 맡기고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까지.. 돈을 갖다 드리면..안될까요?"
그래, 핸드폰이 없으리라는 나의 직감을 못믿는 것은 아니지만
단칼에 끊는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예의가 아니지.
나는 사장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있는 우리 PC방 최고령
알바가 아닌가... 핸드폰을 맡아두면 외상의 가능하다는
사장굽기 3막 7장의 내용을 받들어
핸드폰을 내 놓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 새끼가 그 특유의 불안한 안구운동과
입 안에선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텅트위스팅을 시전하더니
또 개소리를 짖어대기 시작한다.
"근데.. 저...."
"핸드폰도 없죠?"
미쳐 피어나지도 못한 그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내가 되묻자 역시나.. 고개를 조아린다.
"저..그럼 여기 앞에 편의점이나 은행에서 돈 찾아서 드리면
안될까요? 저..정 그러시면 같이 가셔도..."
"보다시피 여기 알바라고는 저 한명이외다, 제가 어떻게
자리를 비웁니까? 잠깐만 자리에 앉아계셔보세요"
오전에 교대하는 알바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이 기특한 새끼가 안그래도 오늘 좀 일찍올려고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고 있댄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빨리 좀 와줘라 시벌"
그래, 제발 빨리 좀 와줘라....
약 10여분이 흐른 뒤 교대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오전알바동생을 카운터에 앉혀놓고 그놈과 같이 은행으로 향했다.
이 새끼가 밖에 나오니 고개가 휙휙 돌아간다.
필시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PC방 계단을 내려와서 은행까지는 대략 8보 정도,
충분히 경로를 파악하고 동선을 짜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을 터,
무사히 ATM코너로 입성하여 그를 기계 앞으로 이끌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우물쭈물... 두리번 두리번...
보다못한 청원경찰 아줌마가 나섰다.
"처음이신가 봐요? 도와드릴께요, 카드 줘보세요"
역시나 이새끼 손이 주머니로.. 갈 리가 없지
"카드도 없죠?"
끄덕.
무작정 손모가지를 휘어잡고 다시 올라왔다.
그 짧은 시간에 그 새끼 도망갈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카운터 옆에 그 놈을 세워놓고 나는 입구에 섰다.
카운터에는 키 185가량에 덩치 좋은 오전알바동생이
절 입구의 사천왕마냥 위풍당당하게 지키고 섰고...
나의 파란만장했던 2년 간의 군생활에서 배운데로
사고 발생시 선보고 후조치의 원칙에 충실히 따라
사장느님께 보고를 하였다.
자초지종을 간략히 설명드린 후 지령을 전달받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나의 손가락은 전달받은 지령에 따라
능숙하게 112를 눌렀고, 역시나 간략한 자초지종과 함께
내 인생 첫 신고를 능숙하게 마쳤다.
"사장님이 경찰에 신고하라고 하셔서 신고했으니까,
여기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계세요"
놈은 불안한지 연신 손을 어찌할 줄 모르고 불안하게
떨고 있었으며, 푹 숙인 고개는 들 줄은 몰랐다.
휴..이제 다 끝나 가나...?
잠깐의 안도감으로 방심하고 오전알바생과 잡담을 하다
고개를 돌렸는데,
놈의 손이 내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개피 꺼내고 있었다.
허, 참... 이 새끼가 진짜...
"뭡니까?"
"아..저..담배 한 대만..."
그가 내 피같은 담배를 물더니
카운터에 있던 라이터로 능숙하게 불을 붙이고
한모금 쭉 빨아들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뱉는다.
필시 가슴도 저 담배와 같이 타들어가고 있으리라...
"담배 맛 괜찮네요,
케이스도 이쁘고.. 이거 뭐죠?"
"한국 필립모리스㈜에서 출시한 '말보로 블랙 멘솔(Marlboro Black Mentho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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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화 빼고는 실화임 ㅇㅇ
뒷이야기가 더 있으나 기승전병을 위해
과감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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