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났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경영했던 당신답게, 정말 성대한 장례식이었다.
성인이 되었을 무렵, 사업상 후계자로 결정되면서 마음속에선 두려움의 감정이 자라났다.
아버지같은 경영자가 되지 못하면, 아버지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것때문에 아버지께서 나한테 실망한 모습을 보게된다면.
난 그것이 두려워 악착같이 노력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슬퍼하지 마라.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때 내 나이 11살이었고, 나의 마음에 쩌적 하거 한줄기 금이 갔었다.
두려웠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하지만 그 두려움 조차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마음이 정리가 되어 그런 것이리라.
지금 마음속에는 두려움과는 다른 형태의 감정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움-
그날 아버지가 내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실망했다'는 말은 아직도 무슨 말씀을 하시다
나오게 된 단어인건지 나로써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그것이 나를 꾸짖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셔서 그런 말이 나오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확실히 아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망했다는 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저 나의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다. 세상 누구보다도 더."
그리움을 뒤로 한체,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탄다.
회사로 돌아가면, 우선 브라우닝 삼촌과 위임권을 상의해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 정도의 발판만 남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것이 내 자신이 정한 '선택'이자, 아버지를 향한 나의 '도전'이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한다. 10시간 짜리 비행이니 한숨 자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꿈 속에서나마 그리운 얼굴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서,
나는 서서히 눈꺼풀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