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2002 월드컵 카드섹션 후기 <6> 스페인전 Pride of
게시물ID : soccer_26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reju
추천 : 3
조회수 : 8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5/18 02:12:37
출처 : 파투 나로


2002월드컵 8강전 스페인전 카드섹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2006년 DC인사이드 국내축구 겔러리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다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

카드섹션 이야기..6(Pride of ASIA)

Pride of ASIA - 8강 스페인전.

이탈리아전이 끝나고 나니까
갑자기 카드섹션에 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어.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오더라구..

질문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전 카드섹션에 대한 이야기와 
다음 경기에는 어떤 문구를 쓸거냐라는 거였지.

사실 그동안 언론하고 별로 친할 일이 없었던 우리 입장에선
이런 관심이 좀 당황스러웠어. 우리가 뭐라고 자꾸 연락을 하나 싶고..
이런 관심을 받을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생각해보면 다들 월드컵에 미쳐서 9시 뉴스에도 
월드컵 소식만 30분 넘게 나오던 때니까 시간 때울 뉴스꺼리도 없던차에 
기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어주는 역할을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

암튼 이탈리아전 카드섹션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있는대로 이야기해주면 됐지만
다음 카드섹션에 대한 이야기는 얘기할게 없었어.
왜냐하면 우리도 뭘 할지 몰랐거든.

8강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도 별로 못하고 있던데다가
16강부터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상대팀이 누가될지는 
그때그때 가봐야 알게 되는거였지.
그래서 아직 다음에 뭘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기사가 나더라.

'붉은악마 극비리에 다음 카드섹션 준비 중!'

아 놔 이런....

카드섹션을 준비하기는 하는데 
이제부터는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어.

예선 때는 경기가 한 5일정도 간격으로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었는데
16강부터는 한 3일 간격으로 경기 일정이 잡혀있었거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이틀정도 밖에 없는거지.

문구가 정해지고 도면이 완성되면 설치하는거야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순식간인데 문제는 대체 문구를 뭘로 하느냐였어.

지난번 이탈리아전 때의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네거티브한
스타일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네거티브 응원이 자꾸 반복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
또 대규모 관중이 동원되는 카드섹션에서 부정적인 문구를 자꾸 사용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좀 있었어.
1966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스페인전 때 나왔던 아이디어들은
그냥 네거티브 그 자체였거든.
AGAIN 1966의 성공에 흥분해서 거의 스페인을 때려잡을 기세였어..^^


우리의 8강 진출은 아시아 팀으로써는 최초였어.
물론 북한이 8강에 오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16팀 중 8강에 오른거고
우리는 32강 중에 16강을 거쳐서 8강까지 오른거니까 
우리가 기록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거지.

그래서 이걸 테마로 하자고 결정했어.

'우리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문구를 확정하려면 여러가지 고려할게 많았어.
경기장 좌석의 크기와 모양을 고려해서 글자수를 정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저런 의미를 담자니 자꾸 글자 수가 많아지는거야.
최대한 줄여보려고도 했지만 시간도 너무 촉박하고
시간에 쫏기듯이 작업을 하려니까 아이디어도 잘 안나오더구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 된 문구.

Pride of ASIA

일본 애들이 쓰던 KING of ASIA같은건 너무 무례해 보이고
TOP of ASIA같은 문구보다는 좀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필요했지.

이제 문제는 도면을 그리는 것인데.
저 글자를 모두 넣기엔 자리가 많이 비좁았어.
그래서 소문자도 쓰게되고 of는 희안한 모양으로 디자인됐지. 
나중에 보니까 무슨 열쇠모양 같더라고..ㅠㅠ

하루 전날 설치작업을 했는데
낮에 더위가 너무 심해서 작업하던 광주 붉은악마 친구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다들 얼굴이 벌개져가지고 물만 계속 들이켜가며 작업을 했지.

근데 결국 글자 수가 너무 많아 수정을 거듭하다보니까 시간이 늦어져서
한 밤 10시쯤이나 돼서야 작업이 끝이 났어.

이번엔 경기장 조명도 켜지 못하고 작업을 해서 좀 어려웠는데
경기장 관리하는 분들이 조명 못켜준거에 대해서 너무 미안해 하더라고
뭐 꼭 그런걸 해줘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입장에서는 미안해하는
분들한테 오히려 죄송하고 서로 그랬지..^^

암튼 이날 작업은 이렇게 어렵게 끝이 났는데
결국 처음 두번의 카드섹션에 필적할만한 오묘한 디자인이 나와버렸어..ㅠㅠ

근데 이날 작업을 하던 중에 
이탈리아 기자 한명이 와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하는 얘기가

우리 이탈리아하고 할 때는 그런 공격적인 카드섹션을 하더니
왜 스페인하고 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거야.

아니 이놈들은 아직까지 이러고있나.
경기 끝났으면 집에나 갈 것이지.

뭐라 해줄 말이 없어서 얼버무렸는데 게속 물어보는거야.
'이탈리아는 강팀이고 스페인은 만만해서 그래요.'
라고 해줬으면 만족했을까? ^^

암튼 갈때까지 계속 표정이 뭔가 불만스럽더라고..
얘네 스타일은 원래 이런가 대체 왜들이러냐...ㅎㅎ

이날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리가 스페인을 누르고 4강에 올랐지.

아.. 4강이라니...!

근데 우리 두 담당자들은... 솔직히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만
기쁜 가운데서도 맥이 빠졌어.

'ㅆㅂ 그럼 다음에 카드섹션을 또해야돼? 8강이면 됐지 뭘 자꾸 이기고 그래.'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정말 부담됐었거든..^^


다음에는 그 유명했던 꿈은 이루어진다구나..
근데 이 카드섹션은 나 때문에 못할 뻔했어.
그 이야기는 다음에..

-------------------------------

뒤늦게 안 사실인데 AFC 어딘가에 저 Pride of ASIA라는 문구가 장식되었었다고 하더군요.

다음은 상암 경기장에서 벌어졌던 독일전 꿈은 이루어진다 카드섹션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