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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라이트유저님의 베스트 게시글을 읽고.
게시물ID : humorbest_290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른↔아이
추천 : 39
조회수 : 2993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8/08 02:08: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8/04 15:33:52
1.
부케를 키울때 있었던 일이다.

박휘 쪼렙을 키우는데 웬 길드에서 초대가 왔다.
난 본캐길드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거절했지만 
1시간 간격으로 계속 초대를 했다. 도데체 어떤길드길래 이러나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쪼렙 지원 길드였던 모양이다.

바로 나갈려고 탈퇴를 누르려고 했는데 보니까
길창에 어떤 17렙 법사하나가 떼를 쓰고 있었다.
대충 내용은 "문브룩에서 몬스터를 잡을수가 없어요." 였다.

접속한 길원은 적게 잡아도 20명이 넘었지만 아무도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답변을 해주더라도 다 이런식이었다.
길원A : 얼회 쓰고 잡으세요."
법사 : 얼회가 뭔데요?"
길원A : ...
말귀 못알아 듣는 그 법사를 아무도 상대해주려 하지 않았다.


보다못한 내가 길탈하려다 말고 답변해 주었다.
나 : 님. 스킬레벨은 찍으셨나요?
법사 : 네??
나 : 여관 2층에 있는 <상급마법사>한테 스킬레벨 배우셨냐구요.
법사 : 그게 뭐죠?

그럴줄 알았다...
<아르네이피아>님의 만화에서도 볼수 있듯, 스킬레벨 안찍고 다니는건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다. 
와우 처음 할때 나도 그랬으니까...
문브룩 근처의 상급 마법사 위치와 "이건 디아블로처럼 스킬찍는데에 제한이 있는게 아니니 맘놓고 찍으라"고 가르쳐 드렸다.

스킬레벨 올리는것도 모르는데 특성도 알 리가 없었다.
"혹시 n키 눌려 보셨어요?" 라고 물어봤다.
역시 대답은 뻔했다.
"그게 뭔데요?"
간단하게 특성에 대한 브리핑도 해줬다.

1시간쯤 지났을까. 이번엔 몹 2마리 잡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마리 양변걸고 나머지 한마리 먼저 잡으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계속 알려주며 하다보니 결국 길탈은 미루고 그 길드에서 계속 캐릭을 키우게 되었다.

어쩌다 한번 접속하면 그 법사는 기다렸단듯이 그동안 모아놨던 질문을 쏟아냈다.
내 접속만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때마다 내가 예전에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골드를 보내거나 인던을 돌아주지는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고 잇는 그 법사에게서 진정한 와우의 재미를 빼앗게 될까봐 그랬다.


바쁜 일이 생겨서 그 쪼렙 성기사를 두어달정도 버려두게 되었다.
그러다 한번 그 성기사로 접했을때, 그 법사가 생각나서, 길드원 명단에서 찾아봤는데
마지막으로 본 레벨 그대로였다.

결국 게임을 접은거였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예전만 하더라도 퀘스트 몹 놓고 경쟁하던 경쟁자도 많았고, 내 뒤를 치는 상대진영 플레이어도 있었다.
가끔 만렙이 깽판이라도 치면 엉엉 울면서 길가는 만렙 아무나 잡고 도와달라고 떼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텅 빈 필드에 혼자서 외롭게 사냥만 하는건 친구가 잇거나 말벗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다들 친초버스버스 돌리느라 그런가 60레벨 될때까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이건뭐 비번걸어놓고 디아블로 하는것도 아니고 누가 이걸 온라인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겠는가.

2.========================================================================================

프리스타일이라는 게임을 했던적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플레이어의 실력이 정말 중요한 게임인데,
리바운드 타이밍이나, 어느 순간에 슛을 쏘면 잘 들어가는지, 상대방의 실책 유발하는 노하우라던가 
경험많은 유저와 초짜의 실력 차이는 정말 천지차이였다.

경험많은 유저가 1레벨 만들어서 초보방에 들어가면 말그대로 초보들은 추풍낙엽이었다.
뉴비들이 그런 부케라도 만나면 5분의 게임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질만큼 떡실신 당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슬슬 본케에 질리기 시작한 고수들이 부케에 손을 대면서 벌어졌다.

생각해봐라.
내가 농구게임 해보겠다고 1레벨 센터 만들었는데 첨만난 상대한테 리바 한개도 못뺏고 슛은 쏘는대로 블락당하고 완전 무기력, 굴욕만 당하는 그런 게임을 5~6판정도 해봐라. 하고 싶을까?
어쩌다 뉴비가 해보겠다고 들어가더라도 딱 3판해보면 답이 나온다.
"아 이건 내가 할 게임이 아니구나."

그렇게 부케들에게 치인 뉴비들이 떠나면서, 점점 초보방은 부케만의 천국이 되어버렸다.
프리스타일은 점점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갔고, 
게임에 싫증을 느껴 손을 떼는 올드비들은 있을지언정 새로 유입되는 뉴비들은 없어서 게임 인구는 초창기의 5%로 줄어버렸다.


이런 폐해 때문에 게임사 측은 부케방은 따로 만들어서 노련한 부케들이 뉴비들과 섞이지 않게끔 했지만
어차피 공짜게임.
다른 계정 만들어서 들어가면 그만이었고
처음 등장했을때는 인구가 폭주해서 서버가 모자랐던 게임이엇는데, 지금은 하는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수가 없다.

3.========================================================================================

사게에서 이런 글을 본적 있다.
"불성 인던에서 랜던신청으로 만난 흑마가 도트넣고 법봉질하고 앉아있더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그 흑마는 인던을 들어가본적 없는 초짜였던 모양이다.

그 아무것도 모르던 흑마는 평소에 사냥하던대로 하던 죄로,
인던에 처음 가봤다는 죄 아닌 죄로
사게에까지 올라가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씹히고 차단당해야만 했다.

"불의비 맘껏쓰고, 어활 팍팍 날려라. 생전하면 힐러가 다 채워준다. 원래 인던은 그런곳이다." 
이 말 한마디를 못해서 사게에까지 올려서 씹어야 했을까?

4.=========================================================================================

어떻게든 신규 유저를 유치해야 하는 게임사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장벽을 낮추는데 노력하는 반면,
유저들은 열심히 진입장벽을 쌓고 있다.

공략 제대로 모르면 "공략숙지도 안하고 묻어가려고 왔느냐"며 죄인 취급한다.
마치 "내가 먹을 템을 노리는 도둑"인양 도둑취급을 할 뿐,
모르면 가르쳐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새 불붙은 업적논란. 업적 요구하는 공장 맘을 모르는건 아니다. 
노련한 유저들로 구성된 공대와 초짜인데 템만 좋은 유저들로 구성된 공대의 공략도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니까...

요근래 1주일간 와우 꽤나 열심히 했는데,
"얼왕 10인 템만 되면 공략 잘 모르더라도 오세요. 친절하게 가르쳐 드립니다."
이런 광고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것 같다.

5.=========================================================================================

이런 상황에서 다들 지인을 찾는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인과 레이드가면 공략 몰라도 된다.
친절하게 가르쳐 줄 뿐더러, 실수해도 지인들이 물타기 해준다.
아예 지인이 공장이면 더 좋다.

하지만 지인이 없이 혼자 왔으면 친절한 브리핑따위는 기대할수도 없고,
옆에서 빨리좀 가자고 제자리 점프하면서 재촉하는 저 도적놈 때문에 
공략좀 가르쳐 달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용기내서 물어보더라도, 마치 "수업종치기 1분전 질문해대는 범생이"처럼 다들 엄청나게 눈치를 준다.

난 모르겠다는 사람 잇으면 세세하게 가르쳐주는 편이다.
근데 그러면 옆에서 "뭐하고 있느냐, 빨리좀 가자"고 엄청 눈치주고,
"니 시간만 시간이냐"고 무례한 말을 던지는 사람도 종종 본다.

유저들 스스로가 지인없이 겜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월드오브 지인크래프트" 운운 하면서 "지인팟"을 욕하는 자기부정에 빠져있다.

지인없는 뉴비들에게 아무도 친절하지 않고서 다들 쌀쌀맞게 냉대하는 분위기를 만든게 누군가?

공략이 조금만 미숙해도, 템이 조금만 덜 갖춰졌어도, 딜이 조금만 덜나와도 
다들 엄청 짜증을 내고 범죄자 취급을 하는 분위기에서
지금의 와우는 분위기상 지인 없이는 들이대기가 너무 힘들다.

6.=========================================================================================

불성때 내 친구랑 장난삼아서
"카라잔 헤딩팟 모집합니다." 라고 광고했던적 있었다.
줄아만 나오고 한참 뒤였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낙스 헤딩팟 모집"이라는 것과 비슷한 소리다.

그런 어이없는 광고에
파티창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귓이 왔고 금방 출발할수 있었다.
대부분 최소한의 매너스펙을 갖추고 있었고, 공략도 웬만큼 숙지하고 있었다.
막넴까지 잡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앗다.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빠르게 황천까지 잡았었다.
전멸은 딱 두번 했는데, 핀잔 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다들 하하호호 즐기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경험상, 템이 나빠서 헤딩하면 진짜 힘들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답답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템수준이 된다면, 공략 알아가며 헤딩 하는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귀속 1주일이 천금같은 분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전멸했을때, 아무도 기분나빠 하지 않고
해결책 토론해가면서 겜하는거.
안해본 사람은 모르는 와우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고, 생각보다 그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업적링크, 과도한디피컷, 쩌는기어스코어> 이런 것만 요구하는 팟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다들 너무 여유가 없다.

공대원의 실수를 봐줄 여유가 없고,
공대원의 디피가 낮아서 공략이 길어지는걸 참고 볼 여유도 없다.
잘 모르는 뉴비 공대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여유 따위는 더더욱 없다.

올드비가 아니면 어떤것도 인정하지 않는 차가운 분위기에서 뉴비들은 커다란 장벽을 느낀다.
그 장벽 건너편에 내 손을 잡아줄 지인이 있다면 모를까.
없다면, 와우하면서 웃을일은 손에 꼽을 것이다.

7.=========================================================================================

공략도 안읽어보고, 템도 파밍엉망으로한채, 아무 노력도 없이 
최상위 레이드 던전의 템만을 노리는 사람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업적링크 요구하는 사람이 나쁘다는것도 아니다. 나도 솔직히 쩌는 팟에서 하고 싶다.

하지만, 개인이 명품을 사는건 자유이나 사회가 사치열풍에 빠지면 문제이듯,
내가 하는 말도 그런거다.
개인이 <업적링크>를 요구하든 1만디피를 요구하든 그건 자유이고 아무 문제가 없지만, 
와우 전체가 <업적링크>판 이 되버리면 문제다.

설령 잘 모르는 사람이 왔더라도 "왜 왔느냐"고 욕하기 보다는
한두번 헤딩쯤 감수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블리자드도 그런 커뮤니케이션상의 즐거움을 WOW 의 일부로서 강조하고 있다.


이건 게임이 흥하느냐 망하느냐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데에 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

더 크게 보자면, 우리의 정신세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난 공략도 숙지하고, 템파밍도 철저히 해서 왔는데, 넌 공략도 모르는 주제에 어딜 끼느냐"는 식의 보상심리가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계층간의 격차>를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았다"는 모 경제일간지의 통계가 와우상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니 말이다. 

원문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762&l=45497
--- 아마도 중복

>>>>>>>>>>>>>>>>>이 글에 덧붙이는 게시자 어른↔아이의 사족

오리지날 때 깔짝 하다가 뭔가 댑따 어려워서 포기하고, 불성 말기에 호드로 갈아타고 드루를 열심히 키웠었다. 

남들 카라잔 손님으로 가서 쩌는 템 맞출때, 곰드루인 나와 징기인 내 친구는 일던을 못돌아서 겔겔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수리비가 아까워서 탱드루 포기하고 회드로 가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 솟을 때였으니까.

당시에는 던전 파티찾는 것도 어려웠던 때고, 특히나 일던은 더욱 그랬다. 일리단을 껌뱉듯이 죽이는 판국에 누가 일던을 가고 싶을까. 대부분 부케고, 새로 시작하는 뉴비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필드에서 퀘스트 하면서 꾸준히 같이 일던을 갈 유저를 찾았다. 몹과 놀면서 광고하고, 한시간 쯤 되면 슬슬 인원이 찬다. 그렇기 기다려서 일던 한 번 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일던을 돌다 비슷한 처지인 유저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유저들과 이런저런 연구를 해가면서 가는 일던마다 죽어라 헤딩하며 놀았다. 나도 탱이랍시고 이런저런 공략을 보면서 공부했다. 하지만 그 공략은 최소한으로 웬만한 템이 되서 디피도 잘 나오고 힐도 잘 들어오고 어글도 잘 먹일 수 있을 때 더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말하지 않던가. 그러나 꾸려진 다섯 명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 요구수준에 미달이었다.

불성 때 던전의 기억은 사실 탱으로써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친추하고 같이 돌기도 하지만, 어쩌다 뭔가 먹을 템이 있어서 들어온 굉장한(당시에 내가 봤을 때는) 유저가 나더러 뭐 이런 수준으로 탱을 하냔 투의 핀잔을 들을 때마다 속도 상했다. 빨리빨리 진행하자는 카라잔 졸업 유저가 재촉하하는 바람에 우격다짐으로 들어갔다가 죽은 적도 많고, 죽은 횟수만큼 욕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그 때 만큼 재밌었던 적은 없는 듯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다섯 명. 일던 보상템이 그렇게나 갖고 싶어서 꾹 참아가면서 그 유저들과 이 퀘 깨면 나도 조금은 던전 다니는게 수월하고 빨리 돌지 않을까 잡담하면서, 보스가 너무 어려우면 서로 시간구애 받지 않고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논의해보고 시도하던 시절이 그립다.

부자왕 초반에만 해도 참 좋았다. 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역할만 충족되면 어떻게든 빨리 꾸려서 즐길 수 있었다. 부자왕 초기 딱 한 달 정도는 그랬다. 물론 그 후에는 여지없이 불성 막판 때와 비슷해졌지만.

천하의 와우도, 이젠 어딜 가려고 해도 돈이 없으면 안되는 게임이 되었다. 힐러는 다른 유저 힐바만 보고 버튼 눌러대고, 딜러는 리카운트나 보면서 내 디피가 얼마나 쩌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탱커는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역할 끝이다. 이젠 순발력이나 임기응변은 거부되었다. 예상과 다른 전개가 되면 전멸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투기장은 요즘 잘 안다녀서 모르겠지만, 이제는 전장에 사람이 없어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 한 때 접속이 끊길정도로 엄청났던 겨손전쟁은 이제 많아야 30vs30이다. 억측일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를 연구해서 지금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를 올릴 생각은 전혀 없고, 더 쩌는 템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인 것 같다. 

결국 옛날이 좋았다는 투로 내 사족이 마무리되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최소한 나는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서로가 서로를 참견(?)하면서 뭔가를 알아가는 장이 마련되길 원하는 것이다. 플포니 메카니 인벤이니 이런데서 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닥친 상황에서 말이다. 

앞으로 나올 대격변은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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