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회 참가자입니다. 안국옆 앞에서 많은 시민분들이 연행되셨는데요..
저도 거기 있다가 겨우 빠져나와서..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현장에 있던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늘 집회 자체가 참가자가 너무 많다보니 주최측에서 제대로 된 진행이 안된 것 같습니다.
행진 시작하기 전에 시청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안내는 받았습니다.
그리고 앞에 자원봉사자들이 있으니 따라가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어느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으로 간다 이런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혼란한 상황에서 깃발을 따라가라는 소리도 얼핏 들었구요.
저는 그래서 길도 잘 모르고, 앞에 자원봉사자들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런 말만 생각이 나서 앞에 있는 사람들을 그냥 따라갔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청와대로 향하던 이탈 행렬이더라구요. 아마 저같은 분들 많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원래 경로에서 벗어나서 청와대로 향한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데요.
저도 원래 경로에서 벗어나서 청와대로 행진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을 선동한 사람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동하는 무리들 말고 그 행렬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세월호를 추모하는 일반 시민들이었을 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가신 분들도 많았을 거에요.
잘 모르고 그 행렬을 따라간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요.
좋은 마음에서 집회에 참여한 것인데 그 마음까지 다치게 하는 몇몇 글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그 현장에 있다가 와서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려요...
그런 말들을 안해주시더라도 누구보다 제일 무서웠고,
이번 계기로 휘둘리지 말고, 정해진 경로를 숙지하고 행진하자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마 저와 같은 분들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당사자가 잘 알테니까요.
그냥 '앞으로 행진을 할 때 다같이 조심하자'는 격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집회는 계속 될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한가지 문제삼고 싶은 것은,
왜 해산하고 있는 시민들을 잡아다 연행했는지입니다.
경찰이 3차 경고를 한 후, 이탈행렬의 사회자가 해산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그 해산 발언을 듣고 그 곳에 있던 시민들이 모두 해산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들이 둘러싸더니 옆에 빌딩으로 시민들을 밀어붙였습니다.
저도 뒤따라 오는 행렬이 없고, 무언가 이상한 것 같아서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저한테 우르르 몰려오더니 위험하다고 안쪽으로 가라면서 밀어넣었습니다.
한 열 명 정도 되는 경찰 사이에 혼자 그렇게 둘려쌓여있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
울타리밖에 있었는데 친절하게^^ 밀어넣어줘서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위험하다고 안쪽으로 가라고 하더니 갑자기 안에 있는 사람들의 한 일곱배는 되어보이는 경찰들이 둘러쌌습니다.
제가 집에 가는 길인데 왜 막냐고, 집에는 언제 갈 수 있냐고 그랬더니 경찰서에 가서 얘기하라더군요.
그러더니 '다 연행해 한 명 한 명 다 끌어내' 뭐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진짜 연행되는구나 손이 떨렸어요...
그러던 와중에 이쪽으로 나가시라고 경찰분이 안내를 해주셔서 그 쪽으로 나왔어요.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그 방향으로 나가는 사람들 다 붙잡아서 연행하더라구요.
저는 여자라서 그런지 제 가방 붙잡고 여경 불러와 여경 계속 이렇게 소리치는데 진짜 온갖 힘을 다해서 뿌리치고 뛰쳐나왔어요.
왜 해산하고 있는 시민들을 잡아다가 연행한거죠?
집에 가고 있는 사람을 위험하다며 안전을 핑계로 몰아넣고 연행하려는 건 뭐죠?
신고하지 않은 경로로 이동한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지하고 해산하고 있는 시민을 왜 몇 겹으로 둘러싸고, 연행한 것인지 아직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