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방위 드나들며 유랑노래 너스레 떨던 내가
흰 나무 아래 발자국 포개어 이번 육신의 탈頉 다하노라
이탈한 넋살은 저 시린 꽃망울에 단잠 자러 스며들 테요
춘풍 부면 몸만 바꿔서 아물아물 피어나 꿈꿨다고 농 트겠소
실컷 누려봤던 이 세상 질릴 성싶으랴 제 말 하면 또 오겠네
유산 없는 유언 썼다만 죽지 않으니 무슨 소용이냐며
올해로 만 세라는 각설이가 해맑게 꽃밭 지날 때
산의 꼬리에서 그늘 안과 밖 밟고 서 있는 노승이 슬며시 웃네
공력 미비한 탓 첫눈에 사랑 앓을 뻔했다
하늘이 무심한 게 아니고 근심이 지나쳤던 것을
스스로한테 귀의하는 저 사뿐한 이는
요지경에 단 한 번도 원망 갖지 않았구나
가진 것 없으니 떠난들 맴돈들 자유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