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조명 켜지고 연극 이뤄지는 무대인
운명과 우연의 교집합엔 순리란 형상이 탁본 된다
시간 동시성 없는 배역들은 꼬리 문 뫼비우스 띠에 서성이며
서툴게 잡힐 듯 거리 두는 옷깃의 여지 만큼
치밀하게 엇갈린 각본 부여받는다
사계절은 어쩜 잔인한 추격전인가
눈사람은 여름을 만끽할 수 없고
나비는 겨울을 기억할 수 없는지
그러니까, 나는 왜 당신이 사라진 곳에 도착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왜 당신이 보는 곳에서 사라지는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바다가 육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인어공주처럼 잃어야만 한단 게 너무 가혹해
감독님, 이다지 비극 선호하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대본에 없지만
나타날 리 없지만
그냥 당신, 누군지 모를 당신을 보고 싶다고 말해요
헤엄치는 새는 죽어야 하듯
한여름의 첫눈을 보고 싶다고 말해요
아무래도 신파극이 싫나 봐, NG가 났어
이런 절 퇴장시켜주시죠