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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손의 필연성과 매국자손의 개연성
게시물ID : sisa_26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낑낑이
추천 : 0/4
조회수 : 26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1/22 13:56:43
어떤 님께서 애국하면 3대가 망하고 매국하면 3대가 흥한다는 주제의 글을 올리셨다.
이 땅에서 아직은 멀기만 한 정의구현의 현실에 대한 한탄이 서린 글이다.
절대다수의 한국 시민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적 감상이 곧 한국 사회 구조의 기형적 결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모든 매국자손들이 떵떵거리며 호위호식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뿐더러
그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전후 50년 동안 나타난 부자 계층 중에 매국노의 자손들이 일정 비율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것은 상식적인 결과에 다름 아니다.
매국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와 권리를 악용해 매우 시기 적절하게 국가적 이권을 침탈 세력에게 판매 혹은 양도하면서 막대하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득을 얻게 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국민 대다수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어떤 매국 집안들은 몰락하고 다른 집안들은 살아남았다. 즉 자산 관리를 효과적으로 한 부의 상속자들만이 현재에도 부자로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매국자손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당시부터 내려오는 상속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그 재산에 대하여 도덕성이나 몰수에 대한 강요를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은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에게 씌워진 조상의 오명을 씻는 것이리라. 하지만 사유재산의 운용에 대해서 우리는 비난만 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는 없다.
어떤 매국노와 그 자손들이 그들의 돈을 다 까먹고 몰락할 동안 어떤 이들은 착실히 그것을 늘리거나 지켜왔을 뿐이다.

반면에 애국자손들의 구제할 수 없는 몰락은 다소 필연적인 결과로 도출된다. 
매국노들의 매우 경제적인 자산과 부가가치의 창출과 달리 애국자들은 다른 체계의 가치관에 입각해 자신의 인생을 살다 가신 분들이다. 그들은 부나 사회적 지위, 권력을 창출하는 명예보다는 그 대척점에 있는 숭고하다고 일컬어지는 가치들을 우선시했고 거기에 자산을 투자했으며 그 가치들의 본질에 걸맞게 그 어떤 경제적 부가가치도 산출하지 못했다. 즉 말아먹었다.
그분들은 그 재산을 투자하면서 그것들이 광복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도 않았거니와 그것을 노리고 투자했다면 틀림없이 형편없는 투자자들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은 자의적이며 필연적인 결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그 댓가로 그들이 얻게 된 것은 동시대와 후손들의 진심어린 존경과 불멸의 명예, 그리고 혹독한 고문과 체벌, 처벌과 굶주린 가족들이다.
광복후 민족정권이 정상적으로 창출되었다면 그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보상은 아마도 그들의 희망여부와 관계없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인사들의 체계와는 무관하게 미국에 의해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건립되고 계승되었다. 물론 독립 운동 인사들이 일부 참여하게 되긴 했지만 그들이 아는 인맥의 범위 내에서만 보상은 이루어졌을 따름이다.
따라서 작금의 애국자손 몰락 현상은 어쩔 수 없이 마치 철길을 따라 기차역이 나오듯이 도출되어 버리는 것이며 김을동, 송일국과 같은 극소수의 성공사례만을 기록하기 마련이다.


과연 대책은 있을까?

내생각엔 없다. 증빙서류 없이는 그 어느 정부에서도 그들의 행적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할 수 없다. 
애국자손들은 자신들이 하지 않은 선행으로 보상받으려는 정신을 접어야만 한다.
그들의 선조들이 물려준 것은 보상받을 권리가 아니라 가슴을 떳떳히 펼 용기와 명예다.
이 땅에 오직 그들만이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억울함을 대물림하기 보다는 자랑스러움을 대물림해야 한다.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며 비웃었던 것은 선조들의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회계장부 역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선조들은 지금같이 그들을 존경하지도 않는 시대에도 스스로에게 당당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조차 민족에 충성했다. 그들은 자산이 아니라 정신상태를 물려주기를 원했기 때문에 후손들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것을 상속해야 한다.

이 땅에는 수많은 빈곤층과 나아가 다수의 극빈층도 존재한다. 더러는 그들의 조상들이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행정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그럴 때 그들은 조상들의 선행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여기에는 어떤 불합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가난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경제적 가난과 정신적인 명예로움은 양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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