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의 정치인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보면 꽤나 불편해할 듯하다. 풍자적 요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2는 거대 권력에 맞서 자유를 찾으려는 테란 저항군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1편이 테란, 저그, 프로토스의 전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테란 종족의 정치 상황과 인물에 대해 묘사했다.
1편에서 동료를 배신하고 테란의 황제가 된 맹스크는 강력한 권력을 쥐고 주민들을 억압한다. 가장 먼저 권력의 하수인이 된 건 언론이다. 테란 정부는 유엔엔(UNN)이라는 친정부 방송국을 만들어 뉴스를 통제한다. 게임 화면에 나오는 티브이를 누르면 유엔엔 뉴스를 볼 수 있는데, 권력의 언론조작 행태가 코믹하게 묘사돼 있다. 겉으로는 “최고의 뉴스, 중립적인 뉴스”라고 말하지만, 기자들이 정부를 비판하거나 저항군을 옹호하는 보도를 하면 앵커가 말을 가로채거나 중계를 끊어버린다.
유엔엔 뉴스는 게임을 해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인터넷에는 게임 속 뉴스를 패러디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테란이 언론을 이용해 국민들을 속이는 장면이 한국의 언론 현실과 비슷한 것 같아 씁쓸했다”고 소감을 남겼다.
스타크래프트2에는 권력에 의해 자신의 삶을 통제당하는 암울한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독재자 맹스크는 ‘종족의 유물’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국가사업을 벌인다. 유물 발굴 작업에는 국민들이 동원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복종만이 안전이다’, ‘자나 깨나 이웃조심’ 등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선동문구들을 볼 수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자들의 비정함도 묘사됐다. 말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준다면서 저그가 쳐들어오자 국민을 버리고 자신들만 도주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언론을 이용해 저항군의 짓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부패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항군 대장 레이너(사진)는 행동하는 혁명가다.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정권에 외면당한 서민의 삶을 보살핀다. 그는 전쟁터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을 구출해 안전한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구실을 맡는다.
정곡을 찌르는 대사들도 수두룩하다. 게임 중에 간호사 캐릭터가 ‘어머, 이건 보험 적용 안 되는데?’라고 하고, 일꾼이 ‘오늘도 야근이다’라고 푸념하는 등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재미있게 풍자해 놓았다. 부패 정권에 대항해 진실을 밝히려는 저항군의 사투는 게임 종반 부터 저그와 프로토스가 합류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게임의 마지막 부분에선 이용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 반전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글화돼 12세 이용가와 18세 이용가 제품으로 각각 발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