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정부 "리비아, 경제지원 요청해와" '10억달러 배상 요구설' 부인하면서도 '경제지원 검토' 밝혀 2010-08-04 15: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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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정부가 한국 국정원의 스파이행위에 대한 배상 차원에서 10억달러 이상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4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또다른 정부관계자는 리비아가 '경제적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가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리비아측 배상요구를 국민돈으로 수용하면서 이를 경제지원으로 둔갑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3 일 밤 KBS와 4일 아침 <중앙일보>는 리비아의 10억달러 배상 요구를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의 출처는 모두가 '정부 소식통', '정부 관계자' 등 '정부'였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유명환 장관은 잇따라 "사실무근" "금시초문"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4일자 <문화일보> 석간에는 또다른 정부 고위관계자의 '묘한 발언'이 실렸다.
익 명의 정부 고위관계자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리비아간 논란은 리비아가 우리에게 바라는 게 많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면서 “리비아측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대우해달라는 것과 함께 경제적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고 리비아에도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 차원에서 리비아 요구 수용 방안을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리 비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선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자원강국인 리비아는 무조건 다른나라에게 무상 경제원조를 요청할 정도로 못사는 빈국도 아니고, 그렇게 자존심이 약한 나라도 아니다. 카다피 최고지도자는 최근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으나,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강도높게 질타해온 제3세계의 내로라하는 '미스터 쓴소리' 중 한명이기도 하다.
또한 올해 간신히 1인당 소득 2만달러 회복이 예상되는 우리나라는 리비아 같은 중진국이 경제지원을 요청한다고 해서 이를 수용할 만큼 넉넉한 나라도 아니다.
때문에 정부관계자의 "경제적 지원 요청" 운운은 국내외적 설득력이 없는 데다가, 자칫 리비아를 더욱 격분시켜 양국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고 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 비아 언론은 지난달 말까지 리비아를 방문했던 한국 국정원 대표단이 "서면으로 스파이 활동을 시인하고 사과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이나 정부는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면'으로 시인·사과했다면 국가 차원에서 스파이 활동을 시인한 것으로, 가능한 한 조용히 다뤄야 할 외교문제라 할지라도 그냥 모른 체 넘어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다가 '10억달러 배상' 요구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는 마당에 정부 일각에서 리비아의 '경제적 지원 요청 수용'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궁지에 몰린 정부가 밀실협상을 통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유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