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휴대폰을 개통한 이후로 골때리는 문제가 있다면, 이게 제 명의가 아니라는 겁니다. 가족거에요.

아, 별거 아니고 그냥 겁나 오래전에 가족의 지인이 휴대폰 장사를 한다고 그쪽을 통해서 개통했는데.....

직접 제가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그냥 가족 명의로 하나 더 만드는게 간단해서 귀찮다고 그냥 가족걸로 개통해버림(....)

 

이게 몇 년 전까진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전 그냥 '휴대폰=전화되는 게임기' 정도로밖에 안썼거든요.

 

 

문제는 이걸 개인정보 인증용도로 슬금슬금 전환하더니, 인터넷뱅킹이니 뭐니 하는 것부터 해서 가지각색의 신분증명에 필요할 때 터집니다.

어지간한 인터넷 상거래는 휴대폰으로 인증을 해야 가능해요! 와우! 내 보안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요! 젠장.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전 인터넷 상거래를 철저하게 불신하는 타입의 인간입니다.

전자금융? 인터넷쇼핑? 까라고 그래요 사는 건 가서 사는게 살 맛 나는거에요.

덕분에 살면서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한 적이.... 어, 마지막으로 한 게 거의 6년 전이네요. 총합은... 한 10번 되려나?

 

 

뭐, 이래서 전 공인인증서고 아이핀이고 나발이고 언젠가 쓴 적은 없지만 지금은 그거랑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실 쓸 일이 없죠. 전자금융을 안하니까! 스팀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처리를 해주니까!

 

....헌데 이런 저도 여기에 발목이 잡힐 때가 딱 있습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 할 때 말입니다.

 

일단 계정 생성부터 턱턱 막힙니다. 본인인증수단이 딱 아이핀 아니면 휴대폰이잖습니까.

그나마 아이핀은 몇 년 전에 만든 거로 어찌저찌 넘겼는데, 한국 게임 안 하다 오래간만에 하니까 골때리게도 2차 비밀번호 어쩌구를 하네요.

헌데 이걸 만드는데 또 본인인증을 하랍니다 마트료시카냐

휴대폰 인증이 안되서 아이핀을 하려는데 아이핀을 쓰려면 휴대폰 인증을 하세요! 와우!

....진짜 대갈통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모르겠네요.

 

뭐,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계정관련에서 컷됩니다. 잘됐네요, 때려치우죠.

 

운이 좋게도 아주 오래 전에, 별 문제 없는 계정이 있는 쪽이라면 뭐 그냥저냥 게임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자기네들이 멋대로 해킹 의심이니 도용이 의심되니 하면서 정지시키는 게 문제죠.

그것도 의심 사유도 안 알려주고 그냥 의심된다니 멋대로 정지함. 뭐요?

그냥 일방적으로 저한테 엿먹으라는 거에요. 그것도 풀려면 내가 직접 개고생을 하고 수고를 벌여야 하죠. 아니 시부럴 니들이 멋대로 멈춰놓고?

 

스팀도 이런 도용의심이 있긴 합니다만, 최소한 얘네들은 언제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계정 접근이 있었다는 정보를 알려줘요

한국 게임들은 이런거 안 알려주고 그냥 대놓고 차단이에요. 아놔 장난치나.

 

 

뭐 법규가 엿같이 만들어지고 더 꼬아져서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보안 문제는 회사의 책임이거든요. 비밀번호 분실이야 이용자 책임이지만, 계정 자체를 보호하는 건 회사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에요.

그걸 비밀번호, 2차 비밀번호, 본인인증수단같은 식으로 해봤자, 얻어야 할 비밀번호가 더 늘었다 수준의 레벨이지 근본적인 대책은 안되거든요.

 

좌우지간 그 덕분에 저는 새벽녘에 뭐 어쩌지도 못하고 한국 온라인게임은 관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는데 한국은 어째 불편해지기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