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제 전용 TV가 한 대 생겼습니다. 돈 몇 푼 아껴보려고 케이블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요.
심심한 자취생활 TV 시청에 근래 들어 커다란 낙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공중파 3사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입니다.
먼저 MBC 100분 토론은 그 소재부터 가장 최신의 문제를 다루는 듯 합니다. 개헌발언 다다음날 방송에서 바로 토론 들어갔으니까요. 최근에는 1,2부로 나누어 서로 다른 관점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객석 질문도 따로 시간을 마련하지 않고 그때 그때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진행자 손석희씨의 날카로운 질문은 패널의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까더군요. 그러다보니 패널들도 나와서 가식적인 대답을 일관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경향이 가장 적습니다.
KBS 시사토론 프로그램 같은 경우 세트장이 원형 탁자를 쓰기 때문에 100분토론보다 출연자들 간의 거리가 더욱 가깝습니다. 돌려 말하거나 상대방 얼굴에 금칠하는 법은 없지만 아마도 패널들 자체가 100분토론보다 더 첨예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닌 듯 다소 합의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진행자가 발언하는 도중에 일상대화처럼 의성어로 추임새를 넣는다거나 자신도 토론자인 듯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요.
SBS 시시비비는 처음에 FTA 토론을 하면서 토론 방송 전과 후의 시청자 여론을 수렴해 보고하는 3부작으로 굉장히 신선했었습니다. FTA 협상단장도 나왔었구요. 그런데 최근의 시시비비는 각계의 사람들이 나와서는 그저 자기 얘기나 홍보만을 일삼을 뿐 토론의 성격은 크게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일종의 홍보의 장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진행자의 진행 자체는 kbs보다는 나은 것도 같지만 날카로운 면에서는 부족해서인지, 패널들의 체면은 너무 정중하게 세워주어서인지 손석희처럼 신랄하게 가면을 젖혀 제끼는 그런 맛이 없더군요. 그래서 주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나와도 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대의에 대한 부분만 서로 치고 받다 보니 논의는 허공을 맴돌고 말꼬리만 잡게 되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