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서 끄적여볼게. 내가 13살때..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때지. 나는 13살때 사촌형과 아버지를 잃었어. 사촌형은 큰 장마가 있던날 동네 개천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시체가 발견됐고...KBS 아침 뉴스에는 실종으로 방송됐었어. 아버지는 그 일주일 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 이번 얘기는 사촌형의 죽음을 안 후,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의 이야기야.
사촌형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께서는 대전까지 한걸음에 달려가셨지.[집은 수원이야] 나는 학교를 가야하기때문에 아침에 뉴스로만 볼수 있었어. 결국 온 친척과 경찰의 수색 노력에도 그날은 찾을수 없었고. 다음날 오전에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 방학때마다 친가에서 함께 놀던 친한 사촌형이라 나도 많이 슬펐어. [여담인데 미성년자는 묘지를 만들지 않는것이 관례라는것을 그때 알았어]
그리고 이틀정도 후에. 꿈을 꿨는데 그 사촌형이 나왔어. 나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지. 'ㅇㅇ야 같이 가자 형 무서워' 나는 꿈이라 그런지 형이 죽었다는것을 잊은 상태였어
나 : '응? 형아 어디가는데?' 형 : '갈데가 있어서 그래. 그런데 혼자가기가 무서워 같이가자' 나 : '나 아빠한테 허락받아야하는데..그래도 형이랑 가는건데 혼내지는 않겠지?' 형 : '그래 ㅇㅇ야 어서 가자 시간이 많이 늦었어'
그렇게 잠에서 깼지. 어린나이의 나는 그 꿈이 뭔가 의미가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단지 꿈에서 형을 봤다는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지.
그 이틀 후. 아버지께서 집에서 소주를 드시며 나를 앉히고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ㅇㅇ야 아빠 죽으면 엄마 도와서 잘 살아야한다 넌 장남이니까. 그리고 나가서 우동좀 사와라 우동이 먹고 싶구나'
난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어. 아버지께서는 술만 드시면 종종 그런 말씀을 하곤 하셨거든. 집안의 장래는 너에게 달렸으니 니가 잘해야 된다는 둥 아빠는 살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둥.
그게 바로 아버지의 술버릇이었어.
그날도 그렇게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지나갔지.
다음날 아침.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일을 나가신 후. 고종사촌형이 집에 와서 누나랑 나한테 옷을 입으래. 어디가냐고 물었더니 갈데가 있다고 어서 옷 입으래. 고종사촌형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지. 그때 누나는 어느정도 예상을 했었나봐. 어딘가를 가는동안 계속 서럽게 울고있었으니까. 나는 전혀 몰랐어. 누나가 왜 우는지도. 이 아침에 내가 학교를 안가고 어디를 가는지도.
도착하고나서 알았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걸..
난 예전부터 몽상가가 아니었어. 꿈에 의미를 두지 않고. 지금도 그러고있어. 하지만. 그 일만은 예외야.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알았으면 해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비하면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티끌에 불과하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