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어렸을 때라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재난 사고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없고 인상 정도만 남아있어요. 아마 제 또래들도 그럴 것 같은데 태어나서 겪었던 가장 큰 비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관련된 뉴스를 찾아도 보고, 찾기 전에 접하기도 하는데 너무 가슴이 아려요. ▶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힘겨운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 내부의 갈등, 유가족들과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는 천재지변으로 생긴 자연재해도 아니고, 인재이기 때문에 정말 끔찍한 사고입니다. 큰 비극에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도, 사고 이후의 갈등과 충돌은 현재진행형이죠. ▶ 유가족들의 투쟁을 두고 '이제 그만 하자'며 피로를 호소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는 이런 시선을 느끼신 적은 있나요? 택시를 자주 타고 다니는데 광화문을 지나가다보면 유가족 분들이 집회하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기사님들은 이런 말씀하세요. '지겹지도 않냐'고. 자식이 죽었는데 어떻게 지겨운 일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 기사님도 그냥 동네 아저씨고, 이웃이고, 아버지인 분이시죠. 그런 분들이 벌써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유가족 분들을 두 번, 세 번 더 아프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 분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줄 책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 세월호 참사 당시 예능프로그램들은 전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에 맞춰 결방을 하기도 했어요.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제작자이자 출연자로서, 그런 고민들이 있으신가요?
제가 코미디하는 사람이라 잘못이랄까, 좀 더 그렇더라고요. 하는 일이 웃기는 일이다보니, 제 직업으로 도와드릴 수도 없고, (코믹한) 분위기나 그런 것들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항상 값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슬픔 앞에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코미디가 사실 치유의 성격이 있지만 효과가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죠. 세월호 참사는 그럴 수 없는 경우 같았어요.
▶ 진상규명부터 인양까지, 앞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산재한 문제들에 해결의 희망은 있다고 보세요?
모르겠어요. 해결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 단어는 어떤 일이 깔끔하게 없었던 일처럼 마무리되거나 처리된 상태를 말하는 건데, 이미 참사 직후부터 (그렇게 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처리 문제도 원활하게 되지 않았던 것이 맞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어요. 어떻게 하나하나 다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 누구나 그렇듯이, 일상에 치여 살아가다보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일 같아요.
'24시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잊지 않겠다'. 이건 거짓말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마음은 진심이에요. 적어도 죽을 때까지 잊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일이고요. 사기를 당하면 신고를 하면 되고, 어디를 다치면 치료하면 되는데 이런 건,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 유가족들을 위해서, 혹은 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아까 이야기한 연장선인데, 작은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There Must Be'라는 노래가 있어요. 한국 가수 두 분이 부른 노래고, 내용이 딱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무언가 작은 것들, 작은 행동이 하나 있을 거다'라는 내용인데 그걸 들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났어요. 직접적으로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방관해 온 것이 아닌지…. 전 국민이 책임자고, 가해자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두 번, 세 번 더 아픔드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유가족 분들에게는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이게 맞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