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전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소설 '태백산맥' 3권을 읽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무궁화호 기차 안에서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다가,
청주를 지날 때 쯤 졸음이 몰려와 책을 덮은 뒤 가방에 넣고 잠이 들었다.
결국 대전에 도착해서도 다 읽지 못한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 대전역 근처 어느곳의, 작은 커피숍에 들러
가방에서 책을 꺼낸 후, 커피를 한잔 시키고 난 뒤
마저 책을 읽었다.
2017년 대구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소설 '데프콘-한미전쟁' 2권을 읽으려고 했다.
스마트폰에 어폰을 끼고 음악을 켠 채, 플레이북 라이브러리를 터치하고 목록에서 찾아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경주를 지날 때 쯤 졸음이 몰려와 버튼을 눌러 책을 덮은 채 나는 잠이 들었다.
대구에 도착해 사람들을 만나기 전 스타벅스에 들러 스마트폰을 꺼낸 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쎄다.
책을 읽는다는 본질적인 차이점은 없는 것 같은데
묘하게 뭔가 하나 빠진 기분이다.
아! 이제 생각났다. 그 빠진게 무엇이고 하냐면
어줍잖은 추억감성같은 것 일종의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다마는,
적어도 나는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