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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브금,장편]아파트-5부-
게시물ID : panic_29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1
조회수 : 186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5/04 13:41:32
그 일이 있은 후 다음날. 재욱은 오늘은 꼭 일찍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같이 있어달라는 민주의 부탁을 뿌리치고 출근을 했다. 물론 홍씨 아줌마에게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민주는 하룻밤이 지나고서도 쉽사리 그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홍씨 아줌마에게 말했다. "아줌마..여기 이상한 사람이 산다거나...혹은 죽은 사람이 있다거나...뭐 가끔 귀신이 나온다거나 하는 일 없었나요?" "오호호호...새댁이 많이 놀랐구먼. 아니 내가 여기 산게 몇년인데..이런 일은 처음이라니깐...그래 그 귀신이 어떻게 생겼든?...호호호" "아니요..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절 보고 있었다니까요." 민주는 그때 일이 기억이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홍씨는 그런 민주는 툭치며 말했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려....몸이 많이 허한가보네...아무래도 내가 삼계라도 고아서 와야지 원...내가 이래봐도 삼계도 기똥차게 끓인 다니깐...오호호호" "아...네...." "그만 진정하고....오늘 세진이엄마랑 시장 가기로 했잖아...장이나 보러 가자구..." "아..그랬나요?...네...그러지요...근데 의진이는 아직도 유정이네 있나요?" "글게 갸는 거기서 잘 노니깐 걱정말고....새댁이나 걱정해...원..참...오호호호호" 민주는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옷을 챙겨 홍씨와 같이 나왔다. 밖에는 미리 나와 있던 세진이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가던 할인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진이는 유정이와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의진이 보다 손재주가 나은 유정이는 미끄럼틀 옆에다가 소꿉놀이에 쓸 도마와 그릇을 만들고 있었다. 의진이는 유정이가 퍼다 달라는 대로 흙을 긁어 모아주고 있었다. 한참을 흙을 나르던 의진이는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정이 옆에서 침대와 화장대를 만들고 있었다. 나름대로는 그 모양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 만들고 봤을때는 그저 한 더미의 흙에 불과했다. 유정이는 다시 흙을 흩어내고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러던 중 유정이네 엄마가 나와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밥먹어야지." 저녁때가 가까워진 시각. 둘은 배가 고파있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유정이 엄마를 쫓아 갔다. 유정이 엄마는 둘을 집으로 데려와 식탁에 앉히고 찌개에 데우며 냉장고에서 소시지를 꺼내었다. "의진이는 매운 거 잘 먹니?" "얘는 김치도 물에 씻어 먹는데요." 옆에 있던 유정이가 놀리는 투로 의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의진이는 그 말에 질세라 대답했다. "아니에요. 잘 먹어요." "치잇..저번에는 못먹는다면서.." "아냐..잘먹어.." 유정이 엄마는 웃음을 지으며 앞치마에 손을 닦고는 말했다. "그래, 알았다. 우리 의진이 잘 먹는구나. 아줌마가 맛있는 찌개 해 줄테니깐 조금만 기다려라."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길에 홍씨가 카페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둘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아파트 앞 작은 카페로 들어가게 되었다. 각자 주문을 한 이들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민주 또한 의진이를 키우면서 어려웠던 일들을 얘기하며 동참했고 그들은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민주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아 맞다. 나 참기름 안샀다. 어떡하지? 요 앞에 슈퍼 있나?" "참기름? 안샀어? 아까 할인할때 사지." 세진이 엄마는 핀잔을 주듯 얘기했다. 그러자 홍씨가 말했다. "아냐, 아냐 살필요 없어. 안그래도 내가 시골에서 가져온 참기름이 있거든. 얼마나 고소한지 몰라. 내 그거 한병 줄께." 매번 신세를 지는데 이번에도 그럴수는 없었다. 민주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저기 슈퍼있네요. 아니에요. 매번 얻어 먹는데 그런것까지 신세질 수는 없죠. 제가 금방 갔다 올께요." 민주는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슈퍼로 향했다. 오후 들어 재욱은 점점 졸리기 시작했다. 재욱의 맞은편 책상에 명식이는 이미 고개를 숙인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지만 재욱은 오늘까지 끝내야 할 서류가 있었다. 재욱은 기지개도 펴보고 어깨도 주물러 보았지만 졸음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졸음을 쫓아내고 싶었던 재욱은 잠깐 인터넷 서핑을 하기로 했다. 메일체크, 등록된 카페글 검색 등을 해도 쏟아지는 졸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이....어제 일찍 잤는데도 왜 그러지..." 재욱은 크게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인터넷으로 들어가 쇼핑몰이나 개인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한참을 그러던 재욱은 문득 자신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고 싶었다.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다. 재욱은 검색창을 띄워 자신의 이름을 쳐 보았다. '송재욱...'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재욱은 모니터에 나온 결과를 보고 내심 놀랐다. 주변에서 재욱이라는 이름이 흔하지는 않은데...역시 이 조그만 나라도 넓긴 넓구나. 재욱은 이민주라는 이름도 쳐보았다. 이민주 또한 쫘르르 쏟아졌다. 재욱은 이것에 재미가 들렸다. 송의진도 쳐보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영만이의 이름도 쳐보았다. 그리고 어느 이름이 많이 나오는가도 보고 또 희한한 직종에 있는 동명이인의 사람도 찾아보았다. 그러다 최근 301호에 사는 민석재란 이름도 쳐보았다. 의외로 민석재라는 이름은 극히 적었다. 그런데 이상한 기사가 있었다. 재욱은 마우스를 끌어다가 클릭을 했다. 민주는 아파트 앞 작은 슈퍼에 들어가 데스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에게 참기름이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아주머니는 별 말없이 손가락으로 위치를 알려주었다. 민주는 급하게 뛰어가 참기름을 들고 와 계산대 위에 놓았다. "요 앞 아파트에 사나보네?" "네." "물건 많이 살거 있으면 우리 슈퍼로 와. 배달도 해주니깐." "아..네...그럴께요." "몇 동 사는데?" "3동이요." "3동? 3동 산다고?" 아주머니는 놀랐다는 듯이 안경을 내리고 민주를 쳐다보았다. 민주는 그런 아주머니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네...3동이요.." "언제 이사왔어? 최근에 왔어?" "네...그런데요? 무슨 일 있어요?" "히야...아직도 못들었구나...거기가 얼마나 말이 많은 곳인데..." "무슨 ....말이.....?" 의진이는 식탁에서 유정이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포크로 김치를 찍어 들고 유정이와 반을 갈라 먹 겠다고 연신 조물락 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유정이 엄마는 아이들 손에 묻은 양념을 닦아 주고 찌개를 개인용 접시에 떠 주었다. 그리고는 아이들 밥그릇을 옆으로 밀고 찌개를 가운데 놓아주었다. "뜨거우니깐 천천히 먹어...알았지?" "네~에" "뼈 있을지 모르니깐 천천히 먹어...호호...많이 배고팠나 보구나.." 민주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슈퍼에서 나왔다. 그리고 카페로 들어와 얘기했다. "무슨 얘기에요?" "다짜고짜 무슨 얘기냐니?" 홍씨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요 앞 슈퍼 아줌마가 그러는데 3동..그러니깐 우리동에서 가족이 단체로 행방불명된 적이 많다면서요?" "누가 그래? 그 슈퍼 주인이 그래?" "네......" "헛따...그 아지매가 별걸 다 얘기하는 구먼...사실 이 아파트에 오는 세대 중에는 어디서 빚지고 온 데가 많다네 그려..아..그니깐 뭐 야반도주할 수도 있는 것이고...그건 우리도 모르제....에잉...신경쓰지 말어...아 뭐 그런 헛소리를 듣고 걱정을 하고 그래....암래도 ...그려그려 요즘에 동네 구멍가게가 그 커다란 할인마트에 밀려가지고 ... 장사가 제대로 되겠는가...아 그니깐 괜한 소리하면서 손님이나 끌려고 하는 것이제....신경꺼버리고 세진이네 가서 차나 한잔 하자구....." 의진이는 원래 매운 것을 잘 못먹었다. 그래서 앞에 놓인 나물만 놓고 밥을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떠 먹던 유정이는 그것도 성에 안차는지 찌개에 밥을 몽땅 말아 먹었다. 유정이 엄마는 아이들이 잘 먹고 있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먹고 있던 의진이는 뭔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유정아...이거 봐봐..." "왜?" "찌개에 왜 이게 있어?" "뭐가?" "이거.....새로 온 애가 자랑하는 건데....." "엉?" 의진이는 젓가락으로 찌개에 있던 건더기를 꺼내 들며 말했다. "포켓몽 판팍이........" (몬테비데오<우루과이>=연합뉴스) 우루과이 근처 몬테비데오항에서 조업중인 선박이 좌초, 3주동안 표류하면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숨진 사람의 인육(人肉)을 먹고 연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타고 있던 선박은 엔진 고장으로 3주동안 표류하다 몬테비데오 연안의 산호초에 좌초된 뒤 지난 15일 침몰했으며 선원 가운데 단 9명만 살아남았다. 이들 이외또 한명의 생존자는 지난 16일 우루과이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생존자 가운데 1명인 민석재(34)씨는 "매일밤 누군가가 숨졌으며 다음날 아침 남은 사람들이 숨진 이의 인육을 잘라 먹곤 했다"고 밝혔다. 탈수와 방향감각 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는 이철호씨는 자신은 인육을 결코 먹지않았으며 오직 바닷물만 마셨다고 주장했으나 의사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바닷물만으로 연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민석재씨는 2명의 선장이 각 선원으로부터 한사람당 미화 240달러를 받고 라 로마나항의 부두에서 한 선박에 정원을 초과해 태운 다음 승객들을 그냥 내버려둔 채 달아났다고 밝혔다. 남은 선원들은 하는 수 없이 배를 몰아 몬테비데오로 향했으며 출항 이틀째에 엔진이 고장나면서 반대방향으로 계속 표류하기 시작했다. 음식과 식수가 없는 상태에서 며칠만에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갔으며 처음에는시체를 바다에 수장시켰으나 이후부터는 살아 남은 사람들이 먼저 죽은 사람들의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고 민석재씨는 말했다. 민석재씨를 검진한 의사는 "본인은 인육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은 인육을 먹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원양선에 탔다가 숨진 사람 가운데 16구의 시체가 우루과이 남부의 일레 아바체 섬의 해안에 떠밀려왔으며 이 가운데 13구의 시체는 부패정도가 너무 심해 바로 공동묘지에 매장됐으나 나머지 40여구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재욱은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설마....설마.....' 재욱은 민석재 외에 이철호라는 이름을 발견하면서 눈이 더욱 커졌다. '설마...우연이겠지....그래....사실이면...뭐.....사실이면...뭐가....뭐가 어떤데.....뭐......' 재욱은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졌다. 무엇인가 그를 감싸고 도는 어두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급히 사무실을 뛰쳐나와 민주에게 전화를 했다. 한참을 통화음이 흐르는 데도 민주는 받지 않았다. 재욱은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언가 커다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이 뒷골 땡기는 공포를. 화장실에서 나오던 명식이 그를 보았다. "야, 너 어딜 가는 거야?" "집에 가야돼...집에...뭔가 잘못됐어...."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bamm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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