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만들기 전에 일본으로 슈퍼게임가서 먼저 선동열씨를 찾아 갔어요. 그때는 선수협이 아닌 노조를 만들려고 찾아갔던 건데 선동열씨가 일본 정관하고 규약을 가져다 주더라고요. 선수협은 일본 걸 베껴서 만든 거예요. 그리고 그게 발단이 돼 선수협의회가 발족된 거죠. 정관 만들어 놓고 전국을 돌며 선수들을 만났어요. 우스운 건 슈퍼게임할 때 숙소에 모여 의기 투합했던 놈들은 선수협때 코빼기도 안보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온 선수가 (송)진우형과 강병규였죠. 내가 회장을 할 수도 있었지만 강성 이미지 때문에 구단들의 반발이 더 심해질 것 같아 뒤로 물러난 거였습니다.
선수협을 하며 선동열씨한테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나고야에 전화를 서른 번도 넘게 했죠. 메시지도 남겨놓고 했는데 전화도 안받았고 연락도 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분이 뭐가 아쉽겠어요. '국보' 투수인데 후배들을 위해 총대를 멘다고 해서 이곳 야구판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렵겠습니까. 죽이니 살리니 해도 지금까지 억대 연봉 받고 생활하는 나도 있잖아요. 그때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커요.
만난 적 있냐구요? 언젠가 경기장내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다른 곳으로 가버리더라구요.
이종범
이종범이 일본에서 생활하다 국내 무대에 복귀했을 때 난리가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내 기준에선 웃겼어요. 실패해서 왔잖아요. 한국 야구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온 사람이잖아요. 한국과 일본의 최고 선수들끼리는 비슷하게 가야해요. 전체적인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라 탑과 탑이 달렸을 때는 비슷하게 가야된다구요. 정민태도 마찬가지구요. 그들의 책임이 커요. 더욱 이해가 안가는 건 그렇게 하고 돌아왔는데도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거죠.
난 왜 못나갔냐구요? 갔다와도 됐지만 한번 나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예요. 조금만 평범했더라면 메이저리그도 도전해보고 안되면 오면 되니까. 그런데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